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접수 거부할 근거 없어... 일단 형사고소하고 적용 혐의 등 추후 보정해야"

▲유재광 앵커= 온라인 게임 채팅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들은 20대 여성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러 갔지만 거부를 당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인지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남 변호사님, 사건 내용이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YTN이 오늘 보도한 내용인데요. 2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말 게임 채팅방에서 다른 이용자로부터 '가슴이 몇 컵이냐', 신체 특정부위를 언급하며 '주무르고 싶다'는 취지의 성희롱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A씨는 상대를 차단했지만 또 상대방은 다른 계정을 만들어서 계속해서 성희롱 발언을 하고 욕설까지 퍼부었다는 게 A씨의 말입니다.

그냥 무시하고 참으려고 했던 A씨가 참다못해 이 사람을 고소하려고 경찰서를 찾았는데요. 결과적으로는 고소장을 내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인데요. A씨는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고소장을 못 내게 하려는 그런 티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누가봐도 성희롱 발언이고 여성 입장에선 모욕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 경찰은 왜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은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경찰은 "해당 발언이 사이버 공간에서 게임 캐릭터에게 한 말로 볼 수 있다. 실제 이용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니까 모욕죄도 성폭력 관련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게 경찰 해명이었다고 합니다.

▲앵커= 이게 사람에게 한 말이어도 모욕죄가 안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사람한테 한 경우에는 모욕죄가 될 소지가 있는데요. 모욕죄는 일단 '공연성'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가 특정돼야 합니다. '가슴이 몇 컵이냐', '주무르고 싶다' 이렇다면 모욕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발언 같은데 또는 성희롱 관련 발언일 수도 있긴 한데 일대일 메시지로 했다면 모욕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듣거나 하는 공연성이 없기 때문에요.

그런 경우에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성폭력 관련 문제를 적용, 검토해봐야 하는 것이고요.

▲앵커= 이게 그럼 성폭력 적용도 안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성폭력처벌법 13조에 보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처벌합니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 그림, 영상, 물건, 이런 것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사람을 처벌하는데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벼운 죄도 아닙니다. '가슴이 몇 컵이냐', '만지도 싶다'라든가 이런 표현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에 해당할 것 같고 그렇다면 이런 말을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계속 도달하게 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봤어야 할 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앵커= 그런데 경찰이 게임 캐릭터에 한 말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피해여성 고소장을 안 받아준 것은 그러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이게 고소장을 들고 갔을 때 왕왕 생기는 문제인데요. 고소장을 들고 경찰 민원실을 찾아가지 않습니까. 민원실에서 접수를 담당하는 경찰관이나 상담을 해준다는 경찰관이 고소장을 검토한 다음에 '이건 이래서 안 됩니다' 등의 얘기를 하는데 지금 그런 과정에서 걸러진 것 같습니다. 

민원실에서 간단하게 보고 이게 모욕죄가 된다, 안 된다. 성희롱이 된다, 안 된다 이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고소장을 받아 보고 그 뒤에 실제로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피의자도 불러서 조사해보고 고소인도 불러서 조사해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도 조사해보고 이런 조사를 하라고 수사기관이 있는 것인데요.

민원실에서 이렇게 덜컥 잘라버리면 민원실의 판단이 도대체, 거기서 잠깐 고소장을 본 사람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원래 민원실은 그런 취지의 고소장을 잘라내라는 취지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잘못 운영된 것 같습니다.

▲앵커= "어떻게든 고소장을 못 내게 하려는 티가 났다"고 피해여성이 얘기하는데, 현장에서 이런 일이 종종 있는 건가요. 경찰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이유가 뭐가 있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민원실에서 고소장 관련 검토를 하는 이유를 간단히 생각해보면 고소가 남발되는 것을 막거나 아니면 전혀 적용 법조가 잘못된 것을 고소하거나 민사문제에 해당하는 것을 굳이 형사문제화하는 것을 막거나 이런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선에서 멈춰야지, 민원실에서 고소장을 검토하면서 판단까지 해버리는 듯한 태도가 돼서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민원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요. 예를 들면 공갈, 누가 나한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죽여 버릴 거라고 얘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갈 당했다'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법적으로는 이건 '협박'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공갈'이라고 고소장을 써왔다고 하면 민원 담당 경찰관은 그걸 그대로 접수하거나, 이것은 '협박으로 하시는 게 좋겠네요'라고 얘기해주거나 이렇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또 이것도 어려운 것이 '협박으로 하시면 된다'고 얘기하면 접수하러 온 민원인은 '협박으로 하면 처벌되는 구나' 이렇게 딱 생각해버리는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어떨 때는 적극적으로 얘기하기 어렵기도 하고, 어떨 때는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얘기해서 고소 접수가 안 되도록 할 때도 있고 이런 점들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앵커= 나름 다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은데 난 정말 억울한데 경찰에서 고소장을 안 받아주거나 사건을 그냥 종결하거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고소장은 안 받아줄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고소장을 안 받겠다고 해도 고소장 접수하라고 하면 접수해야 됩니다. 그런데 막상 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경찰관이나 또는 경찰에 옛날에 오래 있다가 퇴직했다는 분이 '이거는 고소사실 안 되는데요'라고 얘기하면 고소장을 선뜻 접수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우편으로 접수해도 되고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없이 검찰에 고소해도 됩니다. 그러면 다시 경찰로 이첩하든가 해서 조사하게 됩니다.

사건을 그냥 종결해 버린다, 이것은 고소장은 접수됐다가 나중 얘기인데요. 그냥 사건 종결하면 불송치 결정하거나 이래야 하는데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고 불송치한 뒤에 검사가 한 번 더 검토하는 제도도 있어서 원래는 다 걸러지기 마련인데요. 아예 고소장이 이번 것처럼 접수가 안 되면 뭐 그때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고소장은 접수를 해야 합니다.

▲앵커= 원래 사건으로 돌아가면 이런 문제가 이 여성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게임을 포함해서 사이버 성폭력, 성희롱 이런 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기본적으로 이런 분들은 말로 해서 해결되는 분들이 아니니까 적당하게 말로 해결을 했는데 안 된다면 형사고소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고요. 예를 들면 게임 게시판이나 채팅 앱 등을 통해서 허위사실을 유포되거나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온라인 서비스 프로바이더나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에게 적극적으로 해당 정보 등을 내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포털 같은 곳에도 요구할 수 있기도 한데요.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퍼지는 걸 막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근원이 되는 곳을 내릴 수는 있는데요. 이와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하는 것도 어렵진 않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원인제공을 한 사람은 처벌해야 하니까 그런 경우에는 고소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아무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커지긴 확실히 커진 것 같은데 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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