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 관리 및 보존 허술... 등록문화재 복원·보존 관련 예산·법 정비해야"

[법률방송뉴스] 내일 26일은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2주기입니다.

관련해서 법률방송은 김구 선생이 해방 이후 귀국해 거주했던 경교장 등 근대 문화유산들의 보존과 복원 문제를 짚어 봤습니다. 왕성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1949년 6월 26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합니다.

당시 백범이 거주하던 경교장엔 그날의 흉탄 두 발 자국이 창문에 선명합니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내 소원은 오직 대한의 독립이오, 둘째도 독립이오, 셋째도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를 평생 품고 살았던 백범을 잃었습니다. 

[정효진 학예연구사 /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사실 그 김구 선생님이 여기서 1949년 6월 26일날 안두희의 흉탄에 돌아가셨거든요. 근데 김구 선생님이 1949년 6월 26일 날에 돌아가셨다는 것은 많이 알고 있지만..."

백범의 운명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경교장.

경교장은 백범의 파란만장한 일생처럼 기구한 사연들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자리에 1936년 광산재벌 최창학의 사저로 지어진 경교장은 해방 이후 임정 요원들이 귀국하면서 임정의 임시 청사로 쓰여졌습니다.

독립의 열망을 품고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났던 독립투사들의 해방 조국 실현에 대한 열망과 꿈이 스민 곳.

경교장은 그런 곳입니다.

[정효진 학예연구사 /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사실은 이 경교장이라는 곳 자체가 뭐 백범 김구 선생님이 돌아가신 장소이기도 하지만 사실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경교장이 건국 이전에 일종의 건국을 위해서 활동했던..."

임정 요원들의 건국의 요람이었던 경교장은 그러나, 정적인 이승만 대통령 집권 이후 쇠락의 길을 걷습니다.

백범이 안두희의 총탄에 스러진 이후 경교장은 대만 대사관, 월남 대사관, 미군부대 숙소로 전락했습니다.

현 강북삼성병원인 고려병원에 인수된 후에는 약품창고와 병원 사무실로 사용되며 본래의 정신과 모습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정효진 학예연구사 /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말 그대로 우리 국민이라면 정부 국가에 대한 일도 있겠고 그리고 김구 선생님에 대한 것도 있겠고. 그런 것들을 모르고 지나간다면 좀..."

96년엔 철거 위기까지 몰렸지만, 다행히 2001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되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임정 청사로 쓰이던 당시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정효진 학예연구사 /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여기가 경교장 2층인데요. 여기 김구 선생님이 여기서 임시정부 활동을 할 때 일종의 집무실 겸 숙소를 겸해서 썼던 곳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쪽 공간이고요. 사진도 보시면 그때 활동하셨던 내용이..."

최근엔 3.1 만세운동을 전 세계에 타전했던 당시 AP통신 기자였던 앨버트 테일러가 살았던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 가옥도 복원 작업을 마쳤습니다.

미국인 사업가이자 언론인이었던 테일러는 고종 황제 장례식, 3.1 만세운동, 일제의 제암리 학살 사건을 타전하다 1942년 일제에 의해 추방됐습니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딜쿠샤는 1963년 국가 소유로 전환됐지만 방치되어 오다 안전진단 D등급을 받고 철거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7년 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되면서 고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고, 지난 3월 1일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관련해서 서울시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안미경 학예연구사는 "건축적으로도 딜쿠샤는 ‘공동벽 쌓기’라는 조적 방식을 적용한 건물로 한국 근대건축사에서 딜쿠샤 외에는 유사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복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경교장'이나 '딜쿠샤'는 뒤늦게나마 복원과 보존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정효진 학예연구사 /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아직까지 복원이 안된 곳이 많이 남아있고요. 지금 앞에 보시는 곳은 1층에서 있었던 썬룸공간인데, 위쪽 공간입니다. 그래서 여기 뒤쪽에 있는 병원 공간이랑 붙어있어서 여기를 지금 복원할 수가 없어서..."

당장 근대문화유산인 '등록문화재' 3개 가운데 1개가 안전관리 D등급 이하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등록문화재는 갑오개혁 이후 만들어진 건축물이나 시설, 기록, 장비 등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및 활용 가치가 있어서 문화재로 지정된 경우입니다.

문화재로 지정되고도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다른 것도 아닌 안전문제로 철거 위기에 몰린 등록문화재가 수두룩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이런 등록문화재 보존·관리 업무를 수행할 지자체 학예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관련 법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이상헌 의원 / 더불어민주당]
"현재 학예 연구직의 배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만 규정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는 학예 연구직 배치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비전문가가 문화재 업무를 맡기도 하는 등..."

문화재 관리와 보존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건데 이런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지난 10일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법안은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가 있는 지자체는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상헌 의원 / 더불어민주당] 
"기대효과는 문화재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앞으로 시·도지사가 문화재 기본계획에 관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할 때에 문화재 전문인력의 배치에 관한 사항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책임 있는 문화재 행정이 이뤄질..."

국회에는 이 외에도 문화재기본계획 수립 시 전문적인 조사·연구 및 사업개발 수행 의무를 부과하는 등 여러 건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왕성민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윈스턴 처칠 수상의 말입니다. 문화재는 그 민족의 혼과 역사가 담긴 그릇입니다.

예산과 법이 없어서, 제도가 미비해서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복원이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개입과 행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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