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검사 휴대폰 제출 거부 보도에 박범계 "정당하면 응해야"

[법률방송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관련 일부 검사들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당하면 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흰 말은 말이 아니다. 오늘(26일) 뉴스 사자성어는 '백마비마(白馬非馬)' 얘기해 보겠습니다.

박범계 장관은 오늘 출근길에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정당하면 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다 절차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니까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면 진상조사가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엔 박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엔 바뀌어야 한다.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위법 소지가 크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박 장관은 어제도 "반드시 유출 진상을 확인하도록 매일같이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 지시에 따라 감찰에 착수한 대검은 검찰 내부 온라인망에 올라온 '이성윤 공소사실'을 열람한 검사들 가운데 ‘유출 의심 검사’를 10~20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오늘 새벽 온라인에 출고된 기사에서 "일부 검사들이 '휴대전화 감찰에 따라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대검이 휴대전화 통화 및 메시지 사용 기록을 보려고 '임의 제출' 형식으로 휴대전화를 받으려 했으나 이들 중 일부 검사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는 게 조선일보 보도입니다.

"검찰 내부에선 '기소 후 공소(범죄) 사실 공개는 피의 사실 공표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근거 없는 감찰에 대한 당연한 반발'이란 비판이 나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박 장관의 "당연히 응해야 한다"는 발언은 해당 보도 관련한 질문에 나온 답변입니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에 대한 대검 감찰이나 공수처 수사를 비판하는 쪽의 논거를 압축하면 대강 이런 것 같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에 기소된 건 지난 12일이다, '이성윤 공소장' 보도가 나온 건 하루 뒤인 13일이다, 이미 기소가 된 만큼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소장 유출은 죄가 되지 않는다, 대략 이런 논리입니다.

나열된 팩트들 자체엔 틀린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의 나열이나 조합이 꼭 '진실'이 되는 건, 어떤 경우 아닙니다.

특히 배경과 맥락을 거세한 사실의 조합은 종종 진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공소장 내용 유출이 죄가 되지 않는 건 우리 헌법이 '공개재판주의'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재판 첫 공판에서 검사가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는 것도 이런 차원입니다.

'당신은 이런 이런 죄를 지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거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겁니다.

그리고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아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은 법정에서 검사가 밝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반박하고 다툽니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경우 이 과정에 언론이 양측 입장을 공정하게 보도하느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공소사실과 검찰 주장이 알려지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판도 하기 전에, 심지어 피고인과 변호인이 공소장을 전달받기도 전에 공소장 편집본이 특정 보수신문에 전달이 돼서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도가 되고, 도하 모든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경쟁적으로 써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왜 이성윤 공소장 유출만 콕 집어서 대검이 감찰을 하느냐, 표적 감찰이다'는 반발도 있는 듯한데, 이건 거꾸로 왜 이성윤 공소장만 콕 집어서 유출이 됐는지, 그것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까지 엮어서, 뭔가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알 권리'를 들어 언론에 공소장을 유출한 걸 정당화 하는 의견도 있던데, 국민 알권리를 위한다면 기소를 하고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와 기소내용을 소상히 알리는 방안도 있는데, 꼭 이런 방식이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련해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17일 자신의 SNS에 "검찰이 일부러 검찰개혁을 조롱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한 무신경함으로 저지르는 인격 살인"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검찰과 크게 갈등하며 척을 졌음을 감안해도, 분명 들어야할 부분이 있는 말 아닌가 합니다.

백마비마(白馬非馬)라는 말이 있습니다.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언뜻 들으면 저게 뭔 말인가 싶기도 한데, 중국 전국 시대 조나라 출신 명가(名家) 사상가인 공손룡이 한 말입니다.

명가는 중국 고대 논리학파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공손룡에 따르면 흰 것은 색깔을 가리키고, 말은 형체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색깔과 형체를 동시에 나타내는 '백마'라는 단어는 '형체'만 지칭하는 ‘말’과 구분되는 단어고, 따라서 '백마는 말이 아니다'라는 게 공손룡의 논리입니다.

언뜻 헛소리나 궤변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명분과 실재를 혼동해서는 안 되고 그 관계를 바로 잡아야 올바른 정치가 실현된다는 취지입니다.

좀 복잡하기도 하고 언뜻 들으면 그럴 듯 하기도한데, 하지만 직관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압니다. 백마도 말이라는 것을. 공손룡의 백마비마는 틀렸다는 것을.

이에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는 "백마가 말이 아니라면 성문을 통과할 때 '말 통행세'는 왜 내는 것이냐"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공손룡의 '백마비마' 논리를 한방에 깨뜨렸습니다.

그럴듯해 보여도 궤변은 언젠간 깨지기 마련 아닌가 합니다.

공수처가 '이성윤 공소장 유출' 관련 정식 사건번호를 붙이고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피의사실 공표죄는 적용 대상이 아니고 형사·사법 업무 종사자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형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나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도의 혐의 적용을 검토할 걸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실정법 위반 여부 처벌은 차치하고라도, 감찰이든 수사를 통해서든 누가, 왜, 무슨 이유로 공소장 편집본을 유출했는지 진상은 꼭 밝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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