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장관 "백척간두 나날 연속... 검찰개혁 아직도 많은 노력 필요"

[법률방송뉴스] 취임 100일을 맞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오늘 자신의 SNS “백척간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늘(7일) ‘뉴스 사자성어’는 귀신도 길을 피해준다, 귀신피지(鬼神避之) 얘기해 보겠습니다.

박범계 장관은 자신의 SNS에 “법무부장관으로 일한지 100일이 되었네요”라고 말문을 열며  “백척간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지난 100일을 자평했습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하루하루가 위태롭고 아슬아슬했다는 소회를 밝힌 겁니다. 

법무부장관 부임과 역할 수행에 대해선 “운명적 과업이라는 대통령님의 임명장을 받아들고 나름 쉼 없이 달려왔으나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공존의 정의’와 ‘민생’을 언급한 박 장관은 뜨거운 감자 ‘검찰개혁’ 얘기를 꺼냈습니다.

"검찰개혁에 관한 뜨거운 관심, 잘 알고 있다. 공수처 설치, 수사권개혁에 이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장관의 말입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1일 취임사에서도 “국민의 검찰개혁 명령을 완수하려 한다”고 검찰개혁을 취임일성으로 울렸습니다.

취임사와 SNS 글에 담긴 지난 100일을 압축하면 '나름 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배고프다' 정도로 읽힙니다. 

오늘 오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박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백척간두 같은 나날이었는데 무사히 잘 왔다”고 백척간두를 다시 강조했습니다.  

박 장관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민정수석 패싱’ 논란으로 신현수 당시 민정수석과 대립한 바 있습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선 검찰 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총장 직을 던지는 등 편하거나 조용할 날이 드문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박 장관이 지난 100일을 ‘백척간두의 나날’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백척간두에서 당분간은 내려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당장 김오수 총장 후보자 제청 관련 ‘친정권 방탄 총장’ 논란은 논의로 하더라도 김오수 총장 임명 뒤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직과 그 후속 인사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박 장관은 “이번 인사 규모는 좀 크게 될 것”이라며 착실하게 잘 준비해서 인사를 잘 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또는 고검장 승진이나 대검 차장 기용 등과 관련한 질문엔 “너무 디테일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해갔습니다. 

인사 내용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파장은 불가피해보이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 등을 놓고 검찰과 갈등하며 충돌할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여당 인사들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완박’ 본격 추진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이 과정에 박범계 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검찰의 거센 반발을 제압하고 적극적으로 호응하느냐 여부도 관심이고 지켜볼 대목입니다. 

사마천 사기 ‘이사 열전’에 단이감행(斷而敢行) 귀신피지(鬼神避之)라는 사자성어가 나옵니다. ‘뜻을 세워 과감하게 실행하면 귀신도 길을 피해준다’는 뜻입니다.

법가 사상가인 이사는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일통하는 패업을 이루었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승상에 올라 화폐와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중앙집권체제의 초석을 다진 인물입니다.

‘단이감행, 귀신피지’는 사기 이사 열전에 나오지만 해당 발언은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를 만들어 낸 희대의 간신 조고가 한 말입니다.

순행 중 진시황이 죽자 맏아들 부소에게 제위를 넘겨준다는 유서를 조작해 막내아들 호해로 하여금 황제의 자리를 잇게 하려고 이사를 설득하며 한 말입니다.

단이감행(斷而敢行) 귀신피지(鬼神避之) 후유성공(後有成功). 과감히 결단을 내려 행동하면 귀신도 이를 무서워 피해 달아나고 후에 반드시 성공할 일만 있다.

조고의 꾐에 넘어간 이사는 황위 찬탈에 가담했고, 호해를 2세 황제로 옹립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후에 팽을 당해 허리가 잘려 죽는 요참형을 당했습니다.

귀신피지(鬼神避之)라며 시황제의 유서를 조작한 조고도 결국은 곱게 죽지 못하고 삼족이 도륙을 당하는 멸문의 화를 입었습니다.

뜻을 세워 과감하게 실행하면 귀신도 길을 피해준다. 힘과 의지가 있으면 일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일이냐, 정도(正道)냐 아니냐 인 것 같습니다.

하도 '검찰개혁', '검찰개혁' 들어서 어떻게 보면 이젠 좀 질리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한 감도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박범계 장관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제대로 일을 추진해가길 기대해 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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