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S 소프트웨어 결함·오작동" vs "운전자 의지 아니면 주행 불가"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은 자동차 스스로 가속하고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한 볼보 차세대 차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소송전이 벌어졌다는 소식 집중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른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기술을 장착한 반자율주행차 급발진 추정 사고 소송은 국내에선 이번 사례가 처음입니다.

반자율주행차 급발진 추정 사고 선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볼보 측 모두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이는데, 법률방송이 관련 소장을 단독 입수해 뭐가 문제라는 건지 청구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볼보, 공포의 질주' 세 번째 리포트, 장한지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수십년간 볼보는 차량 안전 분야에서 선두를 지켜왔다. 그 사실은 절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새롭게 출시되는 볼보자동차에 의해 중상자나 사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볼보코리아 홈페이지에 적힌 글입니다. 볼보의 안전에 대한 절대 자부심이 흠뻑 묻어나는 글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출시되는 볼보자동차에 의해 중상자나 사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자부와 다짐이 무색한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벌어진 겁니다.

[전지혜(가명) / '볼보 급발진 의혹' 피해자]
"이거, 이거, 안 돼! 안 돼! 안 돼! 아악!"

이 사고로 전지혜씨는 얼굴과 척추, 팔과 다리 등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전치 20주의 중상해 진단을 받았고, 영구 후유장해도 남게 됐습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적어도 건강했던 사람이 이렇게 안 좋아졌기 때문에 볼보 측에서 사과를 하고 그 다음에 그것에 대한 보상을 한다든지 그런데 볼보 측에서는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요. 아무런 응답 없이 '소송을 하실 테면 하세요' 이런 식으로..."

이에 사고 피해자인 전지혜씨와 남편, 두 자녀 등 4명이 지난 3월 볼보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장입니다.

피고는 주식회사 볼보자동차 코리아와 공식 지정 판매대리점인 에이치모터스입니다.

소장은 이번 사고의 문제점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결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손배배상 청구원인 1. 설계·제조 결함]

첫 번째 청구원인은 차량 급발진의 원인을 제공한 '설계·제조 결함'입니다.

그 근거로 전지혜씨 측은 주변 CCTV 봤을 때, 급출발 당시 브레이크등이 전혀 들어오지 않은 점을 들고 있습니다.

"CCTV 영상을 보면 브레이크등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는 전지혜씨가 착석한 후부터 차가 갑자기 돌진할 때까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주차된 상태에서 주행을 진행하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변속레버 위치를 P에서 D로 움직여야 한다"고 소장은 적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량 기어가 P 상태에서 급발진한 증거라는 것이 전지혜씨 측의 주장입니다.

실제 차량 내부 영상을 보면 차가 갑자기 출발하는 데 대해 전지혜씨는 "잠깐만, 잠깐만"이라며 엄청난 당혹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지혜(가명) / 경기도 판교]
"어, 어, 어, 어. 잠깐만! 어머! 잠깐만. (왜 이래?) 잠깐만, 잠깐만. 어, 어, 어, 어, 어, 어?"

[손배배상 청구원인 2. 안전장치 미채택 결함]

청구원인 두 번째는 '가속제압 기능'이라고 하는 안전장치를 채택하지 않은 결함입니다.

전지혜씨가 탄 볼보 차량은 급출발부터 국기게양대를 들이받고 차량 앞부분이 전파되기까지 약 500m 구간을 굉음을 내며 시속 120km의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습니다.

이에 대해 소장은 "편도 1차선·왕복 2차선 도로에 제한속도가 30km로 설정돼 있는데 이 사건 차량은 전혀 감속하지 않고 오히려 가속을 하면서 돌진해 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스쿨존을 포함해 무려 4개의 사거리를 신호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다, 차량 출입금지 장치가 있는 청소년수련관 입구를 그대로 통과해 국기게양대를 들이받은 겁니다.

