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문사가 지국장에게 퇴직금 지급해야"... 화해권고 결정

▲유재광 앵커= 신문 배달을 총괄하는 신문사 배달센터 지국장은 본사 소속 근로자일까 아닐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장한지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사건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박모씨는 국내 이른바 '6대 일간지'로 꼽히는 A 신문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1월 1일 신문사와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고 배달센터를 운영했는데요. 박씨는 자율적으로 50~70여명의 배달원을 채용해 신문 배달과 수금 업무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2018년 2월 28일 신문사와 계약이 해지됐고요. 퇴직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A 신문사가 이를 거부하자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습니다. 신문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지국장이 퇴직금 지급 대상 근로자에 해당하느냐가 핵심 쟁점입니다.

▲앵커= 박씨 측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박씨는 재판에서 "A 신문사에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씨는 신문사 지시에 따라 근무지가 변경된 점 △본사의 지시나 허락에 의해서 센터의 업무를 수행한 점 △센터의 모든 자산은 피고 소유이며 고정급으로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 등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앵커= A 신문사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A 신문사는 다른 센터장들의 위탁운영계약서를 제시하면서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임을 강조했습니다.

△박씨가 배달원 채용 등의 재량이 있었고, △다른 신문사들 신문을 배달한 적이 있는 점, △신문배달 외 광고전단지 영업이나 남는 신문을 파지로 판매한 점 등을 들어 독립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A 신문사 주장입니다.

A 신문사는 이에 더하여 박씨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문사가 센터에 송금한 '전도금' 등을 박씨가 사용한 것이 횡령에 해당하여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앵커= 전도금이 뭔가요.

▲기자= 전도금은 회사의 사업장이 여러 개 있을 때 사업장의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사업장에 보내주는 경비를 말합니다. 박씨는 이에 "전도금의 사용은 모두 영수증 처리를 하여 본사에 송부했고, 배달원 채용도 독자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타사 신문배달은 개인 간의 부탁에 의한 사실적 행위에 불과하다"며 "타사 신문배달이 자신을 독립사업자로 보는 근거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배달센터 지국장을 신문사 본사 근로자로 봐야 할지 애매하긴 합니다. 근로자성 인정 대법원 판례 어떻게 돼 있죠.

▲기자= 대법원 판례를 보면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주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종속적 관계 여부 판단은 △업무에 있어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구속을 받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앵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선 어떤 결론이 나왔나요.

▲기자=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국장으로 일한 박씨 손을 들어줘 신문사는 박씨에게 2천7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신문사가 낸 전도금 횡령 반환 청구 반소는 포기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분쟁이 계속될 경우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과 비용,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박씨와 신문사 양측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해당 결정은 확정됐습니다.

▲앵커= 나름 의미가 있는 결정인 것 같네요.

▲기자= 네, 이와 관련 소송을 대리한 공단 황철환 변호사는 "실제 근로관계와 근무형태를 따져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퇴직금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반소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 변호사는 그러면서 "실제로 종속된 근로자임에도 노동관계법령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계약서의 명칭만을 달리하려는 시도 및 근로자들에게 거액의 반소 청구를 함으로써 사실상의 위력으로 퇴직금 청구를 포기하게 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황 변호사는 또 "신문배달업의 특성상 이례적으로 타사 신문을 함께 배달한 적이 있거나 배달 후 남은 신문을 처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도 특정 신문사의 근로자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선도적인 판결이며, 추후 관련 소송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해당 신문사는 어디인가요.

▲기자= 판결문에는 신문사 이름이 적시돼 있는데 실명을 밝히긴 그렇고, 이른바 진보신문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앵커= 진보신문이라고 하는데, "근로자들에게 거액의 반소 청구를 함으로써 사실상의 위력으로 퇴직금 청구를 포기케 하려는 시도"라는 황철환 변호사의 말이 참 씁쓸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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