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법조계 주류 진입, 역설적으로 로스쿨 개혁 문제 표면화·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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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로스쿨 결원보충제'를 둘러싼 논란이 연초부터 재야 법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결원보충제는 자퇴나 미등록 등의 사유로 재학생이 이탈한 경우, 다음해 입시에서 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추가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한시법인 결원보충제는 지난해를 끝으로 효력을 상실했지만 교육부는 결원보충제를 2년 더 연장하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변호사들은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무회의 전날인 지난 8일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협회장 당선인과 김정욱 신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결원보충제 연장 조치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결원보충제 연장을 강행하자, 변호사단체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법조계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 결원보충제, '변호사 배출 수' 둘러싼 변호사 vs 로스쿨 갈등 내재  

로스쿨 결원보충제 논란의 배경에는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이려는 변호사들과, 배출 수를 늘리려는 로스쿨의 해묵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매년 1천600명~1천700명 가량 신규 법조인이 쏟아지면서 포화 상태가 된 법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8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욱 서울변회장은 "매월 변호사 1일당 수임 건수가 평균 1.2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는데 김정욱 서울변회장의 이같은 지적은 법률시장도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당수 개업 변호사들의 위기의식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대로 로스쿨들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현재 50%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합격률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4월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주최로 열린 '변호사시험의 완전 자격시험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응시자 대비 80%'를 적정 합격률로 제시했다.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현행 '입학 정원 대비 75%'라는 기준보다 훨씬 더 많은 합격자가 배출된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적정 변호사 배출 수'를 둘러싼 논란은 수 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발표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당해 시험 합격률을 놓고 변호사 단체와 로스쿨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변협이 먼저 법무부에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천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당시 변협은 의견서에 △경제성장률 저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호사 업계 불황 △법원·검찰 퇴직자의 변호사시장 유입 △인접직역 자격사의 증가 및 업무범위 확대 △기술 발전으로 인한 법률서비스 대체 기술 확산 등을 합격자 감축 근거로 제시했다. 

변협은 아울러 로스쿨의 부실한 학사관리도 함께 지적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실시한  '2019년 ISSUE 관련 국민 의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8%가 변호사시험 기준 강화를, 54.7%가 교육수준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행 로스쿨 교육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변협은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변협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로스쿨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는 변협의 의견서 제출 이틀 뒤인 지난해 4월 9일 법무부 연구용역 보고서인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변시 합격자 수를 1천700명까지 늘려도,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변호사 숫자가 적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로스쿨 측은 이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변협의 합격자 감축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같은 달 발표된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총 1천768명으로, 2019년 치러진 제8회 변시 합격자 수인 1천691명보다 77명 더 늘어나 1천700명 선을 넘어서면서 법무부는 사실상 로스쿨의 손을 들어줬다. 

■ 벼랑 끝 변호사 시장... 변호사단체들 "로스쿨 개혁으로 논의 확대" 

법조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변호사들도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대형 로펌들 마저 지난해 역신장을 막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개업 변호사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지난달 선출된 차기 변협 집행부와 서울변회도 '직역수호'에 대해 매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공동캠프를 꾸렸던 이종엽 변협회장 당선인과 김정욱 서울변회장은 △결원보충제 연장 △방송통신대 로스쿨 도입 △변호사시험 합격률 조정 등의 이슈에 대해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김정욱 서울변회장은 부실 로스쿨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해 도태되어야 할 로스쿨은 앞으로 통폐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김 회장의 이같은 발언이 법조계에서 새삼 더 주목을 받은 이유는 김 회장이 사법시험이 아닌 변호사시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변회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로스쿨의 부실한 학사운영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엄청난 학비를 내고도 로스쿨 교육만으로는 시험에 합격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학원 강의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사법시험과 로스쿨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던 시기에는 이같은 주장이 자칫 '로스쿨 흔들기'로 비칠 수 있어 바깥으로 크게 표출되지는 않았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제도 안착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로스쿨 내부 문제를 들추어내 공론화 하거나 신경 쓸 여력이나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로스쿨 제도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지 오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조계 주류로 새롭게 발돋움하면서 그동안 표면화 하는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부실 로스쿨 문제가 전면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변호사 배출 수를 둘러싼 결원보충제 찬반 논쟁은 향후 로스쿨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 이슈로까지 쟁점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종엽 변협회장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로스쿨 평가 특별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로스쿨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법무부와 교육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평가 결과 일부 로스쿨이 법조인들의 기준, 나아가 로스쿨 재학생이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통폐합을 포함한 로스쿨 개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기 불황과 인접직역 자격사와의 직역갈등, 코로나 사태 등 변호사 업계가 삼중, 사중의 압박에 처한 상황에서, 13년차에 접어든 로스쿨이 명실상부하게 법조계 주류로 발돋움 하면서 역설적으로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로스쿨 개혁이 표면화·공론화 되고 실제 로스쿨 개혁과 재편으로 이어질지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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