▲신새아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생활법률 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26일)은 차량에 시동이 걸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동장치를 조작했다면 ‘운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어떤 상황인가요. 

▲박아름 기자= 네, 운전자 나모씨는 ‘스탑앤고’(STOP-GO) 기능이 탑재된 신차를 구입했는데요.

어느 날 나씨는 술을 마신 후 귀가하기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고, 대리기사를 기다리며 차의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채 운전석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리기사가 오자 나씨는 차에서 내렸고, 나씨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스탑앤고 기능이 해제돼 차량의 시동이 완전히 꺼진 상황이 됐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기능에 익숙하지 못했던 대리기사가 차량의 시동이 자동으로 꺼진 걸 모른 채 제동장치를 조작했고, 오히려 차량이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신새아 앵커= 일단 스탑앤고 기능이 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박아름 기자= 네, 스탑앤고 기능은 요즘 신차에 많이 탑재돼 있는 시스템이기도 한데요. 차량을 운행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면 시동이 꺼지고, 다시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거나 가속페달인 액셀을 밟으면 다시 시동이 걸려 출발이 가능한 기능입니다.

정차 시 엔진을 잠시 끄면서 공회전을 줄이고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다만 브레이크를 뗄 때 엔진에 시동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액셀을 밟아도 초반엔 힘이 부족해 뒤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대리기사의 경우에도 시동이 꺼진 채 제동장치를 조작했기 때문에 차량이 순간적으로 뒤로 밀린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새아 앵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된 건가요. 

▲박아름 기자= 네, 이에 깜짝 놀란 나씨는 자신이 시동을 걸기 위해 다시 운전석에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술에 취해서였는지, 조작 미숙이었는지 나씨도 시동을 걸지 못한 채 제동장치를 조작했고, 이로 인해 차량이 계속 후진해 뒤에 있던 장모씨의 차량과 추돌사고가 났는데요. 결국 이 사고로 장씨는 다쳤고, 나씨에게 위험운전치사상죄를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즉 자동차의 시동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했는데 차량이 뒤로 밀렸다면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상황인 겁니다. 

▲신새아 앵커=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 있죠. 

▲박아름 기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1 ‘위험운전 등 치사상’ 제1항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새아 앵커= 양측의 주장은 어떻게 되나요. 

▲박아름 기자= 네, 가만있다가 봉변을 맞은 장씨는 “나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려는 의사로 제동장치를 조작했고 차량이 움직여서 사고를 발생시켰다. 이에 나도 다쳤으니 나씨에게 위험운전치상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나씨 측은 “새로 차를 사서 기능 조작이 미숙해 차가 뒤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시동을 걸지도 못했는데 운전을 했다니 위험운전치상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신새아 앵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관련 판례가 있나요.

▲박아름 기자= 네, 우선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에서 규정하는 ‘운전’의 정의와 관련해 대법원은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걸고 발진조작을 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30834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9294, 9300 판결 참조).

이에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결이 자동차의 ‘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20도9994 판결)고 판단했습니다.

▲신새아 앵커= 결국 나씨에게 잘못이 없다는 거네요.

▲박아름 기자= 네 그렇습니다. 법원은 나씨의 위험운전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나씨는 차량에 장착된 스탑앤고 기능 조작 미숙으로 시동을 걸지 못한 상태에서 제동장치를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밀려 추돌사고를 야기하였는데, 나씨가 운전하려는 의사로 제동장치를 조작했어도 시동을 걸지 못한 이상 발진조작을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신새아 앵커= 무죄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일단 술을 마셨다면 운전석에 앉지 않는 게 최선인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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