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급여항목 치료비 배상하고 위자료도 지급해야"
법률구조공단 "백화점 무책임한 태도 법원이 지적한 것"

▲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은 백화점에서 일어난 엘리베이터 사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왕성민 기자, 먼저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시죠.

▲왕성민 기자= 네, 51년생 최모씨와 50년생 김모씨 부부는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백화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백화점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던 중 갑자기 에스컬레이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뒤로 넘어지면서 '요추부염좌' 등 남편 최씨는 전치 3주, 부인 김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각각 입었습니다.

▲앵커= 에스컬레이터가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손으로 잡고 가는 ‘핸드레일’에 문제가 생겼는데요. 부품 고장으로 핸드레일은 멈췄는데 발판은 계속 올라가는 상태가 됐습니다. 이에 핸드레일을 잡고 있던 부부 입장에서는 손은 멈춰 선 핸드레일을 잡고 있고, 발판은 계속 위로 올라가다 보니 뒤로 넘어져 상해를 입게 된 것입니다.

▲앵커= 다친 부부 입장에선 황당한 사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사고로 당시 백화점 안전관리 담당 직원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는데, A씨는 형사합의금으로 500만원을 부부에게 지급했고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형사합의금과 별도로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백화점을 상대로 남편 최씨는 치료비 330여만원과 위자료 2천만원 등 2천 330여만원을, 아내 김씨는 치료비 80여만원과 위자료 4백만원 등 480여만원을 각각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치료비는 실비를 청구했을 것 같고, 위자료는 어떻게 산정했나요.

▲기자= 사고직전 남편 최씨는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취업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이 사고로 근무가 6개월 가량 늦어진 점, 여기에 상해 치료 입원을 이유로 뇌혈관이나 치매보장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등 유·무형 손해를 감안해 위자료를 산정했습니다.

▲앵커=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공단은 해당 사고가 단순히 에스컬레이터 멈춘 정도가 아니라 핸드레일과 발판의 진행방향이 일치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사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씨가 실제로 근로수입이 있었거나 혹은 기대되었다는 점까지 고려해줄 것을 주장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쇼핑 시설을 넘어 여가와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만큼,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백화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데도 공식 사과조차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민사상 배상책임으로라도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백화점 측은 뭐라고 반박했나요.

▲기자= 백화점 운영사는 원고들이 기왕에 있던 질병이나 증상을 고려해 일정 치료비만을 인정하고 충격파 치료 등은 '비급여 항목'임을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자료에 대해서도 담당 직원과 형사합의가 있었음을 이유로 인정되지 않거나, 혹은 감액되어야 한다고 맞섰는데요. 다해서 88만원만 주겠다는 게 백화점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일단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단 측은 백화점이 고객에 대한 안전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만큼, 에스컬레이터 점유자로서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반면 백화점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부부가 사고와 무관한 부분까지 과잉 진료를 받으면서 지나친 배상을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선 건데요. 재판부는 민법 제758조를 근거로 백화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치료비와 관련해서는 에스컬레이터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인정되는 정형외과와 정신과 치료, 보완적 치료로서의 IMS 치료와 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항목 치료비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남편 최씨에게는 200만원, 부인 김씨에게는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해, 백화점은 부부에게 총 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해당 판결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최씨 부부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고양출장소의 황철환 변호사는 “부부가 이미 형사합의금으로 500만원을 받았음에도 법원이 다시 남편에게 200만원, 부인에게 100만원이라는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백화점 운영주체의 무책임한 태도를 (법원이) 지적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황철환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백화점은 쇼핑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휴식과 여가의 공간이 된지 오래”라며 “백화점 내 안전사고에 대해서 백화점은 민법 제758조의 점유자 책임을 넘어 신의칙상 안전보호의무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고, 백화점은 이같은 시설의 운영주체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안전사고가 일어났는데 빌미를 잡힐까봐 우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화점이 정식으로 사과도 안 했다는 게 참 그러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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