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모욕죄나 업무방해죄는 어려울 수도

▲유재광 앵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투기 논란 관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정말 많은 사람들을 공분케 했는데, 글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다시 볼까요.

▲남승한 변호사= 9일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내부에선 신경도 안 씀'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한 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진다.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건가"라는 얘기도 있고요. 

"니들이 암만 열폭 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겠다",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해라.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잡았다고 조리돌림 하는 게 극혐이다"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앵커=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많은 사람들을 공분케 했는데, LH가 해당 글을 올린 익명 게시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했죠.

▲남승한 변호사= 네. LH는 이 작성자가 "허위사실에 기반해 자극적 내용의 글을 담았다. 이런 글을 게시해서 공사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사태수습과 재발방지를 위한 자체노력을 크게 저해했다"면서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혐의는 정보통신망법 70조에 따른 명예훼손, 형법 311조에 따른 모욕, 형법 314조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인데요.

"사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철저히 조사해서 재발방지 하겠다.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게시물의 부적절한 언사로 인해서 LH 직원, 가족, 그리고 전 국민이 공연히 모욕을 당했다. 그리고 명예도 훼손당했다"는 취지고요.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3기 신도시 등 핵심 정부 정책 추진이 방해됐다" 이 점을 업무방해로 한 것 같은데요.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제출한다는 그런 취지입니다.

▲앵커= 초강경 입장인데, 이게 LH 직원이 맞기는 맞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확인을 해봐야 하긴 하는데요. 블라인드 앱은 가입과정에서 해당 회사의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는 절차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작성자가 LH 직원일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어서 전직 직원이나 퇴사 직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앵커= 현직 직원으로 판명이 날 경우, 이게 해고나 파면 같은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네. 징계사유 자체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징계수위와 관련해서 중징계, 파면이나 해임, 정직 이런 것이 중징계인데 그중에서도 파면이나 해임 같은 징계는 직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이라서 배제징계라고 하고 배제징계는 그 수위가 매우 높은 것이니까 아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거든요. 

여기 나온 내용 중에 파면에 해당하는 사유를 굳이 찾는 다면 이게 과연 파면까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징계위에서 논의해봐야 하지만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겠다' 이런 내용은 LH 직원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에 해당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파면 사유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 자체로는 그걸 하겠다고 공언을 했다기 보다는 그것을 조롱하거나 비웃는 글 같은 점도 있어서 징계위에서는 그런 점도 좀 감안해야 할 것 같고요. 그 다음에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다'고 하는 것은 LH 직원 자체들이 차명으로 다 투기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어서 LH 직원이라면 이런 말을 공연히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성실의무 위반 같은 사유가 될 것 같고요. 그게 이제 과연 파면 같은 배제징계 사유가 될 것이냐 아니면 그보다 낮은 정도에 그칠 것이냐 이런 것은 징계위에서 판단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내부징계는 징계라 치고, 이게 형사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성립과 관련해서 LH의 입장을 살펴보면 어떤 문구를 들어서 그렇게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다'라는 건 사실적시, 정확하게는 허위사실 적시라고 LH는 얘기하겠죠. 허위사실 적시를 통해서 LH 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얘기인 것 같고 LH 직원들이 차명으로 투기했다, 이런 것을 시사하니까요.

그 다음에 모욕죄는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잡았다고 조리 돌림한다'는 표현, 이게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피해자 특정도 곤란하고 해서 과연 모욕이 될지 의문이고요. '차명으로 다 해놨다' 이런 부분은 사실적시나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할 수 있어서 일단 수사를 해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 직원이 "나는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적은 것이다. 익명게시판이 원래 그런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것 같은데 그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익명게시판이라고 하더라도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특정이 된다면 그런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될 수는 있습니다.

"나는 그런 의사가 있어서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의사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의사표현의 자유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조금 상충되는 면은 있지만 여전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처벌하고 있거든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도 일단 합헌결정이 나기도 했고 이래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든 익명게시판이라고 해서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 업무방해죄도 걸었는데 성립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업무방해죄는 요건이 허위사실 유포, 위계·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자입니다. 허위사실 유포, 위계·위력 중에 LH가 생각하는 건 허위사실 유포일 것 같고요.

그 다음에는 업무가 방해돼야 하는데요. LH의 발표내용에 보면 3기 신도시와 관련된 정부 정책 추진을 방해했다, 이렇게 되는 것인데 글쎄요. 결과적으로 공분을 자아내면서 3기 신도시 추진이 저해되거나 이랬을지는 모르겠는데 기본적으로는 이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LH 직원들의 투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요.

이것을 두고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은 저는 조금 많이 나아간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게 현직이 아닌 퇴직자거나 LH와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 밝혀져도 어떤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가 있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현직이 아니거나 퇴직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실적시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적시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여부는 여전히 조사해봐야 하고 법리적으로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오픈돼 있는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사람뿐만 아니라 일종의 염장 지르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공감능력의 문제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 투자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투자가 아니라 먼저 정보를 알거나 한다면 그 지역에서 응당받아야 할 다른 사람들의 보상기회를 자기들이 뺏어간 건데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면서 LH에 마침 근무하는 이유로 "투자도 못하느냐"라고 얘기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는 전혀 맞는 말이 아니고요.

도덕적으로만 안 맞는 것뿐만 아니라 도대체 이런 정도의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LH에 다니면서 "나는 굉장히 좋은 직장 다닌다.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라는 얘긴데요. 공감능력 같은 것을 이런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판별할 수 있는 제도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앵커= 아무튼 고발을 했으니까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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