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고 발생한 날 아닌 장애 진단 시점부터 소멸시효 계산해야"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생활법률 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16일)은 교통사고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사연인지부터 볼까요.

▲기자= 네, 지난 2006년 3월 당시 만 2살이던 김지원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강직성 편마비, 두개내 미만성 뇌손상’ 등 진단을 받았는데, 이후 약간의 발달지체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치료와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는 병원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아왔는데, 증상이 호전되다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다 2011년 11월 결국 언어장애 등 장애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이에 김군의 부모는 가해자 측 보험사를 상대로 장애 발생에 따른 일실수익과 개호비, 위자료 등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진 사안입니다.

▲앵커= 장애진단을 받았는데 보험사는 뭐라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건가요.

▲기자= 네. 그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기도 했는데요. 가해자 측 보험회사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우리 민법 제750조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고,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시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김군이 사고를 당한 날이 2006년 3월인데 5년을 훨씬 넘겨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으니까,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게 보험사 입장입니다.

▲앵커= 법규정만 보면 틀린 주장은 아닌 것도 같은데요.

▲기자= 네. 그래서 1, 2심 재판부 판단도 엇갈렸습니다. 

1심 법원은 김군이 병원에서 공식적인 장애 판정을 받은 시점으로 계산하면 3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김군 손을 들어줬습니다. “가해자 측 보험사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는데요.

2심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때 김군의 부모가 김군이 입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알은 것으로 판단해, 이때부터 시효를 계산해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습니다.

▲앵커= 애매하네요.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은 김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군이 사고 이후 5년 넘게 치료를 받아오다 2011년 11월에야 장애진단을 받은 점에 대법원은 주목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병원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거나, 호전 가능성이 있거나, 치매나 인지장애처럼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앵커= 쉽게 말해 사고를 당한 2살 때 김군에 대한 장애 진단 여부를 결정할 수 없으니, 그때 사고로 인한 손해를 정확하게 알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인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교통사고 직후 약간의 발달지체 등의 증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걸 언어장애 등 장애, 여기서는 ‘손해’가 발생한 걸 알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인데요.

이런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의학적 진단을 통해 처음으로 장애를 진단받은 시기를 손해가 현실화된 시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입니다.

따라서 장애진단을 받은 날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되고, 이에 따라 보험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유효하고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법제처는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3년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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