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검찰 회유·압박 등 영향으로 뇌물 진술 바꿨을 가능성 배제하기 어려워"

▲유재광 앵커= 성접대·뇌물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다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박아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일단 ‘김학의 사건’ 경과를 다시 좀 짚어볼까요.  

▲박아름 기자= 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및 뇌물 수수 의혹은 지난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직후 불거졌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별장에서 고위직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온 건데, 김 전 차관이 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차관은 임명 8일 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는데요, 검찰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듬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도 접수됐지만 검찰은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려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인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볼 것을 권고했고 검찰 수사단이 꾸려졌습니다. 결국 재수사 결과 김 전 차관은 지난 2019년 5월16일 구속 수감됐고요. 

수사단은 제기된 의혹뿐 아니라 김 전 차관의 다른 뇌물수수 의혹까지 수사해 김 전 차관을 성상납 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적용된 혐의들을 구체적으로 볼까요. 

▲기자=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해서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적시됐습니다. 

또 2003∼2011년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5천1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다만 성폭행이나 특수강간에 대해선 공소시효 한계로 혐의를 적용하진 못했습니다. 

▲앵커= 1·2심 판결이 어떻게 났었죠.

▲기자= 1심은 김 전 차관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면소 혹은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윤씨에게서 받은 뇌물 3천여만원과 성 접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로 판단했습니다. 나머지 스폰서 최씨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차관이 받은 스폰서 뇌물 중 4천300만원은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한 겁니다. 다만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과 성 접대 등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앵커= 1심은 무죄, 2심은 실형, 판결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한 건가요.

▲기자= 대법원은 우선 1심·2심과 마찬가지로 윤중천씨로부터 받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는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직무관련성을 단정 지을 증거가 부족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는 1·2심의 판단을 받아들인 겁니다.

또, 대법원은 2심에서 김 전 차관이 스폰서 최씨로부터 4천3백만 원을 받은 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 등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앵커= 왜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낸 건가요.

▲기자= 대법원은 2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결정적인 증거였던 최씨의 증언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최씨는 당초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수사기관에서 사전 면담을 한 뒤 입장을 바꿨습니다.

관련해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최씨가 연예인 아들이 구설에 오를 것을 우려해 진술하지 않다가 검찰이 송금내역 등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최씨가 증언을 번복한 것으로 보고 유죄 근거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줄곧 최씨 증언의 ‘오염’ 가능성, 즉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는데요. 대법원은 이러한 김 전 차관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대법원이 진술 오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판단 이유나 근거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대법원은 "법정 진술 전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 등 영향으로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최씨가 1심과 항소심 증인신문 전 검찰과 면담하며 기존 자신의 진술을 확인하고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내용을 미리 묻기도 한 점을 그 근거로 들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짜고 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또 이러한 주장과 가능성에 대해 검사가 명확히 반박하지 않았다는 점도 적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측이 지난 2월 청구한 보석도 허가했는데요. 이로써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파기환송심을 받게 됐습니다. 

▲앵커= 이번 판결에 대한 법조계의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뇌물죄에서 증언의 신빙성과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판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건양의 최건 변호사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최건 변호사 / 법무법인 건양] 
“1심에선 무죄로 봤는데 2심에선 유죄로 본 게 증언 자체가 (결정적) 증거가 돼서 이 사람의 증언에 의해 유죄 판결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 증언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본 거죠.”

이와 관련해서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도 "대법원이 증거관계에 대해서 엄격하게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증거라는 것은 형사법의 대원칙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그 사람이 범죄를 범했다고 했을 때 처벌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심증이나 의혹 정도로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계속 검찰 수사단계에서도 계속 문제가 됐던 부분"이라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습니다. 

▲앵커=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의 쟁점과 전망에 대해서도 좀 짚어주시죠. 

결국은 최씨 증언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입니다. 스폰서 최씨에 대해 검찰이 회유 또는 압박을 했느냐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은 증인과 사전 면담한 과정에서 회유나 답변 유도를 하지 않았단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파기환송심에서 회유·압박 의혹을 씻어낸다면 다시 유죄 판결이 나올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아울러 파기환송 판결이 추후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대법원이 검찰의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및 뇌물수수 수사에서 절차적 흠결을 문제 삼은 상황이기 때문에, 출금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적 흠결도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 따져봐야겠지만 일정 부분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유죄'를 전제로 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조치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종민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앵커= 네, 처음부터 제 식구 감싸기 논란 없이 좀 철저히 수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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