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3㎝ 절단한 여성 불기소 처분... "과잉방위지만 면책 행위, 위법성 조각"

▲유재광 앵커=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에 대해 검찰이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서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게 사건이 뭐 어떤 사건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 25분쯤 부산 남구 황령산 산길에 주차된 차량 내에서 여성 A씨가 남성 B씨의 혀를 깨물어 혀끝이 3㎝가량 절단된 사건입니다. 사건 직후 혀끝이 잘린 B씨가 지구대를 방문해 중상해로 신고했는데요.

그러자 여성 A씨도 B씨가 강제추행을 하는 것에 대해 정당방어를 한 것이라며 강제추행으로 남성을 고소했고요. 저항 과정에서 몸에 상처가 남았다며 사진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여성은 20대, 남성은 30대로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씨는 처음 만난 A씨에게 드라이브 가자는 제안을 해 A씨가 받아들이고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A씨는 숙소로 가기 전 취한 상태에서 길거리에서 졸고 있는데 차가 섰고 B씨가 10분간 말을 걸다 지나갔는데, 다시 차를 끌고 와 자신을 차에 태웠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경찰 수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윤수경 변호사= 차량 블랙박스에 A씨가 피해를 주장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CCTV에 대해 수사를 해 B씨의 강제추행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A씨의 혀 절단행위에 대해선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연 결과 혀 절단은 정당방위를 넘은 '과잉방위'이기는 하지만, 형법 21조 3항에 따라 면책되는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앵커= 형법 21조 3항 면책 행위가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경찰은 이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를 넘은 과잉방위라고 봤지만, 형법 21조 3항에 따른 면책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형법 21조 3항은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남성은 어떻게 주장하고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앞서 잠깐 말씀드렸는데 B씨는 "드라이브 가자"는 자신의 제안을 A씨가 받아들였고, 합의에 의한 접촉 과정에서 발생한 중상해라고 주장했지만, A씨는 강제추행에 대한 대응이라며 정당방위로 맞섰습니다. 혀가 잘린 B씨는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직접 운전해 황령산에서 가까운 부산의 광남지구대로 갔고요. 그리고 B씨는 그 자리에서 A씨를 고소했습니다. 자신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였습니다. 

A씨도 가만있지는 않았는데요. B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맞고소했습니다. 남성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A씨의 얼굴과 몸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와 A씨 변호인에게 해당 녹음 파일을 들려줬고, 이를 들은 A씨 변호인은 강제추행 고소장을 강간치상으로 변경했습니다. 

경찰은 B씨에 대해 강간치상 및 감금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9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A씨에 대해선 ‘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B씨에 대해서 강간치상, 감금 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앵커= 이게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어떻게 구분하나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혀가 절단되면 과잉방위, 그렇지 않으면 정당방위라는 식의 판단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피해자의 신체와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 인정된다면 정당방위로 보아야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이번 사건에선 먼저 동의 부분과 관련하여서 만취 상태에서는 정확한 의사표현이 힘듭니다. 동의나 거부를 명확히 할 수 없는 상태, 의사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의 여성에게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A씨가 B씨의 혀를 절단함으로써 상해를 입게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성폭력으로부터 A씨의 인격과 신체를 지키려는 생각에서 취해진 정당방위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혀 절단, 비슷한 사건 재심이 진행 중인 게 있지 않나요. 

▲윤수경 변호사= 부산에서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 최모씨가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최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당시 21살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 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노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 이후 숨죽여 살아온 최씨는 지난해 용기를 내 한국여성의전화를 찾았고 지난해 5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B씨는 합의에 의한 키스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사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신 여성에게 그날 처음 만난 남성이 정당한 동의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만약 B씨가 A씨의 동의를 받았다면, A씨가 굳이 남성의 혀를 깨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최근 피해자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데, 피해자의 신체와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 인정된다면 정당방위로 봐서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네. 재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성폭행 저항 정당방위 기준 정립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