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안전 관련 법령 위반하지 않았다 해서 안전성 갖추었다고 단정 못해"

▲유재광 앵커=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은 수영장 어린이 안전사고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수영장 어린이 안전사고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박아름 기자=  A공단이 관리·운영하는 수영장인데 하나의 수영조에 수심 120센티미터인 성인용 구역과 수심 80센미터인 어린이용 구역이 함께 있는 수영장입니다. 이렇게 돼있는 수영장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은 수면 위에 떠있는 ‘코스 로프’(course rope)로 구분하게 됩니다. 

수면 아래엔 별다른 차단막은 없고, 수심 표시는 보통 수영장 벽면에 돼 있는데 여기는 수영조의 각 구역 테두리 부분에 되어 있는 수영장입니다. 

이 수영장에 만 6세, 키 113센티미터인 철수가 엄마, 누나와 함께 어린이용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고 밖으로 나와 쉰 다음 다시 물놀이를 하기 위해 혼자서 수영조에 뛰어갔다가 튜브 없이 성인용 구역에 빠져 의식을 잃고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철수의 부모가 공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청구가 인정될 것인가 하는 사안입니다. 

▲유재광 앵커= 안타까운 사고인데, 철수 엄마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박아름 기자= "수심 표시는 법으로 수영조 벽면에 하도록 돼 있다, 수영장이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고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수영장에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로 철수가 성인용 구역에 빠져 심각한 상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공단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게 철수 엄마 입장입니다. 

▲유재광 앵커= 공단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박아름 기자= 공단은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 없고, 성인용 구역 앞에 코스 로프로 구분하고, 수영장 테두리 부분에 수심 표시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안전수칙 표지판도 3곳에 두어 수심표시를 했고, 각 구역 앞에 130센티미터 높이의 키 재기 판도 두었다.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는 다 취했다. 어린이 보호자에 대하여 어린이가 혼자 수영하지 않도록 경고 방송도 했고, 철수 엄마가 제대로 보호와 감독을 못한 것이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공단은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관련 규정이 어떻게 돼 있나요

▲박아름 기자=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영장의 경우 “수영조의 벽면에 일정한 거리 및 수심 표시를 하여야 합니다. 다만, 어린이용·경기용 등의 수영조에 대하여는 이 기준에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유재광 앵커= ‘다만’ 하고 단서 조항이 있어서 규칙 위반인지 약간 애매한데, 재판 핵심 쟁점이 어떻게 되나요. 

▲박아름 기자=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수영장이 체육시설로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령상의 시설기준을 위반하였느냐 여부입니다. 나아가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민법 제758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 책임’이 있는 지도 따져볼 부분입니다. 

▲유재광 앵커= 관련 판례 같은 게 있나요. 

▲박아름 기자= 일단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시설 기준 등 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여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하는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입니다. 

하나의 수영조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이 함께 있는 경우 수영조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보다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점 등을 감안해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유재광 앵커= 이번 사건에선 판결이 어떻게 나왔나요. 

▲박아름 기자= 공단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는 부모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사고 발생의 공동원인이 되었더라도 이것이 해당 공단에 대하여 수영장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시입니다.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14895 판결)

“위 수영장에는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었다는 점과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의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 때문에 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상 A공단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입니다. 

▲유재광 앵커= 네, 배상이나 보상을 떠나 애들은 잠시 눈 돌리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무조건 사고 안 나게 주의하는 게 최우선인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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