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반에 공개되기 전까진 비밀" 투기 이익 추징 판결
"아직 개발이익 실현되지 않아... 투기 토지 몰수 어려울 수도"

▲유재광 앵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입니다. 변창흠 장관, LH 사장 출신인데 또 뭐라고 한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LH 직원들이 광명 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 발언한 것이 진심이냐"라고 물었습니다. 관련해서 변 장관은 지난 4일 한 언론 질의에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가 “제 식구 감싸기도 분위기 봐서 해야지, 상황 파악 못한다”는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역시 다음날 변창흠 장관을 불러 해당 발언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김은혜 의원이 “해당 발언이 진심이냐“고 물은 건데요. 변창흠 장관은 "제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답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재차 답한 것입니다. 

▲앵커= 대통령까지 나서 발본색원을 지시한 마당에 소신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여당 내에서도 경질론이 나오고 있죠. 

▲윤수경 변호사= 네. 관련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늘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론에 대해 일단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세균 총리는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상황을 좀 확인해 본 다음 성역 없이 책임질 일 있으면 누구든 다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고요. 

정 총리는 다만 LH 직원을 옹호하는 듯한 변창흠 장관 발언에 대해선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변 장관도 변 장관이지만, LH 직원들도 잇단 망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윤수경 변호사=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오늘 올라온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고 썼습니다. 블라인드에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이 직원은 이어 "꼬우면(아니꼬우면) 니들도(너희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히 혐오스러움)" 등의 표현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너무 억울하다"면서 "왜 우리한테만 XX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는데요. 

그제는 투기 의혹에 분노한 농민들이 LH 경남 진주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와 기자 회견을 열자 LH 한 직원은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린다"면서 '개꿀'(너무 좋다는 뜻의 비속어)이라며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앵커= 할 말이 없네요.

▲윤수경 변호사= 네, 앞서도 LH가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4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 LH 직원이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말란) 법 있나요"라는 적반하장식 글을 올려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또 LH 입사 6개월차 여직원은 사내 메신저 대화에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공공택지를 사겠다며 "이걸로 잘리게 되면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텐데"라고 말하는 등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망언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H는 공공기관으로, 직원들은 공직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패방지법 적용대상인데요. 공적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범죄라는 공직자로서의 윤리의식이 과연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앵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투기가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토지를 몰수할 수 있나요, 어떤가요.

▲윤수경 변호사= 이들에게 우선 적용된 혐의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입니다. 이 법 7조 2항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이 법을 통해 실제 토지 몰수가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부패방지법 적용을 위해서는 업무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개발 예정지 지구 지정 업무 담당자 외에 일반 직원들은 업무와의 직접 연관성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패방지법의 경우 업무 연관성과 더불어 실제로 이익을 취득하여야 적용이 가능한데, 이번 사례의 경우는 아직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다른 법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경찰은 부패방지법 외에 '공공주택 특별법'도 적용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개발 관련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LH 직원들이 이용한 신도시 정보가 비밀이 아니어도 업무 중 알게 된 사실, 즉 업무관련성이 입증된다면 공공주택특별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고요. 그러나 동 법에 몰수 관련 조항은 없습니다. 수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챙기고도 고작 벌금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해당 직원들이 “난 신도시 지정 관련한 업무에 종사한 직원이 아니다. 따라서 업무상 취득한 비밀이 아니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못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 수사는 직원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샀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수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해서 실제 이들에 대한 처벌과 환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신도시 업무 관련성·업무상 비밀 여부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의혹이 제기된 직원 모두 3기 신도시 관련 부서 근무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되었는데, 그런 점에서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고 실제로 해당 직원들 역시 업무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업무상 비밀을 취득했다는 것을 전제로 "업무상 관련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업무상 취득한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LH 직원들이 사전에 정보를 알고 땅을 샀는지가 관건"이라며 "업무상 비밀 여부 위반에 대해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사법부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개인 사유 재산으로 환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비밀’ 관련해서도 “이거 비밀 아니다. 이미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로 다 거론되어 왔던 거 아니냐” 이렇게 주장하면 이건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이 부분도 광명·시흥 지구는 예전부터 개발 예정지로 꼽힌 지역이다 보니 '업무상 비밀'을 입증하기가 간단치 않습니다. 관련해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패방지법 관련, 대법원 판례에서 직접 비밀이 아니라도 공무상 간접적으로 얻은 거도 충분히 비밀로 간주할 수 있다"며 "판례에 따르면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면, 시청 공무원이 도로를 만든다는 정보를 알고 4억 5천만 원 주고 주변 땅을 샀다가 16억 5천만 원에 되팔았습니다. 이 공무원은 "공개된 사실이었다"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일반에 공개되기 전까진 비밀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7억 3천만원을 확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비밀'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업무 담당자로부터 개발 정보를 언제 입수했는지, 또 그 정보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언제 땅을 구입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앵커= 법 개정 논의가 있다고 하는데요. 

▲윤수경 변호사= 일각에서는 허술한 제도와 법망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3기 신도시 토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 등을 처벌하기 위해 이른바 ‘LH 3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공주택특별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하기로 했는데요. 민주당은 법안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악용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이 부동산 거래를 하면 이로 인한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재산 등록 의무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고 등록 의무자도 일정 직급 이상 임직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도시주택공사 등 주택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의 직원들은 직무상 신도시 토지개발 등 미공개 주요정보를 취급하고 있지만, 현재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신고 및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LH 등의 직원들이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 광범위한 투기를 해도 의혹이 불거지거나 수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토지·주택업무 관련 부처·기관 직원들은 일정 범주 토지 거래를 신고토록 하거나 제한하고 상시 감시를 위한 부동산 등록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 개인적으론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집값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정황이 드러나 민심이 분노하고 있는데요. 공공 주택 공급을 주도해야 할 LH 직원들이 불법 투기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투기에 나서면서 분노와 함께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자체 조사가 아닌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를 요구하는 글과 함께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공직자의 재산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직무수행 중 부동산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직자의 권한을 남용해 사익을 추구한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공직윤리의 개념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 같은데요. 공직자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늘 주지하고 어떤 형태로든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일단 수사 경과를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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