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납세자가 납세고지서 수령... 적법한 교부송달"
2심 "적법한 교부송달 아냐... 취득세 부과 처분 무효"

▲유재광 앵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23일)은 취득세 부과 취소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사건 내용부터 좀 알려주시죠.

▲박아름 기자= 김모씨는 지난 2011년 5월 택지 개발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토지에 대한 분양권을 매수하면서 분양대금에 ‘프리미엄’ 명목의 돈 8억2천310만원을 더하여 지급하고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세무서엔 프리미엄을 제외한 분양대금만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취득세를 납부했습니다. 이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과세당국이 프리미엄 미신고분에 대한 취득세 5천596만6천600원, 지방교육세 526만7천840원, 농어촌특별세 279만8천300원 합계 6천403만2천740원을 부과했습니다. 

▲앵커= 정상적인 세금 부과인 것 같은데 뭐가 문제가 된 건가요. 

▲기자= 네, 문제는 세무 담당 공무원이 김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납세고지서 송달을 시도하였으나 김씨를 만나지 못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에 세무 공무원은 2016년 6월 17일 아파트 무인택배보관함에 납세고지서를 넣은 후 아파트를 재차 방문하여 무인택배보관함에 납세고지서 등이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했는데요. 

김씨는 이에 대해 구 지방세기본법에서 정한 납세고지서 교부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취득세 부과 처분은 무효로 취소해야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구 지방세기본법이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구 지방세기본법 제30조 제2항은 “제1항의 교부로 서류를 송달하는 경우에는 송달할 장소에서 그 송달을 받아야 할 자에게 서류를 건네줌으로써 이루어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동법 제30조 제5항은 “서류를 교부하였을 때에는 송달서에 수령인이 서명 또는 날인하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수령인이 서명 또는 날인을 거부하면 그 사실을 송달서에 덧붙여 적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상 납세고지서의 교부송달에 있어서는 반드시 납세의무자 또는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현실적인 수령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3908 판결 등 참조)

▲앵커= ‘현실적인 수령행위’라고 했는데 김씨가 납세고지서를 받지 못한 건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수원고법 제1행정부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양측의 다툼이 없거나 증거로 인정되는 ‘인정사실’에 “김씨 또는 김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2016년 8월 30일 이 사건 납세고지서가 보관되어 있는 택배보관함을 열었다가 납세고지서를 수령하지 않은 채 문을 닫았고, 그 후 2016년 12월 16일 김씨가 택배보관함에서 납세고지서를 수령하였다”고 돼 있습니다. 

납세고지서를 무인택배함에 넣은 게 2016년 6월 17일이니까 두 달 여 지나서 택배함을 열어 본 거고, 이때도 납세고지서를 수령하지는 않습니다. 이후 최초 납세고지서를 넣은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6년 12월 16일에 납세고지서를 수령한 것입니다. 

▲앵커= 수령을 하긴 했다는 건데,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일단 1심 재판부는 원고인 김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세무 담당 공무원이 2016년 6월 17일 착수한 교부송달이 김씨 또는 김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택배보관함을 열어본 2016년 8월 30일이나 김씨가 이 사건 납세고지서를 수령한 2016년 12월 16일에 완성되었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수원지방법원 2019. 7. 25. 선고 2015구합2551 판결)

즉 김씨에 납세고지서 교부송달이 이뤄진 만큼 취득세 부과 처분을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김씨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기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취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판결이 왜 뒤집어진 건가요. 

▲기자=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납세고지서를 직접 교부받지 못한 게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령을 거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납세고지서 교부에 갈음해서 택배보관함에 고지서를 넣는 것에 대해 세무 공무원과 김씨 간 의사연락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교부송달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교부송달이 반드시 송달받을 자와 대면하여 할 것까지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택배보관함에 납세고지서 등이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한 것만으로 ‘송달할 장소에서 그 송달을 받아야 할 자에게 서류를 건네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과세 당국이 김씨에게 한 취득세 부과 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취득세는 영원히 부과하지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새롭게 송달 절차를 거쳐 취득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번 재판한 걸 다시 재판해 처벌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처럼 대법원에서 취득세 부과 처분이 무효라는 확정 판결이 나면 취득세를 다시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의 설명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 
“대법원에서 안 됐다 그럼 당연히 부과를 못하죠. 이미 끝난 거니까, 상황이. 고지 절차 자체가 흠결이 있으니까 다시 못하는 거죠. 일사부재리랑 똑같은...”

이창식 회장은 다만, 납세고지서를 송달하면 과세당국이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해 세금 부과 처분을 알려주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애매하고 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취득가액을 낮춰 신고한 건 분명한데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하니 이창식 회장 말처럼 좀 애매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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