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섭 법제처장
이강섭 법제처장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사업에 필요한 보조금을 받고자 행정기관에 신청서를 냈는데 사업자등록증과 법인등기부등본도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행정기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첨부할 필요가 없다는 뉴스를 보고 그냥 간 것이었는데 헛걸음했다고 한다. 확인해보니 전자정부법이 개정되어 행정기관이 사업자등록증을 비롯한 162종의 구비서류를 직접 확인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선 공무원이 관련 법령이 바뀐 것을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매년 국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제도나 불합리한 규제를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개혁의 효과를 국민이 실제로 느끼려면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공무원의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좋은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령이 있는데도 일선 행정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규제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공직자의 법제역량을 키우기 위해 1982년부터 법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법제교육은 중앙행정기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였다. 2012년에는 서울법제교육센터를 열어 지금까지 27만여명의 공직자가 법제교육을 듣고 현장에 접목해 왔다.

교육내용도 실무행정법, 행정절차법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법적 소양과 입법절차, 법령입안·해석, 법령정비 등 법제실무  전반을 포함하여 실제 업무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과정도 건축, 공공계약, 교육 등 업무분야별로 세분화하여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법령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 법제 가이드라인’을 전파하고 교육함으로써 소극행정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행정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개별 법과 판례에 산재해 있던 행정법 원칙과 제도가 명문화되었는데, 이를 즉각 반영하여 법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증가할 행정기본법 교육 수요에도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합교육이 어려웠던 작년부터는 실시간 온라인 방식을 도입하여 교육 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그 동안  이동시간, 업무공백 등의 이유로 참석을 꺼렸던 공직자도 교육을 받기가 수월해졌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한 교육생은 비대면 방식으로 교육을 한다는 안내를 보고 망설임 없이 교육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교육생 참여형, 실습형 콘텐츠도 강화하여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단절감을 줄여가고 있다. 설립 중인 법제교육원이 2023년 개원하게 되면 급변하는 교육환경과 다양해지는 교육수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GDP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한국경제의 성장에는 근로자·기업가의 헌신과 더불어 국가발전에 대한 사명감과 전문지식을 갖춘 공직자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공직자에게 법치행정과 함께 적극행정을 기대하는 시대이다. 법제교육이 적극행정의 디딤돌이 되어 공무원의 법제역량을 키우고, 나아가 국민이 체감하는 국민을 위한 행정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