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나온 흙수저' 자칭하는 변호사 눈에 비친 로스쿨과 법조계의 현실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LAW 투데이' 책과 사람들 코너, 오늘은 종합 격투기 선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박재훈 변호사가 지난 5월 출간한 ‘너의 로스쿨’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방대 출신 흙수저'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박재훈 변호사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왕성민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림동의 한 권투체육관.

짧은 머리에 검은 마스크를 쓴 단단해 보이는 청년이 쉴 새 없이 샌드백을 두드립니다. 

한 방 한 방 힘을 다해 미트에 주먹을 꽂을 때마다 구슬땀이 뚝뚝 흘러 떨어집니다.   

[송유남 관장 / 대한권투체육관] 
"다시, 그렇지, 그렇지, 원투, 가드 올려."

마치 정식 시합 출전이라도 앞둔 선수마냥 진지하고 열심입니다. 

[송유남 관장 / 대한권투체육관] 
"왜 이렇게 벌어지냐. 벌어져. 이 상태에서 벌어지면 위험하지. 이 상태에서 몸으로 땅겨줘야지." 

언뜻 보기에도 단순한 취미 수준은 넘는 것 같습니다.  
 
[송유남 관장 / 대한권투체육관]  
"지금 프로로 해도 지금 프로 3전을 뛰었는데, 더 나아가서 한국 챔피언까지도. 솔직히 변호사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하기엔 아깝다. 

구슬땀의 주인공은 올해 초 로스쿨을 졸업하고 제10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법조인 박재훈 변호사.

박 변호사는 한때 UFC 링을 누비는 종합격투기 선수를 꿈꿨던 격투기 선수 지망생이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종합격투기로 시작을 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네, 결국에는 시합을 아마추어밖에 계속 못나갔어요. 20번 넘게 아마추어만 나간 것 같아요. 물론 전적은 되게 좋았죠. 딱 한 번 졌으니까."  

격투기에 푹 빠져 살던 운동밖에 모르던 지방대 출신. 거기다 별다른 배경도 없는 이른바 흙수저.

그런 박 변호사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호기심 반, 비웃음 반' 이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너가 될 거 같아? 너가 변호사가 될 거 같아? 너는 공부도 안 했는데, 운동만 했는데 너가 변호사가 될 거 같아? 너는 안 돼! 이런 세상의 나를 향한 편견이..."

주먹 대 주먹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격투기도 했는데. 

박재훈 변호사는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이렇게 입학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이런 많은 저에 대한 편견들이 저를 강화하고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그렇게 박재훈 변호사는 보란 듯이 로스쿨에 들어갔고, 로스쿨을 졸업한 올해 초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에 다시 또 보란 듯이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세상의 나를 향한 편견이 결국은 제가 만든 거지만 제가 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걸 깨기 위해 노력을 했고 결국에는 그걸 깨고..." 

그리고 올해 5월 박재훈 변호사는 로스쿨 3년의 경험과 단상을 모아 한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제목은 '너의 로스쿨'. 

'나의 로스쿨'이 아닌 '너의 로스쿨'로 타자화해 거리를 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결국에는 로스쿨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 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너가 로스쿨에 들어가게 된다면 너도 이런 이야기를 겪게 될 것이다' 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책은 '로스쿨 입시 지옥'이라는 도발적인 부제가 붙은 로스쿨 전야, 이어서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그리고 에필로그, 변호사시험 그 후-유리 천장. 

이렇게 연대기적으로 구성됐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또 한 편으로는 이거를 공론화를 통해서 로스쿨에 대해서 우리 일반 대중들과 함께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면 안 될까 하는 마음에 책을 쓰기로 결심을..."

무엇을 그렇게 공론화하고 싶었던 걸까.   

'열람실 전쟁-소리 없는 전쟁터', '특성화 교육-완벽한 실패작', '교수,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불한당: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 

책은 이런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들이 이어지며 박 변호사가 부딪치고 겪었던 로스쿨의 현실과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학생들은 시험 불합격이라는 위험부담을 지지만 교수들은 어떠한 위험부담도 지지 않습니다. 마치 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같습니다. 교수 집단들도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박 변호사는 특히 '합격자 발표-통계의 장난', 'N시생 그리고 오탈자-시험중독', '변호사시험-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같은 제목으로 변시 준비의 애환과 난관, 치열함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고시낭인 폐해 해소와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 배출이라는 애초 로스쿨 설립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로스쿨 입학부터 변시 합격까지, 박재훈 변호사 표현에 의하면 '무간지옥'이 열렸다는 겁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성입니다. 즉 변하지 않는 겁니다. 물론 혹자는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었으니 로스쿨은 정착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그건 사법시험 제도가 변한 거지 로스쿨은 변한 게 없습니다. 로스쿨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10년이 넘게..."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변시 합격자 수 배출을 둘러싼 대한변협과 법무부, 로스쿨의 힘겨루기.

이 와중에 터져 나온 변시 합격자 변협 연수 숫자 제한 논란을 두고도 쓴소리를 합니다.

당사자이자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후배 신입 변호사들에 대한 배려나 고민이 있었냐는 성토입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갈등 중에서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이 선을 넘어선 겁니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하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어려운 시험에/ 정작 올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는데도 (연수를 받지 못해 일을 못하게 될까) 가슴 졸이는 그 마음을 왜 이해해 주지 못했을까..." 

책은 이처럼 "라떼는 말이야"로 대표되는 기성 법조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질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법조인으로서 걸음마도 떼기 전에 일종의 매장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인데 박재훈 변호사는 갈등과 모순, 불합리는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드러내서 고쳐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부담이 되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이 긍정적으로 발전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옛 법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옛 법을 깨뜨리기 위한 도전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런 누군가는 결국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너의 로스쿨'엔 성토와 비판만 있는 게 아닙니다. 

3년 동안 애환을 함께 했던 '로스쿨 전우'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 아들 학비 마련을 위해 밤새 화물 운전을 하며 헌신한 아버지에 대한 감사.

"저게 되겠어" 하는 수군거림과 비아냥 속에서도, 수천만원의 학자금 빚을 지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응원과 격려도 함께 녹아 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저는 지금껏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습니다. 다만 저의 이런 삶이 새로운 시대에 청년들에게 좋은 도달점이 될 수 있도록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계속 정진해 가는..."

그리고 이제 '격투기 링'을 떠나 세상이라는 '실전의 링'에서 세상을 상대로 한 싸움. 

박재훈 변호사의 치열한 인생 싸움, 그 제2라운드의 막이 막 열리고 있습니다. 

[박재훈 변호사 / ‘너의 로스쿨’ 저자] 
"(격투기도 인생도) 결국에는 싸움 아닙니까. 결국에는 싸움이었는데 는 법조인이 되고자 한 이유가 이런 링 안에서 개개인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것 보다는 사회 전체를 위해서 한번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싸움을 한 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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