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지시로 부당하게 수사 참여 금지" vs "증거인멸 위험 고려한 조치"

[법률방송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의 변호인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참여를 금지당했다는 진정서를 대한변협에 냈습니다.

이게 강요미수 유무죄를 떠나, 이동재 전 기자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떠나, 특정 사건 변호인의 수사 참여를 금지한 것,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한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현직 변호사가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앞으로 보낸 8쪽짜리 진정서입니다.

지난 5월 3일 자로 진정이 접수됐다는 변협 소인이 찍혀 있습니다.

진정을 낸 사람은 최장호 변호사.

진정서에 따르면, 그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대학 동문으로, 지난해 3월 MBC 보도로 촉발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이 전 기자에게 법률상담을 해줬습니다.

최 변호사는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정식으로 자신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로 이 전 기자와 구두약정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법무법인 고용변호사 신분으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사건을 수임하지 못했고,

이후 이 전 기자가 구속된 뒤 이 기자의 아버지가 간곡히 요청하면서 결국 사건을 수임하게 됐습니다.

[최장호 변호사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
"이동재 기자의 아버님이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지금 이동재 기자가 너무 힘들어한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해서 단순히 변호사를 넘어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변호사가 한 명 더 선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진정서에 따르면, 이후 최 변호사 자신은 수사 참여를 담당하고 먼저 선임된 부장검사 출신 주진우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원회와 기소 이후 공판에 집중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참여를 하던 중 갑자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 참여를 금지했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당시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른바 '육탄전'을 벌여 독직폭행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 광주지검 차장검사입니다.

[최장호 변호사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
"형사1부 검사가 '잠깐 변호사님은 저와 면담 좀 하시죠'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예 알겠습니다'하고 끝나고 남아서 면담을 하는데 '최장호 변호사는 수사 입회를 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최 변호사가 밝힌 검찰이 수사 참여를 금지시킨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사건 발생 이후 이동재 전 기자가 자신과 법률상담을 하며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것,

당시 이 기자가 이메일로 보내준 이철에게 보낸 편지 및 이른바 '제보자 X 녹취록' 등을 삭제했다는 것이 금지 사유입니다.

최 변호사는 검찰이 "변호인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하며 자신의 수사 참여를 전면 금지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사건 수임 전 법률상담을 했던 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건지,

'의뢰인 비밀보호' 차원에서 원본도 아닌 사본 자료 이메일을 삭제한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최 변호사는 "서울지검 형사1부 측은 최장호 변호사의 수사 참여를 금지하라는 위에서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수사 참여를 금지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최장호 변호사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
"위에서 최장호 변호사의 수사 입회를 막으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해서 최종적으로는 저는 결국 남은 수사 입회에 전부 배제가 됐어요. 들어가지도 못하고 위에서 지시가 있었다고 해서..."

이와 관련 최 변호사는 변협에 보낸 진정서에서 검찰 수사 참여 금지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건 수임 전 의뢰인과 한 법률상담을 이유로 수사 참여를 금지한다면 향후 모든 변호사들에 대해 검사가 임의대로 수사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법률상담을 했지만 선임까지 이어지지 못해 받은 사본 자료를 삭제한 걸 증거인멸 우려로 간주한다면 변호인의 비밀유지 의무는 유명무실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면서 의뢰인에 대한 비밀유지는 변호인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최장호 변호사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
"변호사법도 그렇고 저희 윤리장전에도 보면 변호사는 비밀유지 의무가 기본이거든요, 사실은. 이게 사실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 변호인들은 사건 정식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는 법률상담을 하면 안 된다는 거잖아요."

최 변호사는 이게 자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 사건처럼 검찰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껄끄럽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변호인이 있다면 수사 참여를 제한하고,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변호인의 수사 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최장호 변호사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
"검사 입장에서 봤을 때 변호인이 두 군데가 선임이 돼 있는데 한쪽은 만만한데 한쪽은 까다로워, 왜냐면 사실관계를 너무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서. 그러면 검사가 자기에게 덜 껄끄러운 대표 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수사에 참여를 못 하게..."

최 변호사는 이에 이종엽 변협회장에게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서 이 사건의 본질을 고려해 홀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제게 힘이 되어 달라"는 간곡한 호소로 진성서를 맺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률방송에 "당시 수사팀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검찰사건사무규칙 제22조 제4항에 근거하여 해당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며,

"해당 변호사가 변호인의 변호활동을 넘어서는 증거인멸 우려 등의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다른 변호인의 참여하에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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