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아니고 특정인 지칭한 것도 아냐” vs “당연히 유명인 연상”
법원 "영문 이니셜이라도 특정인 연상된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풀어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은 이름과 관련된 '퍼블리시티권'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어떤 상황인지부터 볼까요. 

▲박아름 기자=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게임 보면 박지성이나 이승엽 같은 유명인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관련해서 전직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아들과 놀아주며 인터넷 야구게임을 하려는데, 게임에 등장하는 선수 유니폼에 자신이 선수 시설 사용했던 영문 이니셜이 사용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박지성이나 이승엽의 예를 들자면 'Park. J S', 'Lee. S Y' 이런 식으로 자기 이름이 야구 게임에 사용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자신의 이름 영문 이니셜 사용을 허락해 준적도 없고, 게임에 자기 영문 이니셜이 쓰이고 있던 것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일단 이번 사건은 이승엽이나 박지성과는 전혀 무관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인용한 거라는 거 다시 말씀드리고, 이게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퍼블리시티권 침해 여부가 쟁점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일반적으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특정인이 자신의 성명 · 초상 · 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상업적인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입니다. 

‘초상 사용권’이라고도 하며 연예인 ·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 등을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대표적인 퍼블리시티권입니다. 퍼블리시티권, 초상 사용권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상업적 이용 여부로, 퍼블리시티권은 재산 가치 보호 권리라는 점에서 인격권을 이루는 초상권과는 다릅니다. 

▲앵커= 초상 사용권과 초상권, 좀 헷갈리기도 합니다. 

▲기자= 일단 초상과 관련해선 인격권적 측면과 재산권적 측면이 있는데 퍼블리시티권, 즉 초상 사용권은 재산권적 측면의 초상권이라고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즉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에 기초한 권리이지만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사고 팔 수 있는 상업적 이용요소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인 인격권과는 구별됩니다. 

요약하면 퍼블리시티권은 이 사건과 관련해서 보면 누군가 내 이름을 나의 동의 없이 영리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권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와 게임회사, 각각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해당 전직 프로야구 선수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영문 이니셜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든지 다른 이름 일 수 있다, 특정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게 게임회사의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Lee. S Y'이라고 이니셜을 적었다 해서 그게 꼭 ‘이승엽’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수영’일 수도 있고, ‘이성윤’일 수도 있다. 그게 왜 꼭 ‘이승엽’이라는 특정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거냐, 아니다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무슨 소리냐, 야구게임에서 해당 영문 이니셜을 보면 당연히 나를 떠올릴 것이다, 나한테 허락을 받고 이니셜을 썼어야 했다. 허락을 안 받았으니 명백히 퍼블리시티권 침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게임이 아닌 축구나 농구 게임에 이승엽의 영문 이니셜인 ‘Lee. S Y'을 쓰는 건 상관없지만, 야구게임에 ‘Lee. S Y’이라고 써놓으면 누가 봐도 당연히 ‘이승엽’을 떠올릴 것 아니냐, 이승엽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났나요.  

▲기자= 법원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 판결을 보면 "어떤 사람의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것"이라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서울서부지법 2010. 4. 21. 자 2010카합245 결정)   

야구게임에서 ‘LEE. S Y'이라는 영문 이니셜을 보면 이승엽을 떠올릴 것이고, 이승엽의 동의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영리목적 성명 사용에 해당해 퍼블리시티권 침해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관련해서 법제처는 “특정인이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의 상업적 사용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라고 퍼블리시티권을 설명하며 “유명인의 영문 이니셜을 허락 없이 영리목적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뭔가 얌체처럼 배우나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유명세에 무임승차하려는 행위에 제동을 건 판결처럼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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