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접직역 통폐합은 로스쿨 출범 전제... 변호사 과잉공급 문제 해소해야"

▲유재광 앵커= 대한변호사협회가 법조 인접직역 자격사 통폐합과 5급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어떤 맥락과 배경인지 왕성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변협 주장, 어떤 내용인가요. 

▲왕성민 기자= 네. 대한변호사협회는 어제 기자단을 통해 변호사와 법무사·변리사 등 인접 자격사를 하나로 합치고, 5급 공채, 예전에는 행정고시라고 불렸던 국가시험이죠. 이 5급 공채를 폐지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정부에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변협은 사법시험에서 로스쿨 체제로 법조인 양성제도가 바뀌었고, 배출되는 변호사 수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주변 여건과 환경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앵커= 먼저 인접직역 자격사 통폐합, 이거는 로스쿨 개원 당시에도 논의가 됐었던 사안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09년 로스쿨 개원을 전후로 해서 변호사와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사를 하나의 자격사인 '변호사'로 통합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다른 전문직들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 서로 대립하며 공전을 거듭하다 결론을 못 내리고 결국 논의 자체가 무산됐는데요. 이후에도 자격사 통폐합 주장은 산발적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앵커= 인접직역 통폐합, 일단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가요. 논거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인접직역 통폐합 관련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조인 양성 제도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세계 각국은 고유의 법조인 양성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데, 크게 보면 '미국식 로스쿨 제도'와 '일본식 고시 제도'로 양분됩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는 잘 아시다시피,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각 주별로 'bar'라고 불리는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면 로이어(lawyer) 자격을 줍니다. 미국 변호사시험은 웬만하면 합격하는 말 그대로 '자격시험'입니다. 

이렇게 로이어가 되면 송무와 자문, 공공 행정, 기업법무, 입법 등 전 방위적인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데, 반면 고시제도는 전공이나 출신과 무관하게 고등고시나 사법시험 같은 고난도의 법조인 선발시험을 통과해야 변호사 자격을 줍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합격하면 동네에 플래카드가 붙고 '가문의 영광'이 되는 일본식 고시 제도를 채택했고, 별도로 사법서사 등 법조 인접자격을 두면서 '변호사 아닌 법률지식 보유자'를 행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공공기관으로 흡수해 왔습니다.  

문제는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이른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건데요.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에도 고시 제도 당시 채택된 인접직역들은 그대로 남아 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갈수록 늘어 나는데, 여기서 다시 직역갈등이 되풀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 기형적인 상황이기도 한데, 서로 다른 DNA를 가진 '법조인력 수급체계'가 투 트랙으로 유지되면서 정합성을 상실했다.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그게 인접직역 통폐합이라는 게 변협의 주장입니다.  

▲앵커= 5급 공채 폐지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공무원 선발시험은 국가직을 기준으로 볼 때 9급, 7급, 5급 시험으로 나뉘어 치러지는데, 행시라고도 불리는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은 일반행정, 법무행정, 교육행정 등 직렬별로 구분돼 있습니다. 변협은 이 5급 시험을 없애고 대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그 자리로 흡수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결국 인접직역 통폐합과 5급 공채 폐지 모두 변호사 합격자 수와 맞물려 있는 문제처럼 보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변협은 22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가능한 1천명 이하, 최대 1천 200명 이하로 합격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두 차례 제출했습니다. 그 근거의 하나로 변협은 변협 실무연수 수용 한계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경우 법원이나 검찰, 국회, 로펌, 기업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변호사 실무연수 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변협에 연수를 신청한 새내기 변호사가 무려 789명에 달합니다.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이 200명이라는 게 변협의 설명인데요. 실무연수 수용가능 인원을 역으로 환산해 볼 때 변시 합격자 수는 최대 1천200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변협 논지입니다. 

▲앵커= 결국 합격자 수를 줄이든지, 수용 가능한 공간을 넓혀주든지 뭔가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려면 오늘 언급한 인접 자격사 통폐합 등 선결 과제가 해소돼야 하는데, 이 부분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여론을 환기시킨 겁니다.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은 좋다, 다만 약속대로 인접 자격사를 먼저 통합시켜주고, 늘어난 법률가를 흡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달라"는 건데요.

참고로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5배 많은 일본의 경우 지난해 배출 변호사 수는 1천450명으로 우리나라보다 300명가량 적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것도, 지나치게 적은 것도, 과잉·과소공급 모두 궁극적으로 법률서비스 향유자인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게 변협 주장인데, 당장 변호사 수 배출은 크게 늘었는데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이른바 '무변촌'이 여전히 존재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처럼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늘리려면 합리적인 수급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변협 주장은 정책 당국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네, 다음 주면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는데 올해는 합격자 수가 얼마나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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