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처음 모습 나타내... 박 전 시장 사망 후 252일 만
"피해사실 왜곡하는 2차 가해 가장 고통... 존엄 회복하고파"
"민주당 피해호소인 명칭 쓴 의원들 징계, 남인순 사퇴해야"

17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률방송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가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개최한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4·7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A씨의 이날 기자회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A씨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252일 만에 처음이다. A씨는 안경을 쓰고 검은색 치마 차림에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에서 A씨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그분(박 전 시장)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이 사건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 자신이며, 피해자로서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A씨는 “저와 가족들, 지원단체와 변호인은 수없이 고민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용기를 갖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사회에 저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피해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A씨는 "고인이 살아서 사법 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인의 방어권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것은 아닐까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다"며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민주당의 당헌 개정,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A씨는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묻혔다고 생각한다"면서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고, 결국 서울시장에 후보를 냈다"며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박 전 시장 피소사실 관련 내용을 서울시 측에 미리 알린 것으로 조사된 남인순 의원에 대해 재차 사퇴를 요구했다. A씨는 "지난 1월 남인순 의원 사퇴를 요구했다"며 "그 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며, 그 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8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뒤 다음날인 9일 오전 시장 공관을 나갔다가 10일 자정쯤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후 5개월 동안 수사했지만 피소 건은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 대한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은 A씨가 이날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전문]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제가 온전히 감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상황을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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