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도과, 명예훼손 위험 감수하고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
"학교폭력, 반드시 어떻게든 책임을 묻는다"는 메시지 전달 계기 돼야

김장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장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유명인들에 의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과거의 피해사실을 호소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에서 배우, 프로스포츠 선수, 아이돌 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의 하차나 무기한 출전정지 조치 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인 청소년들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당연히 그 양상에 따라 모욕, 명예훼손, 폭행, 상해, 강요, 공갈죄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가중처벌 등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문제된 학교폭력 사례를 보면 대체로 피해가 있었던 시기에서 수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야 피해사실이 알려지게 되어 공소시효의 도과로 이미 형사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도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평판이 직업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유명인인 가해자‘의 경우에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도덕적인 지탄이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에 비하여 훨씬 큰 타격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해자는 신속하게 피해자와 연락하여 사과와 함께 합의를 시도하기도 하고, 피해호소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오히려 명예훼손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피해사실에 관하여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가 적용되고, 형법상 명예훼손에 비하여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적시한 사실이 허위사실일 경우 동조 제2항 또는 형법 제307조 제2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는 유명인인 대상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미치는 행위로서 당연히 처벌되어야 마땅합니다. 다만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부인되어 처벌되지 않습니다.

대중에 스스로 노출된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원이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심증을 형성함에 있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여지가 있어, 반드시 처벌을 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이 위와 같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학교폭력 사실에 대한 글을 게시하는 것은, 방송 등을 통해 가해자들이 대중에 노출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당시의 피해를 떠올리게 되어 재차 상처를 받고, 유명인들의 가해사실을 알려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사회에 환기하고 재발을 막고자 하는 공익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등의 고민을 거친 결과일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피해를 받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제기되는 최근의 학교폭력 논란에서,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 자신이 속한 작은 사회 내에서는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시도를 하지 못하고 이에 민·형사상으로 피해를 구제할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한편으로 청소년기에 또래의 친구들로부터 입은 상처가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됨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의 학교폭력 논란을 통하여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한편,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학교폭력은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게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학교폭력은 단순히 가해자인 청소년만의 책임이 아니라 결국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온 사회가 그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과 인식 제고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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