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는 진영 논리 넘어 다양한 인재 품을 수 있어야"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중국의 사서 중의 하나인 '대학'에는 "현명한 사람을 보고도 제대로 임용하지 못하고 임용하더라도 먼저 쓰지 않는 것은 태만한 것이요, 선하지 않은 사람을 보고도 물리치지 못하고 물리치더라도 멀리 물리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다"는 말이 적혀 있다. 성공적인 정치의 요체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인(知人)을 통한 안민(安民)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지인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고, 안민은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성공적인 정치를 하려면 인사권자가 지인지감(知人知監)이 있어 곧고 바른 현명한 사람을 보고 이를 발탁하여 국정을 맡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청와대의 인사검증기준이 선별적 잣대로 운영되고, 국회의 인사청문제도가 형식적인 요식절차로 그치면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훌륭한 인재를 어떻게 발탁할 것인가의 문제가 시급한 개혁과제가 되고 있다. 전문적 능력도 부족하고 도덕적 수준이 낮음에도 단지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고 인사권자의 말을 잘 듣는 인적 자원을 발탁하여 그 자리에 맡길 경우에 조직의 성과를 내기는커녕 국가조직의 짐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 한나라의 유방이나 위나라의 조조의 경우 오직 능력을 중시하여 인재를 발탁하는 유재시거(有材是擧)의 방식으로 인재를 발탁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오늘날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에서 능력일변도의 인사검증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겠으나, 그 자리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전문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인재를 발탁함에 있어서 우선 재능과 덕성 중에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한마디로 재능과 덕성을 겸비한 인재는 적극적으로 공직에 발탁할 필요가 있다. 덕성도 문제가 있고 능력도 없거나 문제시되는 경우는 당연히 피해야 한다. 국정의 자리가 개인의 정치적 경력관리를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덕성과 능력의 부적격자가 고위 공직에 임용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 문제는 재능과 덕성 중에 하나는 갖추었는데 다른 하나가 모자란 경우에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태평성대의 시대에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인사를 하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오늘날 치열한 국제 경쟁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어느 진영인가를 불문하고 국가발전을 위한 역량이 검증된 인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인재의 발탁은 잘 달리는 우수한 말을 고르는 것과 유사하다. 명마(名馬)는 평소에 많이 먹어 말의 상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쓸모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달리면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명마를 찾아내기 어려운 것처럼 국사무쌍(國士無雙)의 인재를 찾아내서 발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은 수말인지 암말인지, 털의 색이 검은색인지 흰색인지는 사물의 본질상 그리 중요하지 않고 잘 달리는 것이 명마의 조건이다. ‘꿩 잡는 것이 매’라는 말이 있듯이 국가적 인재도 성별과 출신이 중요하지 않고 국가발전을 위한 시대적 과제를 잘 수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행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신상을 털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은 오히려 가족의 반대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갖는 것을 꺼려한다. 따라서 개인의 윤리적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전문적 능력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하게 되면 현명하고 역량 있는 국가적 인재를 적재적소에 충원할 수 있게 된다. 능력이 그 자리를 감당하기에 미흡한 사람을 임용할 경우에는 국가를 위해 당당하게 직분을 행사하기보다는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보은적 처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고위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해야할 처지에서 자신을 발탁한 인사권자의 뜻을 살피는 행태는 그야말로 자격미달이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인사가 만사다. 잘못된 인사는 망사(亡事)가 된다. 해당 분야의 전문적 식견과 능력이 없고, 심지어 기본적 교양과 덕성이 없음에도 국가의 고위직을 맡게 되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논어 ‘위정’ 편에서 공자는 “곧고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여 비뚤어진 사람의 윗자리에 놓으면 백성들이 따르겠지만, 비뚤어진 사람을 발탁하여 곧고 정직한 사람 윗자리에 두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고 인사정책의 핵심을 짚었다.

국가기관을 비롯해 어느 조직이건 사람을 잘 써서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사람을 잘못 써서 실패한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진영의 틀에 갇혀 좁은 인력풀에서 인사를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하여 국가를 융성시켰다는 점에서 춘추오패 제환공이 관중을 재상으로 발탁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용인술의 정수는 자신의 진영이 아닌 정치적 관점을 달리하는 사람까지도 품을 수 있는 인사권자의 큰 도량에서 나온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한 후 발탁한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면 초야에 뭍혀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권을 불문하고 인재풀이 고갈되어 인품과 능력이 부족함에도 측근이나 주변의 사람이 돌아가면서 고위직을 맡는 회전문 인사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어질고 유능한 인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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