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 1심 무기징역 선고... 재판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 사회로부터 격리"
양부 징역 5년 선고... 시민들 "살인죄 처벌, 법정 최고형" 팻말 호송차에 흔들어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양의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양의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무기징역 선고가 정말 실망스럽다. 죄 없는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도 이 정도 벌을 받는다면 다른 아동학대 범죄자들에게 '아이를 죽여도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학대와 폭행 끝에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검은 상복을 입고 정인이의 영정사진을 안은 채 오전부터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선고를 기다리던 이수진(35)씨는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 양부 안모씨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터뜨렸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입양모 장씨 살인죄 처벌', '법정최고형', '살인 공범 양부'라고 쓴 팻말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장씨가 탄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가 나타나자 팻말을 흔들며 장씨의 실명과 함께 "사형"을 외쳤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주위적 공소사실 즉 주된 범죄혐의), 아동학대치사(예비적 공소사실)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 대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정인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인이를 폭행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발로 누워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미 손상을 입은 상태였던 피해자의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할 경우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폭행 후 119 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양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 보호와 양육의 대상인 피해자를 오히려 잔혹한 학대 대상으로 삼다가 생명마저 앗아갔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하다가,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장씨가 정인이를 상습학대·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 당일 살해의 의도를 가지고 복부를 밟는 등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인이 된 장간막·췌장 파열은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으로는 췌장 절단, 장간막 파열 등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손이나 발 등 신체 부위로 복부에 강한 둔력을 가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정인이의  우측 대퇴부와 후두부, 늑골 쪽 상처 등에 대해서도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폭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부 안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안씨는 정인이를 학대하고, 장씨의 폭행과 학대를 방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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