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박성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박성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반칙왕’에서 어눌하고 소심한 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부지점장의 헤드록 걸기와 같은 괴롭힘 속에서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프로레슬링을 접하게 되고, 매일 레슬링 기술을 연마하여 마침내 퇴근 후에는 반칙왕이라는 ‘부 캐릭터’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는 레슬러 반칙왕이 됨으로써 잃어버렸던 자신감과 삶의 활력을 회복하고 마침내 현실에서 그를 괴롭혔던 상사와 맞서게 됩니다.

20년 전 개봉한 영화 ‘반칙왕’은 최근 연예계에서 유행하는 부캐(‘부 캐릭터’의 준말)의 직장인 판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부캐란 용어는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캐는 연예인들의 예능 캐릭터로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사실 평범한 일반인들도 ‘반칙왕’의 임대호처럼 부캐릭터를 갖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이 부캐를 현실 속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취미 활동, 동호회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겠지만, 나의 부캐를 본격 실현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현재 갖고 있는 직업 이외의 다른 직업을 추가적으로 갖는 것(겸직)일 겁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현 직업 이외에 다른 직업을 추가적으로 가짐으로써 나의 부캐를 실현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먼저 공직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부캐 실현(겸직)에 법적으로 상당한 제한을 받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 지방공무원법 제56조는 ‘공무원은 공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의 경우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영리업무와 겸직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만 허가를 받아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직원, 금융회사 임직원, 변호사·세무사 등 업무 수행에 공공성이 요구되는 자격자들에 대해서도 겸직 또는 영리업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률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법률에 의해서 제한을 받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는 일반 사기업 직장인들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원칙적으로 근로자는 헌법 제15조에서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직원에 대한 겸직을 무조건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취업규칙 등으로 ‘정당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겸직을 제한할 수 있고 근로자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할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근무시간 내’ 회사의 사전 승인 없이 타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근로계약 위반행위이므로 회사는 계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근무시간 외’ 타 업무를 수행하거나 타 직장에 근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므로 계약이나 취업규칙으로도 전면 제한할 수 없습니다. 법원도 “근무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기업질서나 근로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보고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1. 7. 24. 선고 2001구7465판결 참조)

다만 ‘근무시간 외’의 직업활동이라 하더라도 기업질서나 근로제공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가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 또는 해고 사유로 규정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①회사와 경쟁관계 또는 동종, 유사업종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의 보안이나 기밀이 유출되거나 그러한 소지가 있는 경우 ②회사의 명예나 이미지를 훼손, 실추시키는 경우 ③겸직으로 인해 잦은 지각, 조퇴 등 근무태도가 불량해지거나, 업무지시 불이행 등 기업질서나 근로제공에 지장을 준 경우 등에는 ‘근로시간 외’의 겸직이라도 회사의 제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겸직금지 규정이 있는 일반 사기업의 경우 ‘근무시간 내’의 겸직은 엄격히 제한되고, ‘근무시간 외’의 겸직은 회사의 기업질서나 근로제공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 사기업 직장인의 경우라도 ‘근무시간 외’의 활동이라면 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는 이상 법적으로 부캐를 자유롭게 만들어 활동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현실적으로 직장인이 부캐를 만들어 활동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근로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부캐는 본캐(‘본 캐릭터’의 준말) 회사 입장에서는 썩 환영받지 못할 일일 가능성이 있고, 이미 본캐만으로도 힘든 일상에 부캐 활동 자체가 추가적 부담이고 피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더라도 자신만의 부캐를 키워 부캐와 본캐의 시너지 속에서 일상의 활력을 다시 불어넣는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볼 매우 매력적 상상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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