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장기 15년과 단기 7년 중간형 기준으로 잡아야"... 징역 10년 확정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법률방송
생후 7개월 된 딸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생후 7개월 된 딸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에게 징역 10년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오늘(30일)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숨진 딸의 엄마 A(20)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1심 당시 소년범으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2심 진행중 성년이 된 경우 양형 판단과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던 재판입니다. 

부정기형은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2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장기와 단기의 기간을 정해 형을 선고하고, 복역 태도를 본 뒤 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A씨는 남편 B씨(23)와 함께 2019년 5월 닷새간 인천 부평구 소재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딸을 혼자 방치해 탈수와 기아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이 시신에선 학대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부부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아이 사망 사실을 알고도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에 사체유기죄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12월 B씨에게 징역 20년을,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에겐 소년법에 따라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소년범인 A씨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열린 항소심에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2심에서는 2020년 3월 성인이 된 A씨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되면서 감형 논란이 일었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개,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과 ‘부정기형’입니다.

항소심 재판 중 성인이 된 A씨에게 재판부는 부정기형이 아닌 정기형을 선고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서 원심 판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1심에서 소년범 최고 상한의 형을 받은 A씨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2심은 A씨에 대해 단기 7년을 기준으로 삼아 그보다 중형을 선고할 수 없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B씨는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경우 1심에서 부정기형을 받았는데 현재 성인이 됐다"며 "법률상 검사의 항소가 없으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을 할 수 없어 단기형인 징역 7년을 넘길 수 없게 돼 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 역시 B씨와 양형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1심의 징역 20년은 대폭 조정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며 "이건 검찰이 실수하신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항소심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수사를 맡았던 인천지검은 "소년이었던 B씨가 항소심에서 성인이 된 경우까지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1심의 단기형 이하만을 선고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적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은 A씨의 형 선고 상한을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중간형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아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보장하려고 상소심에서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지 어떤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부여한다는 원칙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전합은 A씨 부분만 파기환송하고, B씨의 징역 10년형에 대해서는 확정했습니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은 1심이 선고한 장기 15년과 단기 7년 중간인 징역 11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 재상고심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공범인 아이의 아버지 형이 징역 10년으로 확정됐고 대법원에서 정한 양형 기준이 최소 징역 10년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관련해서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소년범 부정기형에 대해 "소년범의 경우 복역 중 교육 등을 통해 단기형을 기준으로 빨리 내보낼 수도 있고, 잘 못하면 장기형까지 복역하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오늘 대법원 재상고심 확정판결에 대해 하 교수는 "중간형을 기준으로 세운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인다"면서 "없던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