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갓 출범, LH 수사 경찰 "정치권 선거 앞두고 보여주기 식 특검 도입... 황당하다" 반응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법률방송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여야가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에 사실상 합의하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한 경찰 내부에서는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경찰이 중심이 된 특수본에 LH 의혹 수사를 맡겼는데 여당과 정치권에서 다른 얘기가 나오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찰은 특검 도입에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사를 하라고 해서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려놓았는데 특검 도입이 말이 되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국수본은 지난 10일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770명 규모의 매머드급 특수본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18개 시·도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물론 국세청·금융위원회·한국부동산원 파견 인력도 포함됐다. 경찰은 특수본 구성 하루 전인 지난 9일 경남 진주시의 LH 본사와 LH 수도권 사업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의원과 광명·포천시 공무원, 부산도시공사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청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 신설된 조직으로, LH 투기 의혹은 국수본이 맡은 첫 대형 사건이자 앞으로 국수본 활동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검 도입 소식이 전해진 후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특수본을 이제 막 꾸렸는데 수사를 지켜보지도 않고 특검을 하자니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데 경찰이 지위 고하를 따져가며 미진하게 수사할 리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사건 때도 경찰에 이어 특검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특검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특검 도입은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도 최근 경찰 임용식에서 '국수본이 공직사회의 투기를 반드시 잡아달라'고 하지 않았는가"라며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 식으로 특검을 도입하려는 것 같은데 이제 수사를 시작한 특수본은 뭐가 되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도입을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지난 12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특검을 제안하기도 했던 민주당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3기 신도시 토지거래자 전원에 대한 국정조사와 국회의원, 지자체장, 청와대 인사 등에 대한 투기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야당과 협의를 통해 (특검의) 수사범위를 확정하겠다"며 국정조사와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성역은 없다"며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원내대표는 "특수본에서 불법 투기는 충분히 다 규명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국민적 신뢰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특검을 제안했던 것"이라며 "특검 수사단이 구성되기까지 적어도 한 달 정도 소요될 텐데 그전까지 특수본이 더 고강도 수사를 하고 그 결과물을 특검으로 이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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