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공익소송도 못 하나" vs "공익소송 개념 불명확, 남발 우려"

[법률방송뉴스] 코로나 시대여서 요즘은 웬만한 토론회는 다 온라인으로 하는데, 오늘(3일) 대한변협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의미있는 온라인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공익소송도 돈 있어야 하나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 붙은 '공익소송 패소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입니다.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왕성민 기자가 토론회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 토론회 발제는 전 대한변협 공익소송 패소자부담 제도개선 TF에서 활동한 박호균 변호사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최용문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토론자로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정혜림 사무관, 법무부 국가소송과 윤경식 사무관,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김태호 위원 등 법원과 정부, 학계에서 두루 참석했습니다.    

일단 우리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당사자 부담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패소한 쪽이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 원칙'은 공익소송에도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패소자 부담 원칙이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와 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발전을 위한 공익소송을 위축시킨다는 것이 토론회 참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입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공익소송은 대다수 국민의 공익을 위한 선의의 목적에서 제기되는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패소의 부담은 소송당사자만이 부담하게 되는 바, 이러한 구조로 인해 공익소송이 위축되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지적 장애인들을 섬에 가두고 염전 노동에 노예처럼 부려먹은 사실이 드러나 전 국민을 공분에 빠트렸던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이 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 책임을 분명히 묻고자 피해자 8명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 단 1명만 이겼고 나머지 7명은 패했습니다. 

이에 나머지 7명은 700만원에 육박하는 소송비용을 신안군에 물어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가, 2심과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소송비용 부담은 벗었습니다. 

이기고 지고,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와 지자체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의 소송에 비용을 부담시킨 씁쓸한 사건입니다.

헌법 제27조는 국민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기본권으로 '재판청구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판청구권을 실질화 하려면 적어도 공익소송의 경우엔 소송비용 부담을 완화하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 '패소자 부담주의 예외 제도의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호균 변호사의 말입니다.     

[박호균 변호사 /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그런데 경제적 약자에 대해서 사법 접근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면 이거는 재판청구권의 이제 침해도 생길 수 있는 거고, 과도한 제약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당연히 솔루션을 같이 만들어가면서..." 

관련해서 박호균 변호사는 크게 4가지 이유와 근거를 들어 공익소송 비용부담 완화 법률개정 작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소비자-대기업과 같은 사회적 지위 격차에서 발생하는 힘의 불균형 해소 ▲입증책임 부담이 큰 전문소송의 특성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 기능 활성화 등이 그것입니다. 

공익소송 자체가 기존 제도나 판례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어, 입증 부담이 크고 패소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익소송 활성화를 위해선 소송비용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박호균 변호사 /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양 당사자의 지위가 대등하지 않고 또 전문적 영역에 해당하거나 증거 편재로 입증의 부담이 큰 경우가 많고요. 공익소송은 현시점에서 법령이나 법원의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향적 개선을 촉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토론회에선 또 당사자부담 원칙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98조와 함께, 같은 법 제109조 '변호사의 보수와 소송비용' 조항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종래에는 변호사 보수가 소송비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1990년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 보수도 패소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바뀐 겁니다.  

인권과 정의, 소비자보호, 환경보호, 국민 건강권과 관계되는 의료소송 등 공익소송들에까지 일률적으로 '패소자부담 원칙'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 보수 각자 부담 원칙’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총리실 민간인 사찰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하고도 청구한 액수가 다 인정되지 않았다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국가에 상환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박호균 변호사 /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이후 논의를 해서 대한변협에서 2020년도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민사소송법) 98조를 개정하자. 해서 재판비용까지 예외를 둘 수 있는 거를 한번 만들어보자, 공익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요."  

'소송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방안'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용문 변호사는 소송비용 결정과 집행, 두 단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법원이 소송비용액 확정 결정을 할 때 공익소송 등에 대한 예외 사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민사소송법에 명시하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가가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하기 전에 공익소송 등에 대한 예외 사유를 다시 고려하라는 내용을 삽입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법원이 소송비용을 확정했다 하더라도 국가가 그 집행을 완화하거나 면제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공익소송에 대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겁니다. 

최용문 변호사는 특히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은 국민 알권리 행정의 투명성 감시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소송비용을 면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용문 변호사 /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특히 시민사회단체가 행정의 투명성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이런 정보공개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정보공개에 관한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 소가가 5천만원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심급당 440만원까지..."  

반면 일단 패소자부담 원칙이 훼손되면 소송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 섞인 반론도 제기됐습니다. 

패소자 부담 원칙의 예외를 둔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를 ‘공익소송’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그 개념과 정의도 아직 불명확하다는 지적입니다. 

[정혜림 사무관 /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담배 소송 같은 것이 과연 공익소송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등 개념이 굉장히 불명확하여 이를 하나의 소송법 형식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아가 '공익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소가 남발될 경우 정부 정책이나 제도 문제가 모두 사법부로 넘어오는 정치의 사법화, 정책의 사법화, 결과적으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혜림 사무관 /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환경 분야나 노동 분야, 교육 분야 더 나아가서 식품안전, 사회복지, 탈북자 인권, 여성단체 등 정말 다양한 공익소송이 있습니다. 이렇게 피해당사자의 특정이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공익소송이라는 것에 혼재되어..."

앞서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국가송무제도 개선 차원에서 공익소송 패소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국회 법사위 백혜련 의원은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21대 국회에서 공익소송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익 실현과 소송 남발 우려 사이, 합의점을 도출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왕성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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