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1심 선고... 패소에 따른 비용 증가, 소비자에 전가 가능성

▲유재광 앵커=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이 모레 25일 1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인데요.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망 사용료 얘기해 보겠습니다. 윤 변호사님, 망 사용료가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망 사용료는 이동통신사의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위한 사용료를 의미합니다. KT는 '접속료'로, SK브로드밴드는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료, LG U+는 '인터넷접속서비스 이용료'로 부르고 있습니다.

영국 IT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한국의 망 사용료는 평균 한국 9달러/Mbps로, 아시아 국가의 23달러/Mbps보다는 낮지만 유럽 2달러/Mbps, 미국 1달러/Mbps에 비해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블로그에 따르면, 한국의 ISP 인터넷망 사용료는 유럽보다 15배 이상 비싸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사용료가 증가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관련해서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은 국내 통신망에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용료를 거의 내지 않아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매년 막대한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역차별' 논란이 제기돼 왔는데요. 

이에 작년 5월 해외 콘텐츠사업자에게 망 품질 의무를 부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 

▲앵커=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은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이번 소송의 발단은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8년 100만명에 못 미치던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는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200만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했고 관련 트래픽도 폭증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4분기 국내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는 전체 트래픽의 4.8%를 점유해 구글(25.9%)에 이은 2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5위권 내 국내 업체인 네이버(3위·1.8%), 카카오(4위·1.4%), 콘텐츠웨이브(5위·1.2%)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국내 업체와 달리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했는데요. 

그러나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재정 절차를 거부하고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앵커= 해외 업체에서 망 사용료를 받아내는 게 힘든 모양이네요. 

▲윤수경 변호사=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돼 있지 않은 구글 등이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데, 행정력 집행이 국내 IT 기업들만 옥죌 수 있습니다. 또 민간 기업 간 협상 대상인 망 사용료에 대해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무역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구글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하면 미국 진출 국내 기업 전체에 부정적 여파가 갈 수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글로벌 CP들에 무리하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캐시서버 구축비용을 물게 하는 등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국내 업체들은 망 사용료를 낸다고 하셨는데, 넷플릭스는 왜 안 내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는 일본과 홍콩에 둔 데이터 임시 저장고인 캐시서버를 활용하는데, 넷플릭스는 캐시서버를 제공하는 업체에 낸 '접속료'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서 비용은 다 치렀다고 주장합니다. SKB가 일본 캐시서버에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데 따른 '전송료'는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할 몫이라는 입장인데요.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망 관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의무인 만큼 자신들이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정 서비스에 대해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모든 콘텐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도 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정리하면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해 접속료를 지불한 만큼 전송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즉 영화나 드라마 같은 프로그램을 택배 물건으로 가정하면 물류센터에 물건을 가져다 놓는 비용, 즉 접속료는 자신들이 지불한 만큼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비용, 그러니까 전송료는 가져가는 SK브로드밴드가 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SK브로드밴드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물건 택배비를 택배회사에 전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를 넷플릭스를 해외 인터넷 쇼핑몰 물품 공급업체, SK브로드밴드를 택배회사에 비유하면 물품 공급업체가 국내 배송이 가능한 물류센터에 물건 갖다 놓았으니 배송은 택배회사가 알아서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택배회사가 물건 전송을 자부담으로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는 건데, 네이버나 다음이 전송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넷플릭스 태도는 한마디로 ‘배째라’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비판입니다. 넷플릭스의 트래픽은 국내 진출 3년 만에 30배가 증가한 상태입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택배도 물건 크기, 무게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넷플릭스 택배, 트래픽은 크기가 무거워지고 개수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전송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망 중립성 원칙은 차별금지를 의미하는 거지, 망을 공짜로 사용하라는 취지가 아니라는 게 SK브로드밴드 입장입니다. 

▲앵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는 '접속료'와 '전송료' 구분이 넷플릭스의 자의적 주장으로, 망 사용은 기본적으로 유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장은 CP와 일반 가입자라는 2개의 이용자 그룹이 존재하는 양면 시장으로서, CP도 고객인 만큼 망 사용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관련해서 넷플릭스는 '사적 합의'일 뿐이라고 하지만, 넷플릭스가 미국과 프랑스 등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엄연히 '망 사용료'라고 SK브로드밴는 지적했습니다.

▲앵커= 양측 주장이 팽팽한데 재판 결과를 전망해본다면 어떨까요. 

▲윤수경 변호사= 이번 소송 결과는 인터넷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망 사용료에 대한 판례로서 향후 인터넷 생태계에 중대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기업이 법제도를 회피해 국내 인프라에 '무임승차'한다는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는데요. 현 시점에서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하면 넷플릭스 공식 제휴사인 KT, LG유플러스도 망 이용료를 별도로 산정하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사들은 또한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해외 CP에도 망 이용료를 요구할 근거를 마련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최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의 망 이용료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승소하면 국내외 CP와의 망 이용료 협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CP는 물론이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이게 뭐 판결이 어떤 쪽으로 나든 소비자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해보이네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양측의 법정 공방전은 단순히 ‘돈을 내라’ ‘못 낸다’ 수준이 아닙니다. ‘망 사용료’, ‘망 중립성’ 등 인터넷의 질서를 정의하는 개념 논쟁도 얽혀 있는데요.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하면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반기 국내 진출 예정인 디즈니플러스, 국내 최대 트래픽 점유업체인 구글 등으로부터 망 사용료로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입니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승소하면 해외 CP는 물론 국내 업체들까지 망 사용료 지불 거부 사례가 잇따를 수 있습니다. 현재 유선통신 매출의 약 30% 이상이 CP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거액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쪽이 이기든 요금 인상이 우려됩니다. 넷플릭스든 SK브로드밴드든 패소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서비스 이용료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결국 콘텐츠 또는 인터넷서비스 한쪽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국내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측의 주장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입장까지 고려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국내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은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소비자 부담 증가나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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