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형이 없다”... 이성윤 기소와 아내무형(我乃無兄)
“나에게는 형이 없다”... 이성윤 기소와 아내무형(我乃無兄)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5.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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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 검찰 '넘버 2' 현직 서울중앙지검장 기소
이성윤 "수사 외압 안 했다... 재판에서 명예회복 하겠다"
직권남용이냐 표적수사냐, 법원의 시간 냉철히 지켜봐야

[법률방송뉴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법정에 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얘기인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12일) '뉴스 사자성어'는 나에게는 형이 없다, 아내무형(我乃無兄) 얘기해 보겠습니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직권남용 혐의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오늘 기소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지휘부에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입니다.

오늘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주체는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입니다.

앞서 그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어제 수사팀의 이 지검장 기소 보고를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사실상 검찰 내 ‘넘버 2’인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같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한 겁니다.

수사에서 기소까지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반대의 두 입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그러면 희대의 권력형 성범죄 피의자 김학의가 해외도피 하는 것을 두 눈 멀거니 뜨고 수수방관 했어야 하냐. 열심히 할 일 한 검사에 대한 적반하장·본말전도 수사가 문제라는 이성윤 지검장을 옹호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반면, 실체적 정의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 절차적 정의를 도외시하는 검찰권 행사는 군사정권 시절 무소불위 권력기관들의 불·탈법한 권력 남용과 본질에 있어 다를 게 없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직권남용 혐의 유무죄야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관심은 이성윤 지검장의 거취와 용퇴 여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 지검장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쪽에선 검찰 수사의 ‘의도’를 의심합니다.

차기 검찰총장 낙마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서도 끌어내리려는 거다. 김오수 총장이 와도 어디에도 쓰이지 못하게 대못을 박으려는 것이다. 그럴수록 버텨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시각엔 수사권과 기소권을 틀어쥔 검찰이 검찰개혁과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고 무력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사퇴해야 한다는 쪽에선 ‘결과’를 가지고 얘기를 합니다.

의도나 경위, 과정을 떠나 어찌됐든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된 만큼 자리를 지키는 건 부적절하다.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배제·징계는 별도의 절차이고 제도“라며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직무배제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성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에 눈감았던 데 대한 문제제기도 할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는 이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일단 직무배제 등 인사조치와는 선을 그은 건데, 당사자인 이성윤 지검장은 “수사 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기소 직후 낸 입장문에서 “수사 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결국 기소에 이르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그러면서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거취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으나 ‘명예회복’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입니다.

사마천 사기 ‘만석장숙(萬石張叔) 열전’에 아내무형(我乃無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직역하면 “나에게는 형이 없다”는 뜻입니다.

전한(前漢) 5대 황제 문제의 총애를 받은 ‘직불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황제의 총애를 질시한 사람들이 “형수와 정을 통한다”고 헐뜯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 직불의가 한 말입니다.

애초 형이 없는데 정을 통할 형수가 어디 있냐는, 어떻게 보면 코웃음입니다.

비슷한 고사로 후한(後漢) 광무제 때 ‘제오륜’이란 사람의 얘기가 ‘후한서(後漢書)’에 전하고 있습니다.

역시 황제의 총애를 시기한 사람들이 "장인을 구타하는 패륜아"라고 비난하자 제오륜은 황제에게 신삼취처(臣三娶妻) 개무부(皆無父), "신은 세 번 처를 얻었으나 모두 아비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아비 없는 처, 없는 장인을 어떻게 구타하냐는 말입니다.

정권과 궤를 같이하며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황제의 총애를 질시한 사람들에 억울하게 비방과 헐뜯김을 당한 ‘직불의’나 ‘제오륜’이라는 얘기를 하는 건 물론 아닙니다.

다만 이 지검장에게 ‘형’과 ‘장인’이 없는데, 혐의가 없는데 검찰이 총장 등 인사 관련 무리하게 이른바 표적수사를 한 건지, 아니면 혐의 입증이 상당히 까다로운 직권남용에 대해 이 지검장이 일단 부인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이제부터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차분하고 냉철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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