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사과문 "의구심 없애도록 정보 공개"... 이용자들 "경영진이 직접 나서라"

[법률방송뉴스] 게임을 안 하시는 시청자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요즘 게임업계에선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두고 이용자와 업체 간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왕성민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3·1절 연휴 시작을 앞둔 지난 주 금요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본사 앞입니다.

'자율규제 하라 했더니 돌아온 건 확률조작'이라는 조명판이 반짝이는 시위 트럭이 눈에 띕니다. 

'카지노는 확률공개, 메이플은 영업비밀', '겉으로는 단풍이야기, 뜯어보니 바다이야기’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문구들이 계속 지나갑니다.  

시위 트럭 인근엔 흰 돼지 가면에 검정 마스크를 한 남성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위 팻말엔 '애정에 사과하라'는 역시 알 듯 모를 듯한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메르가본캐얌'] 
"근데 그 확률이 게임사 마음대로 조정이 가능한 사실이 몇 가지 사례로 밝혀지고 그리고 그 확률 추산 과정에서 게임사가 유저들을 기만을 해온 거죠. 여태까지."

게임회사들이 특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확률을 가지고 이용자들을 기만해왔다는 건데, '애정에 사과하라'는 팻말 글씨는 넥슨 게임을 믿고 사랑해온 이용자들에, 그 애정에 사과하라는 의미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메르가본캐얌'] 
"기만을 어떤 식으로 해 왔냐면요, 아이템 설명에 무작위 확률로 특정 옵션이 나온다고 돼 있으면 저희는 일단 기본적으로 이 모든 확률이 동등할 거라고 생각을 하죠. 얘들 메이플스토리 측은..." 

문제의 발단은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의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한 아이템인 '환생의 불꽃'을 두고 시작됐습니다.  

2003년 처음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누적 이용자 수만 1천 800만명에 달하는 넥슨의 알짜 수입원입니다. 

'환생의 불꽃' 아이템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게임 아이템들의 성능이나 활용도를 강화하는 아이템입니다. 

쉽게 말하면 10정도의 파괴력이 있는 아이템을 100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아이템으로,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아이템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세계'] 
“당장 이번에 메이플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해당 아이템 같은 경우에는 가장 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강화요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이와 관련 넥슨은 그동안 자사 홈페이지와 게임창에 환생의 불꽃이 "높은 수준의 추가 옵션까지 무작위로 부여한다"고 공지해 왔습니다. 

이를 게임 이용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업그레이드가 되는지 인위적 개입 없이, 말 그대로 무작위로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 사이에선 원하는 아이템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환생의 불꽃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세계'] 
"그렇게 되니까 유저(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환생의 불꽃'이라는 아이템만 사용해가지고 아이템의 옵션을 뽑기 위해서 수백만원 심지어 수천만원 쓰신분도 있는데 그것이..."

이런 가운데 지난 달 18일 넥슨은 게임 업데이트 현황을 밝히면서 돌연 "환생의 불꽃을 통해 부여되는 추가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수정했다"고 발표합니다.  

넥슨의 이 발표에 게임 이용자들은 벌집을 쑤신 듯 뒤집어져 들고 일어났습니다. 

'동일한 확률로 수정했다'는 발표를 뒤집어보면 그 전엔 동일하지 않은 확률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업그레이드 효과가 나올 확률을 인위적으로 낮게 맞춰온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항의입니다.   

한마디로 그동안 '무작위'로 한다기에 하다보면 원하는 게 걸리겠지, 하고 환생의 불꽃에 비용을 투입해 왔는데 넥슨이 이용자들을 기만해왔다는 항의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세계'] 
"그래서 분명히 유저들이 느끼기에는 확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상황에 게임회사들의 입장을 보니까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아, 이 사람들, 유저 상대로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하다’라는 것을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게임 이용자들은 나아가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카지노도 승패 확률을 공개하는데 왜 유독 게임만 어떤 아이템이 어느 정도의 확률로 걸리는지 그 습득률 등을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느냐는 지적과 성토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세계']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저들은 확률이 공개가 되지 않으면 게임사들이 제대로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그것 자체가 이렇게 피해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지금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넥슨이라는 대기업이 가장 먼저 확률 공개를 자연스럽게 해주면 다른 업계도..."

게임 이용자들의 비판과 성토가 쇄도하자 넥슨은 어제 홈페이지에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관성적으로 ‘무작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고 부끄럽게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였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사과문은 그러면서 "한번 깨진 신뢰는 쉽게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더 이상의 불안감이나 의구심을 없앨만한 정보·기록을 공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늦어도 오는 5일 금요일까지는 관련 내용을 준비해 안내하겠다고 사과문은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메이플스토리 인벤 총대진'은 성명을 내고 디렉터 개인의 사과가 아닌 넥슨 회사 차원의 사과문과 이용자들이 납득할만한 조치 발표를 당부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세계'] 
"이제 여러 많은 유저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이 사건을 메이플스토리 디렉터의 사과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넥슨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더 나아가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런 가운데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습득률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상정됐습니다. 

통상 게임산업 규제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온 이용자들도 이상헌 의원의 게임법 개정안엔 판교와 홍대, 국회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 닉네임 '세계'] 
"이제 이것이 자율적으로 안 된다고 하면 역시나 법제화가, 법제화만이 답이라고 유저들이 모두 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제화하는 그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좀 더 많은 행동을..."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한 게임업계 임원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의는 자율규제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국내 게임사들만 규제 대상으로 포섭돼 오히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달 15일 이상헌 의원의 게임법 개정안에 대해 ▲영업 자유 침해 ▲다른 법과의 형평성 문제 ▲사업자 부담 강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사면초가 상황을 맞고 있는 넥슨이 오는 5일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사태 파장과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게임업계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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