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부적절 주행 행태 만연, 제한 필요" vs "잘못된 전제에 기반한 편향된 주장"

[법률방송뉴스] 오토바이는 도로교통법상 버스나 화물차 등 대형 차량과 함께 바깥 차로로만 운행하도록 묶여 있습니다.

이른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인데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가 헌법상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게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장 명의로 헌재로 제출된 의견서를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에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헌법재판소에 회부된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폐지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한 경찰청의 의견서입니다.

결론부터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으므로 생명권,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논거는 크게 3가지입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경찰청장 의견서 논지 1. 목적의 정당성 여부

첫 번째 쟁점은 목적의 정당성 여부입니다.

먼저 해당 법률 조항의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해 경찰청장의 답변은 오토바이는 일단 사고가 났을 경우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는 확률이 높다는 전제를 세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찰청장은 “오토바이는 평균 차로변경시간이 짧고 자동차에 비해 주행속도가 빠르고, 정체가 발생할 경우 차로 사이, 보도, 갓길로 주행하는 부적절한 주행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식의 운전 행태를 보이는 오토바이 운전자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오토바이는 바깥 차로로 운행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해당 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이호영 변호사는 "오토바이는 과속을 일삼고, 사고를 유발하고, 그래서 위험하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합니다.

이른바 '일반화의 오류'에 기반한 잘못된 주장이라는 겁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법률대리인]
"이륜차 운전자들이 전부 다 과속을 한다는 전제하에 지금 접근하는 것 같고 일부 운전자의 부적절한 운전 행태나 그런 것들을 일반화한 오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식으로 하면 가장 과속을 많이 하는 차가 스포츠카와 택시 같은 차들이잖아요. 그런 차들을 왼쪽 차로로 못 들어가게 하자는 논리와 똑같은..."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경찰청장 의견서 논지 2. 수단의 적합성 여부

두 번째 쟁점은 수단의 적합성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경찰청장은 오토바이는 승용차보다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 위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사고발생 위험성이 매우 높고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모든 차로에서 오토바이 통행을 허용할 경우 사고 발생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고, 그로 인해 일반 자동차의 주행 및 안전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경찰청장의 의견입니다.

한마디로 예상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오토바이는 바깥 차로로 운행하도록 묶어두는 게 필요한 만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호영 변호사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전형적인 인과관계 오류라고 반박합니다.

오토바이가 위험하고, 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높다면 사고 발생요인이 더 적은 안쪽차로로 주행하게 해야지, 거꾸로 치사율이 높으니까 화물차 등 대형차량들과 함께 바깥차로로만 주행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법률대리인]
"이륜차 운전자들이 정상적인 운전을 한다는 전제하에 '뭐가 더 안전한 것이냐'라는 것을 접근한다면 당연히 왼쪽 차로가 안전하죠. 오른쪽 차로는 트럭과 화물차, 건설기계 자동차 이런 위험한 차들이랑 같이 운전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륜차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 왼쪽 차로를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타당한 게 아닌..."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경찰청장 의견서 논지 3. 법익의 균형성 여부

세 번째 쟁점은 '법익의 균형성' 여부입니다.

이 쟁점 관련해 경찰청장은 1999년 4월에서 2000년 6월 사이 지정차로제가 폐지된 기간 교통사고가 전반적으로 대폭 증가했으나, 제도가 다시 도입된 이후 사고발생이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해 바깥 차로로 운행을 제한하는 불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공익과 비교하면 오토바이 운전자들에 대한 불이익보다 공익이 훨씬 더 크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호영 변호사는 일종의 '논점 일탈의 오류'라고 반박합니다.

"화물차나 버스 등 대형차량을 바깥 차로로 운행하도록 한 지정차로제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며 "지정차로제는 좋은 제도이니 오토바이를 바깥 차로로 운행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취지의 반박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법률대리인]
"지정차로제 자체가 위헌이라는 게 아니라 지정차로제 자체는 좋은 것인데 그 지정차로제에서 문제는 이륜차를 오른쪽 차로로 가게끔 해놓은 게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지금 여기에서 지정차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면 지정차로제를 존치하되 이륜자동차는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왼쪽 차로로 가게끔..."

그밖에도 경찰청장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에 대해 우리나라 오토바이 배달 문화 등을 언급하며 현실을 고려했을 때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는 유지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어느 모로 봐도 오토바이 지정차로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청장의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 이호영 변호사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어느 쪽 주장이 타당성이 있는지 현장검증을 해보자"는 말로 응수했습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법률대리인]
"(만약) 공개변론을 했을 때 이 의견서를 쓴 담당자로 하여금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검증을 했으면 좋겠어요, 며칠 동안 같이 타면서. 경찰청에서 이 소송을 담당하는 담당자 그 다음에 이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관이 함께 이륜차를 타고 현장검증을 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타면서 이게 진짜 경찰청 주장대로 오른쪽 차로로 가면 안전한 것인지 그것을 2~3일만 타봐도 충분하다고 보거든요. 이 주장이 얼마나 일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규제라는 오토바이 이용자들과 여러 여건을 감안하면 지정차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찰.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이호영 변호사는 "경찰청 의견서에서 밝힌 사안이 정말 타당성이 있는지 밝히기 위한 현장검증을 헌재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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