당시 장면을 목격한 판교 주민은 인터넷 맘카페에 "플랫폼에서 기차 지나가는 줄 알았다"며 "타는 냄새도 나고 한 블록 안쪽으로 낙엽 날리는 정도 속도였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저속주행 구간에서 비정상적으로 고속주행을 하거나 운전자가 갑자기 가속페달을 비정상적으로 밟을 경우 가속을 중단시키고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가속제압 기능'이 있습니다.

없는 기술도 아니고 볼보도 구현 가능한 기술이며 '토요타' 같은 경쟁사도 이미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볼보 차량에서 아무도 죽거나 중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공연히 목표로 표방하고 있는 볼보가 해당 기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운전자 보호와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이 전지혜씨 측의 주장입니다.

[하종선 변호사 / '볼보 급발진 의혹' 법률대리인]
"왜 급발진에 대비해서 그와 같은 장치를 경쟁사인 토요타는 2018년부터 하는데 왜 안 달았느냐, 공개적으로 '제로'라고 사망이나 상해나 발생시키지 않겠다, 그런 약속에 위반해서..."

[손배배상 청구원인 3. ADAS 소프트웨어 결함]

마지막 세 번째는 볼보가 해당 차량에 채택하고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이른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기능 결함 주장입니다.

ADAS 기능은 제한속도 등 도로 표지나 앞차와의 거리 등 도로 상황을 차량 스스로 인식해 위험을 회피하는 게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론 △앞차와의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도로 위 속도제한을 읽고 경고하는 '도로표지 인식' 기능 △읽은 뒤 제한속도를 조절하는 '자동 속도 제한' 기능이 있습니다.

여기에 △충돌 위험 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자동 긴급 제동장치' △충돌이 불가피할 경우 옆 차로로 회피하는 '자동 긴급 조향장치' 등도 ADAS 기능에 포함돼 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에 도달하기 위한 핵심 기술들입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면서도 국기게양대를 들이받을 때까지 도로에서 위험 요소는 전부 회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지혜씨 측은 소장에서 "사고 과정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서 있는 사람과 1톤 과일 트럭을 연달아 피하고 차선을 변경해 고속으로 질주하면서 반대편 차선의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위치를 정확히 잡아 직진한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지혜씨의 남편 윤성중씨는 당시 상황과 핸들을 통제한 건 운전자인 아내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윤성중씨(가명) / 전지혜씨 남편]
"그 순간 자체가 너무 공포스러워서 어떻게든 내가 제동을 하려고 했는데 운전대를 잡으려고 했는데 이게 (통제가) 안 됐다는 거. 그러니까 차가 갑자기 출발했지 핸들도 전혀 제동이 안 되지 그러니까 너무 공포스러워서..."

이에 소장은 "차량 주행을 컨트롤하고 있는 주체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전지혜가 아니라 차량 자체다. 차량에 내재된 ADAS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즉 AI"라고 적고 있습니다.

볼보가 자랑하는 스스로 가속하고, 스스로 핸들링하고,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최신 ADAS 기술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ADAS 기능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에 결함과 오작동으로 운전자 개입 없는, 급발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사고라는 것입니다.

[하종선 변호사 / '볼보 급발진 의혹' 법률대리인]
"속도제한 표지가 있는데, 그러한 것을 이 차량이 인식을 하지 못하고 계속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이면서 급발진 돌진을 해간 것이죠. 그러한 점에서 이거는 자동차 제조사의 지배영역에 있는 차량을 제어하는 메인 컴퓨터에 문제가 있었다..."

반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ADAS 기능이 이번 사고를 촉발했고, 피해를 키웠다는 전지혜씨 측의 주장.

이에 대해 볼보코리아 측은 법률방송에 "해당 고객의 모델 변속기는 기어레버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변속을 하지 않을 경우 주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볼보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해당 ADAS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쟁점은 기존 차량들의 급발진 추정 사고 소송을 뛰어넘어, 반자율차 핵심기술에 급발진 가능성 등 원천적인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어서 재판이 전개되면 양측이 첨예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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