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입증 까다로워... '성폭행 사실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 고소' 입증해야 성립"

# 제가 예전에 한 여성을 만나서 함께 밤을 보냈는데요. 당시 저는 상대 여성에게 수면제 졸피뎀을 먹이지 않았는데 여성의 혈액에서 졸피뎀이 검출됐습니다. 그 여성과는 성행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여성의 몸 그리고 침구류 및 의류 등 어디에서도 저의 정액과 DNA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상대 여성은 졸피뎀이 검출됐음을 이유로 저를 강간으로 고소했지만 저는 1, 2, 3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억울함이 밝혀졌으니 이제는 제가 상대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하려고 합니다. 상담 부탁드려요.

▲임주혜 변호사(법률사무소 유어스)=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신 상태네요. 사실 이런 성 관련 범죄가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렇게 억울하게 고소를 당하신다거나 처벌을 받으시는 분도 분명히 생길 수 있거든요. 이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김지진 변호사(리버티 법률사무소)= 말씀해 주신 것과 같이 성범죄가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고, 강력히 처벌받아야 하는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연자분처럼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이런 사례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임주혜 변호사= 저도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고소를 당하신 측에서 저에게 오신 경우에는 백이면 백, 무고죄로 고소할 거라고 얘기하시거든요. 그런데 무고죄, 항상 되는 건 아니잖아요.

▲김지진 변호사= 이 부분을 정확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상담을 들을 때도 설명을 드리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마찬가지로 이 사연도 "무죄가 나왔으니 무고죄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실제 우리 판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풀어서 설명해 드리면 일단 무고죄라는 것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요.

우리 판례에 따르면 객관적 요건으로는 신고사실이 허위임을 요하고, 주관적으로는 신고자가 허위임을 알고서 신고했다는 사실을 요합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이해가 어려우실 것 같아요. 다시 설명해 드리면 상대방이 허위인 것을 알고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그냥 무죄 정도가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꾸며냈다, 거의 소설을 썼다, 이 정도는 돼야 무고죄가 인정됩니다.

사연자분은 굉장히 억울하시고 이해하시기도 어려우시겠지만 무고죄의 성립요건은 그래서 그 부분을 잘 이해를 하시고 진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임주혜 변호사= 무고죄의 인정 요건이 까다롭잖아요. 정말 허위이고 말도 안 되는 얘기임에도 고소하는 경우에 처벌이 되는 거니까 이 점도 유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도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무고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이런 얘기 많이 하시잖아요. 무고랑 명예훼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지진 변호사= 일단 법적으로 굉장히 큰 차이가 있고요. 아예 형사 법리를 논할 때 '법익'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얻는 이익이 뭐냐, 그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형사법의 출발점이거든요. 그런데 명예훼손죄와 무고죄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게 무고죄의 보호법익은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절한 행사입니다.

국가는 적절한 처벌을 정말 받아야 할 사람을 처벌해야겠죠. 예산도 그런데 투입을 해야 하고 경찰이나 검사분들도 진짜 나쁜 사람을 잡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는데 사실이 전혀 아닌 소설을 하나 써서 국가의 형벌권을 농락했다, 이런 사람을 처벌하는 게 무고죄고요.

명예훼손의 보호법익은 말 그대로 개인의 명예거든요. 지키고자 하는 게 개인의 무형의 명예인데데 이것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든지 이런 것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고 해서 사실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적으로도 무고죄라고 하면 예를 들어 그런 거겠죠. 이 사람을 강간죄로 어떤 기관에 순전히 고소만 했다, 이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당연히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고소만 했을 뿐이지 이것을 어디에 퍼뜨리거나 이 사람의 명예 자체를 훼손한 건 아니거든요. 그것을 예로 들어서 생각해보시면 무고죄와 명예훼손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별해서 생각해셔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임주혜 변호사= 보호법익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주의해서 구별하셨으면 좋겠고요.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이분이 억울하신 상황이잖아요. 약을 먹이지 않았다는 부분, '부작위'를 하신 거죠. 그리고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 강제로 한 것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입증하는 방법이 어떻게 될까요.

▲김지진 변호사= 이것은 마치 시험문제에 나올 만큼 어려운 법리가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고자가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소를 하려면. 일단 강간이 허위라는 사실은 지금 무죄로 밝혀졌으니까 객관적인 사실은 명확하고요. 일단 여성분이 이게 허위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것이 졸피뎀을 먹이지 않았다는 사실,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것 자체를 입증하는 것보다는 결국 그 여성이 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신고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고민 많이 했는데 우선 정액이나 DNA가 검출되지 않았잖아요. 이것은 정황인데, 어쨌든 '고의'라는 것은 이러한 정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일단 사실관계만 보면 정액과 DNA가 검출되지 않은 부분, 두 번째로 혹시 있다면 당시 여성과 이런 사건이 있기 전후로 해서 대화를 한 것이 아직 남아있다면 이런 정황 증거들을 다 종합해 봤을 때 이 여성분이 강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것을 종합적으로 모아서 입증하는 방법, 이 정도가 해결책이 될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