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57) 법무부 차관이 사건 당시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조르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으로 1천만원을 줬지만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3일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이틀 뒤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택시기사분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합의금으로 1천만원을 송금했다"며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에 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다만 합의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합의금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BS가 입수해 전날 보도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탔다가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택시기사 A씨가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묻자 "이 XXX의 XX!" 등 욕설을 했다. 놀란 A씨가 "왜 욕을 하세요?"라고 뒷좌석을 쳐다보며 항의하자 이 차관은 답이 없었다. A씨가 재차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라고 하자, 이 차관은 갑자기 손을 뻗어 A씨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 차관은 "XXX, 너 뭐야?" 등의 막말을 이어갔고, A씨는 블랙박스를 가리키며 "어어, 다 찍혀요. 택시기사예요, 택시기사"라고 말했다. A씨가 이어 "신고할 거예요. 모가지(목) 잡았어요. 다 찍혔습니다. 경찰서로 갑시다"라고 하자, 이 차관은 그제서야 A씨의 목을 놓고 뒷좌석에 앉았다. 영상은 37초 분량이다.

앞서 A씨는 첫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이 차관이 합의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건네며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했고 "기사님이 내려서 문을 열어 날 깨울 때 내가 멱살을 잡은 걸로 해주면 안 되겠나"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차관은 경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먼저 제안한 건 A씨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합의가 종료돼 헤어진 후 택시기사에게 전화해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떠냐'는 요청을 했고 택시기사는 이를 거절했다"며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는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더구나 택시기사는 이 요청에 대해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는 취지로 거절했고,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택시기사분이 억울하게 증거인멸죄로 입건까지 돼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A씨가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혐의로 형사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A씨가 이 차관의 요구에 따라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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