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만 처벌 대상... 일상생활 성희롱은 처벌 규정 없어"
"형법 협박이나 강요죄, 모욕죄 적용도 안 돼... 입법공백 해소해야"

▲유재광 앵커= '이윤우 변호사의 시사 법률' 오늘(14일)은 성희롱 처벌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변호사님, 먼저 사건 내용부터 볼까요.

▲이윤우 변호사= 최근 한 택시기사가 외국인 여성 승객에게 "금전 대가를 지급할테니 잠자리를 갖자"고 제안 아닌 제안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 승객은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였음에도 이렇다 할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려고 해서 논란이 됐던 사례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앵커= "돈 줄 테니 나랑 자자", 명백한 성희롱 발언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왜 그냥 사건을 종결하려 한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네, 이게 상당히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일반적으로 성희롱이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성희롱을 규율하고 있는 법률은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이 있는데요.

여기에서 규율되고 있는 모든 성희롱은 일상생활이 아니라 단지 직장 내 등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희롱을 한 경우뿐입니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발언에 관하여는 특별히 규율하고 있는 규정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일종의 '입법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앵커= 이게 꼭 '남녀고용평등법' 이런 게 아니어도 일반 형법 규정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반 형법에는 성희롱 발언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택시운전사의 사례의 경우 적용을 검토해 볼 만한 형법 규정으로는 협박죄, 강요죄, 모욕죄 정도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먼저 협박죄의 경우 객관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할 때 성립하는데요. 그런데 단순히 금전 대가를 지급할테니 잠자리를 갖자는 권유를 한 것만으로 구체적인 어떤 해악을 고지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협박죄로 사안을 포섭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경우 성립하는데, 마찬가지로 강요죄도 폭행 또는 협박을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에 협박 자체가 인정되기 어려워 택시운전사를 강요죄로 처벌하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협박도 강요도 안 되면 모욕죄,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돈을 줄 테니 나랑 자자" 이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심한 모욕을 느꼈을 것 같은데요.

▲이윤우 변호사= 이것도 애매합니다. 모욕죄는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만 성립하는데 택시 안에 택시운전사와 피해자 여성 손님 둘만이 있었던 경우에는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어서 즉, 공연성이 인정될 수 없어 모욕죄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도 마찬가지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야 성립하는데 '나랑 자자'는 표현이 어떤 사실을 적시한 것도 아니고, 앞서 언급한 공연성도 없어 역시 처벌이 어렵습니다.

▲앵커= 황당하네요. 형법도 안 되고, 그럼 이 택시기사를 처벌할 수 있는 아무런 법이 없다는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그래서 저도 이번 사례에 대해 자세히 검토를 해보았습니다. 현재 특별법으로 성매매처벌법 정확히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이 특별법은 성매매를 한 자와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 등 행위를 한 자를 모두 처벌하는 법률입니다.

그리고 성매매처벌법 제2조에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를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고, 제19조에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를 한 자, 즉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번 사례 택시운전사의 경우는 여성 승객에게 성매매, 즉 금전을 지급하는 대가로 잠자리를 가지자고 발언한 것은 여성 승객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것으로 포섭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이게 실제 성관계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는데, 성매매 미수범도 처벌을 받나요, 어떤가요.

▲이윤우 변호사= 네, '성매매를 한 자'의 경우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서 성행위를 하지 않은 자는 처벌이 불가합니다. 그러나 성매매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는 명문상 성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가 있는 것 자체로 혐의 성립이 가능해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경찰은 왜 사건을 그냥 종결하려 한 건가요, 어떻게 봐야 하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일단 이번 사례에서 택시기사를 성매매처벌법으로 포섭이 가능하다고 말씀 드린 것은 제가 법률 해석적으로 가능해 보인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 실제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가 성매매처벌법의 '성매매를 권유한 행위'로 포섭해 처벌이 가능한 지는 법원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받아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제가 여러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니까,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로 기소가 이뤄져서 형사재판으로 넘어간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즉,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고 '권유'에 대한 법원의 해석 사례가 현재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안 관련해서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얼마 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이 부여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법률적으로 비전문가인 경찰에게 이렇게 기존 판례도 없는 범죄의 성립에 관한 법률 해석을 검토해서 수사를 진행해 나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경찰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으로 기소된 전례도 없고, 이런 사건을 수사해서 넘긴 적도 없고 하니, 관성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려 한 것 같습니다. 꼭 이번 사안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보면 애매한 사례들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경찰이 어지간해서는 수사를 종결하고 있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사례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법원 판단을 받아 볼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결국 이건 기소된 적이 없으니 그냥 종결하자,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그런 문제점이 있네요. 일단 이번 사건에 국한해서 봐도 뭔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윤우 변호사= 그렇습니다. 일단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 현재로서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든 검사가 기소를 하든 어떻게든 법원의 판단을 받아 성매매 권유 해석으로 포섭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성희롱의 경우 그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현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는 것은 입법공백이라고 생각됩니다. 직장을 넘어서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성희롱의 경우도 처벌할 수 있는 입법이 하루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이런 입법공백은 조속히 해소돼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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