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작으로 한평생 국가에 헌신한 군인 삶 부정...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유재광 앵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12일)은 국립묘지 안장 얘기해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국립묘지 안장 내용이라고 했는데, 일단 어떤 사람에 대한 얘기인가요.

▲기자= 육사 출신 군 장성 얘기입니다. 1932년생인 A씨는 6·25전쟁 중인 1951년 12월 8일 육군 소위로 임관하고 1973년 1월 1일 준장으로 진급하여 1973년 1월 12일부터 제3사관학교 생도대장으로 복무했습니다.

A씨는 군 복무 중 6·25전쟁 및 베트남전쟁에 참전했고, 1970년 10월 1일 보국포장, 1971년 6월 2일 화랑무공훈장, 1971년 7월 29일 충무무공훈장, 1972년 2월 11일 을지무공훈장 등을 받았고, 1972년 6월 1일엔 미국의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까지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았는데요.

그런데 A씨는 1973년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되어 수뢰죄, 증뢰물전달죄, 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죄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보충역으로 편입됐습니다.

결국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국가를 상대로 국립묘지 생전 안장 비대상 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앵커= 뇌물수뢰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럼 뭐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A씨는 해당 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해 무죄를 받았습니다. A씨는 2007년 6월 20일 위 확정판결 대해 재심을 청구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2009년 12월 18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된 증거들은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않거나, 고문·협박·회유 등으로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진술·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습니다.

▲앵커= 결국 당시 권력이나 정치 지형상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는 게 법원 재심 판결인데, 그럼 국립묘지 안장 대상으로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문제는 이것 말고 다른 유죄 판결이 더 있다는 겁니다. A씨는 1986년 3월 21일 23시 30분경 발생한 교통사고 등으로 1986년 7월 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차량죄, 쉽게 말해 '뺑소니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는데요.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는 이같은 사실을 들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는 사유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앵커= 살짝 애매한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일단 A씨의 경우 원론적으로 화랑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이자, 20년 이상 군에 복무하고 육군 준장이었던 사람으로 국립묘지법 안장 대상자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 관련 A씨의 공과 과를 종합적으로 살필 때, 원고를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 였습니다.

▲앵커= 그래서 법원 결정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결론적으로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1구합55982 국립묘지 생전 안장 비대상 결정 취소).

일단 국립묘지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경력이 있는 경우 국립묘지의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안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 운영규정은 이 경우 고려해야 할 정상참작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A씨의 경우 교통사고 과실범이고 교통사고 발생도 야간인 23시 30분경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되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요. 그러면서 피해자 측과 합의하여 피해자 측이 원고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국립묘지에 안장할 자격을 줘야 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들어 국가에 공헌하고 헌신한 참전 유공자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와 지원을 함으로써 참전유공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는 6·25전쟁 및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으로서 20년 이상 군에 복무하고 참전하여 무공을 세우는 등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원고의 삶은 국가의 폭력 및 조작 등으로 오랜 기간 부정되었다”고 국가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국가는 국가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이를 계승·발전시키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서 항구적으로 존중되고, 그에 상응하여 국가유공자의 영예로운 생활이 유지·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하는데, A씨에게는 오히려 그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게 법원 판결인 겁니다.

▲앵커= 국가가 폭력·조작으로 한평생 국가에 헌신한 군인의 삶을 부정하였다는 말이 참 그러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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