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위반 사건, 1심 이어 2심 '무죄' 판결 법원 "규정속도 준수,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고"

▲유재광 앵커= 스쿨존을 주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라니처럼 튀어나온 초등학생을 친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오늘(16일)은 '민식이법' 얘기해 보겠습니다. 동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동영상인가요.

▲윤수경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경찰은 민식이법 위반이랍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피할까요'라는 제목으로 지난 6일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동영상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당 영상 속 운전자 A씨는 지난달 29일 전남의 한 도로를 주행하다가 한 초등학생과 부딪히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했습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 속 A씨는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다가 인도에서 갑작스레 차도로 뛰쳐나오는 초등생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차로 쳤습니다.

차도로 나오기 전 초등생은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과 길을 걷다가 갑자기 뛰쳐나와 차에 부딪힌 뒤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내 초등생은 벌떡 일어나 맞은편 인도로 건너갔습니다.

▲앵커= 진짜 말 그대로 고라니처럼 튀어나왔네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A씨는 "어린이 보호구역이 맞고 사고 당사자는 초등학생"이라면서도 "솔직히 제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다. 아무도 피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저렇게 고라니처럼 튀어나와 버리는데"라면서 "오늘 경찰서 가서 피의자 신문 조사하고 도장 찍고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서 가서 피의자 신문 조사하고 도장 찍고 왔다"며 "벌점은 15점에 벌금은 5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더라. 검사가 보고 봐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조사관이 말해줬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그 조사관은 이런 사고 피할 수 있을까요?"라며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앵커= 이게 뭐, 한문철 변호사는 뭐라고 촌평을 했나요.

▲윤수경 변호사= 한문철 변호사는 "만약 블랙박스 차량이 규정 속도인 시속 30㎞ 이하로 운행했다고 해도 아이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잘못이 없어야 옳겠다는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그러면서 "민식이법 위반으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보낼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꼭 무혐의 받으시길 기원하겠다"고 응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어 "검사가 기소한다면 법원에선 무죄 판결 받으시길 기원한다"며 "과연 이런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 어디에 있겠나. 피하려면 아이가 미리 차도로 뛰어들 것으로 미리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민식이법 취지와 내용 간략하게 다시 짚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당시 9살 김민식군 사고 이후 발의, 시행된 법안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입니다.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 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다 아이를 다치게 하면 1~15년의 징역형이나 500만~3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만약 사고로 아이가 숨지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앵커= 이게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무조건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일단 규정 속도인 시속 30km를 넘겨 주행하다 사고를 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규정 속도를 지켜 운전하다 사고를 냈는데도 무조건 처벌을 한다, 하면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관련해서 지난해 전주지법에서 민식이법 위반 첫 무죄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QM6를 시속 28.8km로 운전하던 중 10세 여아를 충격하여 넘어지게 하였고, 그 결과 피해 어린이는 8주간 치료가 필요한 복사뼈 골절 등 상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시속 30km 미만인 시속 28.8km로 주행하였는데, △피해자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왔고, △블랙박스를 보면 피해자가 출현하여 충돌까지 걸린 시간이 0.7초에 불과하였고, △사고 장소는 횡단보도가 아니었습니다.

전주지방법원은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없었고, 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작동할 시간이 없었는바, 운전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전주지법 2020고합171)

검사는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제2심 법원도 제1심 판결을 유지하며 무죄 판결했습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2020노207 판결)

▲앵커= 민식이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꽤 있죠.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민식이법은 시행되기 전부터 '과도한 처벌'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스쿨존에서 기준 속도를 준수해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는 운전자들을 고려해 내비게이션에는 스쿨존을 피하는 옵션이 등장했고, 수원시의 한 광역버스 회사는 아예 스쿨존을 노선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아이들 사이에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한다"는 소식이 꾸준히 올라오는데, 차를 따라 달려오는 아동의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엄중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스쿨존 규정 속도인 시속 30㎞ 미만을 지키는 것과 어린이를 위한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 등 두 가지를 모두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은 그럼 어떻게 될까, 전망해 보신다면 어떻습니까.

▲윤수경 변호사=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과 현행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다시 일깨워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고라니처럼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완전히 피할 길이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무죄 판결을 보면, 제한속도 위반, 교통신호 위반 같은 분명한 잘못이 있는 경우, 유죄로 인정되기 쉽습니다. 또한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인지가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습니다. 스쿨존 중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의 교통사고, 이번 사건처럼 갑자기 어린이가 뛰어든 경우 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책임소재를 따지고 처벌할지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처벌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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