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팀장은 거짓말, 교수들은 팀장 옹호"...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유족, 2차 피해 호소

[법률방송뉴스] 서울대 50대 여성 청소노동자의 사망.

갑질 당사자로 지목된 배모 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갑질'을 한 적이 없고 '대우'를 해준 거라는 취지로 주장했는데요.

유족들은 배 팀장의 이런 반응과 태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숨진 이모씨의 남편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의 리포트, 계속해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자녀 입시를 앞둔 가정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서울대는,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씨와 남편 A씨에겐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이씨는 청소노동자로, A씨는 규장각 기계 설비원으로 서울대에서 함께 일을 해왔습니다.

서울대에서 일을 하는 걸 보람과 자부로 여겼던 A씨에게 지난달 26일, 서울대는 악몽의 장소가 됐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함께 출근한 아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겁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밤 10시가 되도록 안 온다고 막내딸에게 전화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바로 112에 신고를 해서 위치추적을 시작했죠. 저는 그날 밤에도 바로 규장각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밤 11시쯤 경찰이 전화가 왔더라고요. 우리 아내가 근무하는 925동 미화 휴게실에서 운명하셨다고..."

부검결과 직접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나타났습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 6월 1일자로 새로 부임한 배모 안전관리팀장의 팀 운영 방식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합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관악사에 어떤 군인 출신 관리자가 왔는데 군대처럼 관리를 하려고 한다, 제가 근무하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다들 힘들겠다는 얘기 했던 것 같아요."

주변 청소노동자에 따르면, 매주 수요일 '청소 노동자 회의'라는 것을 열어 복장을 지적하는가 하면 볼펜이나 수첩을 가져오지 않으면 감점을 줘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줬다고 합니다.

청소와 별 무관한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나 한문으로 쓰게 하는 시험을 보게 하곤 누가 몇 점을 맞았다고 공개하는가 하면 밥 먹는 시간까지 감시하며 보고하게 했다는 것이 동료 청소노동자들의 말입니다.

"예고 없이 시험을 본 뒤 동료들 앞에서 점수를 공개했다. 당혹스럽고 자괴감을 느꼈다",

"바퀴벌레약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위서와 반성문까지 써서 화병이 났다"고 동료 청소노동자들은 증언합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특히 여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헝클어진 머리 같은 거 보여주기 싫어하니까 모임을 할 때도 모자를 쓰고 갔는데 모자를 끝까지 벗겼다, 계속 무안을 주고 화내면서 모자를 끝까지 벗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갑질들의 당사자로 지목된 배 팀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갑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을 단순 미화원이 아닌 서울대 교직원으로서 대우받게 해드리고 싶었던 의도였다"는 것이 배 팀장의 말입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백배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얼토당토 않는 변명으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굉장히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언론과 그분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뭔가 진실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덮으려고 하는 언론과 그분인 줄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굉장히 마음이 힘들어지고..."

이와 관련 A씨는 업무 강도가 크게 늘어나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배 팀장이 "늘 억울하시겠네요"라며 '웃음 이모티콘'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사람을 대놓고 비아냥거리기나 하는 게 무슨 청소노동자를 "대우받게 해드리고" 싶었다던 사람의 태도냐는 게 A씨의 성토입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유족]
"정말 2차 가해가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어요. 2차 가해, 2차 가해 얘기들만 듣다가 정말 명백하게 증거도 있는데 2차 가해를 거짓말로써 자기는 착한 사람이라고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이에 대해서도 배 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보낸 문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해당 언론사는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아내 휴대폰에 배씨가 보낸 문자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내가 보낸 문자가 아니"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겁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배 팀장이 우리 아내에게 보낸 카톡은 '자기가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배 팀장이 보낸 카톡 내용을 사진을 찍은 것을 보내드렸어요. OO일보 기자도 굉장히 문제가 심각해질까 봐 기사를 바로 내렸더라고요."

실제 해당 기사 내용은 현재 본문에서 삭제된 상태입니다.

앞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모 교수는 이번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역겹다"는 표현을 써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또 다른 행정대학원 교수는 SNS에 "이씨의 죽음이 갑질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배 팀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제품의 질을 올리기 위해 노동자를 독려하는 것이 갑질이고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갑질이라면 도대체 사용자 행위 중에 갑질이 아닌 행위가 뭐가 있을까“라는 게 이 교수의 말입니다.

유족 입장에선 또 한 번 2차 가해 대못이 박힌 셈인데, 해당 글을 올린 교수는 배 팀장의 지도교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사고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구나, 라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인권위 집단진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부터 진정 동참인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1천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참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최혜원 변호사 / 인권위 집단진정 법률대리인]
"청소노동자한테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영어시험을 본다든지 그리고 영어시험을 보고 또 성적을 공개했다고 들었습니다. 성적공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권위의 결정이 있었고요"

빠듯한 살림과 시간에도 짬을 내, 세네갈에서 15년 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왔다고 하는 A씨.

A씨는 직업에 귀천이 없듯, 인권에도 귀천과 높낮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 진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인권이나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한 인식이 참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저희 아내의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일을 통해서 우리 이 땅에서 참 '실패자들'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격도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람들, 그런 분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인권위 진정 참여문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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