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과 '보험계약 무효확인소송' 진행중"
"민사소송 결과 따라서 보험금 지급 여부 결정"

▲신새아 앵커= 만삭의 임산부가 교통사고로 숨져 95억원의 보험금을 남겨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로 최종 판결했다고 어제(18일) 밝혔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이 사건 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내용부터 다시 짚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2014년 8월 23일 새벽 3시 40분쯤 당시 40대였던 남성 A씨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고 오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습니다. 당시 차량에는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 국적의 외국인 아내(당시 24세)가 동승해 있었는데요. 이 사고로 만삭의 아내만 숨졌고, 남편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교통사고라고 추정해볼 수 있겠는데요. 

문제는 형편도 넉넉지 않은 남편이 아내 앞으로 11개 보험회사에 25개의 생명보험을 들어놨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숨질 경우 A씨가 받을 보험금은 95억원에 달했던 건데요. 그래서 당시 남편 A씨가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졸음운전을 하다 화물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해 남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1심과 2심에선 엇갈린 판단이 나왔었죠.

▲윤수경 변호사=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사고 두 달 전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2017년 7월 대법원은 첫 번째 상고심에서 “유죄라고 판단할 만큼 간접사실들이 합리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법으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이후 3년 넘게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온 끝에 대전고법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하고, 상고심 판단 취지에 따라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즉, 당시 재판부는 A씨가 아내를 살해하려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인데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이 모두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니고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이유였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번에 대법원이 교통사고의 원인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 아닌 '졸음운전'으로 최종 결론을 냈죠. 어떤 근거를 들어서 이런 판단을 했나요.

▲윤수경 변호사=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A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살인 및 보험금 청구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아울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요. 

대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살인의 범의에 의한 것임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남편 A씨는 95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일만 남은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대법원이 A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보험금 지급 여부는 별개의 사안인 만큼 A씨가 당장 보험금을 받을 수는 없고요. A씨가 보험금 95억원을 받으려면 민사소송에서 최종 승소해야 합니다. 민사소송도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려면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A씨는 생명·손해보험회사들과 보험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원이 사건 발생 전 A씨의 보험 계약을 비정상적 계약으로 보고 무효 판단을 내린다면 A씨는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됩니다. 혹은 일부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에 대해 최종 선고가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요. 이번 판결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또 향후 남은 민사소송의 결과를 전망해 보신다면요.

▲윤수경 변호사= 3년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와 유죄, 극과 극으로 오갔습니다.  

살인을 전제로 적용된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서, 보험사와 진행 중인 민사 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여부는 형사 재판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어서 민사 소송에 대거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보험 가입 시기와 가입 당시 A씨의 경제 여건, 졸음운전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중대한 과실인지,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다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A씨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상속세를 제외하더라도 보험금 전액에 지연이자까지 더해 100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에 있어서 사실관계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말씀해주셨는데, 어떻게 될지 일단 소송 과정을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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