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결은 유죄입니다”... 사법부 향한 일침, ‘불량 판결문’ 저자 최정규 변호사 인터뷰
“그 판결은 유죄입니다”... 사법부 향한 일침, ‘불량 판결문’ 저자 최정규 변호사 인터뷰
  • 박아름 기자
  • 승인 2021.04.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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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노예 사건' 등 공익소송 전문 변호사... "법원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법률방송뉴스] 법정에서 재판장은 말 그대로 재판 당사자와 변호사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적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악법은 법이 아니고, 불량 판결은 판결이 아니라는 대담한 주장을 대놓고 펼치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불량 판결문‘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책과 사람들’, 박아름 기자가 최정규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리포트]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국회의사당 앞.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성토하며 위자료 100만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저희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6명, 총 7명을 대상으로 오늘 소장을 제출합니다. 더 이상 이런 장애인 비하발언을 하지 않도록...”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해도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 “조국 이 사람은 정신병이 있다, 성격장애”, “그런 상태로 총리가 된다면 이것은 절름발이 총리”,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서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장애인 비하발언들 입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러한 차별적 발언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서 아까 이야기 들으신 것처럼 장애 당사자 분들이 굉장히 마음 아파 하십니다. 실천규칙에 이런 비하발언을 하지 않도록...”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최정규 변호사는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한 공익사건 전문 변호사입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피고 여섯명, 국회의원들에게는 각 위자료 100만원씩을 저희가 청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국회법상 징계절차를 가동시키고 더 나아가서...”

장소를 옮겨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 얘기를 더 물어봤습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데 한없이 온순해 보이기만 하는 최정규 변호사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지적장애 2급에 굉장히 중요한 장애가 있는 그런 장애가 있는 지적장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처벌불원서. 그게 자필로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인쇄된 종이에 단지 이름과 지장이 날인돼 있을 뿐인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정말 진의인지 제대로 헤아려보지도 않고 판결을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게 최정규 변호사의 법정과 판사를 향한 성토입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처벌불원서) 부분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판결을 선고한 그 재판부에 대해선 저희가 봤을 땐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분명히 어떤 부정한 목적이 있었거나 아니면 평균적인 법관이 기울었어야 할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

법원을 성토하는 최정규 변호사의 입에서 익숙하지만 사라져야할 단어가 나옵니다. ‘전관예우’입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이 재판의 변호인이 2012년까지 목포지원장을 했던 법관출신 변호사였습니다. 이른바 전관예우가 의심되는 그런 부분인데요, 물론 저희가 소송에서 전관예우의 의심이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전관예우라는 부분은 저희가 입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법원 스스로 밝혀냈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전관예우’ 네 글자로 대변되는 우리 법원의 왜곡된 행태와 여기서 비롯되는 사법불신.

최정규 변호사가 ‘불량 판결문’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배경입니다.

책은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제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법원에서 여러 가지 좀 불편부당한 일들을 당한 어떤 것들을 고민 고민하다가 이번에 책을...”

법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일어나는 불편부당함.

책은 제1장 ‘악법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악법도 법이다. 그러니까 나쁜 법이어도 지켜야 한다, 그런 어떤 식으로 저희 어떤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계속 주저하게 만드는 그런 파워라고 생각이 돼서 책 시작을 악법도 법이 아니다. 악법이 법일 수 없다...”

악법은 따르고 지켜야 할 법이 될 수 없듯, 상식과 정의에 어긋나는 ‘불량판결’은 판결이 아니라고, 나아가 ‘그런 불량판결은 유죄’라고 최정규 변호사는 목소리 높여 말합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저희가 시민으로서 당연히 우리가 법원의 판결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런 불친절한 서비스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데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상식에 반하는 법은 고쳐지고 당연히 수정돼야 된다...”

최정규 변호사는 나아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20세기 초 영국 역사가 존 액튼의 말을 인용하며 국민을 받들어야 할 법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합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판사가 사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사법권력을 잠시 일정한 기간 동안 행사할 뿐인데 마치 주인처럼 군림하고 있는 그런 행태들이 많이 보여서...”

직접 겪은 일을 말해달라고 하니 검찰 주장을 탄핵하기 위한 반대심문을 하고 있는데, 심문은 듣지 않고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판사도 있었다며 개탄해마지 않습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이게 가장 ‘형사소송의 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제가 계속 물어보고 답하고 하는 과정에서 어, 판사를 힐끗 봤는데 졸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거는 책에 담지 않았던 내용인데요. 졸고 있었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열심히...”

패소 판결이 나올 경우 이런 재판 결과를 누가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최정규 변호사는 지적합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국선 변호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열심히 피고인을 위해서 검찰 측 증인을 탄핵심문하고 있는데 판사는 졸고 있지’ 라는 부분이 굉장히 불쾌하고. 아, 내가 이 재판에서 정말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저는 솔직히...”

책은 이렇게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는 특히 민사사건의 70%를 차지하는 3천만원 이하 이른바 ‘소액사건’ 판결문을 향해 “판결 사유도 없는 판결문이 말이 되냐”고 일침을 날립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1심 판결문에 판결 주문만 있고 판결 이유가 없습니다. 내 주장을 판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거에 대한 해답을. 그게 내 주장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기각하든지. 그런 성의 있는 답변을 받을 수 있어야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를 저희가 보장받는 것이지 단순히 판결문 나왔네. 이유는 없네. 그런 '복붙 판결문‘을 받고 우리가 과연...”

‘권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게으름과 억압적 태도, 최정규 변호사는 법정의 주인은 판사가 아닌 시민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많은 분들이 굉장히 법원에서 법관의 권위에 억눌려 있는, 단순한 존중의 차원이 아니라 굉장히 억눌려 있는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물론 저희가 법정과 법원의 어떤 권위에 당연히 존중하고, 권위에 승복해야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 법원의 주인과 이 법정의 주인은 저희 시민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지난 2015년부터 ‘디딤돌 판결·걸림돌 판결 선정 사업’을 지속해온 것도 법정의 주인인 시민의 권리 찾기, 법원 제 자리 찾기 운동의 주요 일환입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그래서 2015년에 사단법인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장애인권과 관련한 판결문들을 다 찾아서 장애인권의 신장에 도움 되는 판결은 디딤돌 판결, 걸림돌이 되는 판결은 걸림돌 판결, 이런 식으로 시작하게 됐고요. 이게 장애인권과 이주인권뿐만 아니라 최근에 많이 문제되는 아동인권이라든지 성폭력사건이라든지 여러 해당분야에 있는...”

인터뷰 말미 최정규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자필 서명을 적어 자신이 쓴 ‘불량 판결문’ 책을 선물했습니다.

‘최정규’ 이름 위에 적힌 ‘법원의 주인은 바로 당신’이라는 10글자가 최정규 변호사를 보는 듯합니다.

[최정규 /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어떤 사람이 재판을 받는데 이 사람이 재벌 총수이든 아니면 노숙자인 시민이든 법원에서만큼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변호사가 있든 없든 변호사를 400명을 선임할 수 있든 아니면 1명도 선임하지 못해 ‘나홀로 소송’을 하든 법원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건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정말 그런 사회와 정의가 구현되는 법정과 법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법률방송 박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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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ahreum-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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