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존재 가치 파멸 될 때 '진정한 양심'으로 인정"

▲유재광 앵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비폭력 신념을 사유로 한 병역 거부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이윤우 변호사의 시사 법률', 비폭력 신념 병역 거부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변호사님 비폭력 신념 병역 거부, 어떤 내용인가요.

▲이윤우 변호사 = 네, A씨는 2017년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A씨는 재판에서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성 소수자인 A씨는 자신이 고등학생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고, 대학 입학 후에는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A씨는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긴급 기도회나 한국전쟁 60주년 평화 기도회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수요시위 등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A씨는 자신을 '퀴어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며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와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1심은 A씨 주장을 기각하고 병역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는데, 하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병역법 위반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됐던 사례는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관련한 사건이었는데, 이건 다른 케이스네요.

▲이윤우 변호사=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동일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임에도 유죄가 나는 경우도 있고 무죄가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유죄와 무죄의 판단 기준은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병역을 거부한 자의 종교적 교리가 개인의 양심에 깊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살펴서 판단했습니다.

종교적 교리가 개인의 양심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무죄, 단순히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양심의 자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깊숙하고 진실하게 자리 잡은 양심인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양심적 병역 거부, 여기서 양심은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헌법 제19조에서는 모든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내리고 있는데요.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신앙이나 철학적 윤리적 신념을 이유로 전쟁 참가를 거부하거나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우선 대한민국 성인 남성은 기본적으로 병역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라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양심에 기초한 개인적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한 것이 병역법 제88조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앵커=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우선 말씀드린 대로 병역법 제88조에서 병역을 거부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과거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소원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이라는 개인의 기본권과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공익에 관하여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일관된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또 법원은 과거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관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입장을 보여 오다가 2018년 대법원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례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낸 바가 있습니다.

결국 현재 판례의 입장은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 제88조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전에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 거부를 사안에 따라 인정해 줬는데, 이번엔 종교가 아닌 포괄적인 비폭력 신념을 사유로 한 병역 거부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거네요.

▲이윤우 변호사= 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외의 다른 종류의 양심을 이유로도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즉, 비폭력주의를 신념으로 가진 자가 비폭력 신념이라는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에 또한 포함될 수 있는지입니다. 그리고 해당 사안의 피고인이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였고, 이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한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윤우 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 국가가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가능한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37개의 나라 중 징병제는 13 국가인데요, 이중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9개의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나아가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는 주로 서구 사회, 특히 유럽 국가에서는 널리 인정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잘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르웨이가 1922년 처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후, 프랑스가 1963년, 벨기에가 1964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래로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유럽연합은 2001년부터 기본권 헌장에 양심적 병역거부 조항을 명시하고도 있습니다.

▲앵커= 이번 대법원 판결,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까요.

▲이윤우 변호사=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특정 종교 여부를 떠나 비폭력주의 신념이 진실한 양심으로 볼 수 있다면 병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진실한 양심의 범위를 종교적 신념에서 더 나아가 폭넓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종교적 신념에서 더 나아가 비폭력주의 신념도 진실한 양심이 될 수 있다고 인정받았으므로, 앞으로 개인적인 영역에서 파생되는 자신만의 신념으로도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다만, 그러한 신념이 개인의 양심에 깊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앵커 =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