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들 "탄속 최소 1줄 이상으로 높여야" 주장
"헌법소원, 입법청원 등 대국회 활동 적극 나서야"

▲유재광 앵커= 법률방송에서는 지난 2개월간 에어소프트 건 관련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비합리적 규제 이슈에 대해 8차례에 걸쳐 보도해드렸는데요. 시청자들이 뜨거운 관심과 공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에 감사드리고, 에어소프트 건 문제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에어소프트 건 관련 내용을 취재해온 왕성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왕 기자, 에어소프트 건을 직접 스튜디오에 가지고 나왔는데 이게 어떤 건가요. 

▲왕성민 기자= 네. 이 총은 1991년 12월에 생산된 아카데미사의 L85A1이라는 ‘전동건’입니다. 전동건은 배터리와 모터를 넣어 비비탄을 발사시키는 에어소프트 건으로 가스충전식과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에어소프트 건 구동 방식 중 하나입니다. 

모델이 된 실총은 영국군의 구형 제식소총인데요. 불펍(bull-pup) 방식이라고 해서 탄창 삽입구가 총기 뒤쪽에 배치돼 있는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1991년이라면 30년 된 에어소프트 건이라는 얘기인데, 이 총을 가지고 나온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 총은 국내 최초의 전동건이자,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전동건입니다. 최초의 전동건은 일본 도쿄 마루이사에서 내놓은 FA-MAS였고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은 서바이벌 게임의 여명기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이미 전동건을 독자 개발해 상용화했을 만큼 완성도 높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총은 우리 에어소프트 건 업계의 여명과 태동을 알리는 상징적인 총이다, 이런 의미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잡지도 하나 가지고 나왔는데 이건 또 뭔가요.

▲기자= 네, 제가 들고 있는 이 책자는 1995년 초 발매된 '플래툰'이라는 잡지인데요. 국내 유일 에어소프트 건 관련 잡지 창간호로 나름 상징성이 있는 잡지입니다. 여기에 이 총이 개발된 배경과  당시 국내 업계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습니다. 

플래툰은 지금도 발매되고 있고 마니아들 사이에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 에어소프트 건 산업 자체가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상황이라는 건가요. 

▲기자= 네, 30년전 만 해도 뛰어난 혁신을 선보이며 일본과 함께 에어소프트 관련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사실상 국내 산업은 불모지나 다름없이 황폐화 됐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에어소프트 건을 만들어도 정작 국내에선 사실상 팔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실제 이 총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아카데미사(社)는 유명 프라모델 전문 업체인데, 이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성인용 전동건 제작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반면 우리 아카데미와 비슷한 시기 전동건을 내놨던 일본의 마루이사는 에어소프트 건 관련 매출로만 연간 수백억 원의 실적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앵커= 이렇게 된 게 에어소프트 건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때문이라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 단적인 예가 탄속 0.2J 이하라는 비현실적인 규제입니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규제인지 말씀을 드리면 0.2J은 비비탄 총알이 기껏해야 10미터 정도, 잘 나가야 거기서 몇 미터 정도 밖에는 더 날아가지 못하는 탄속입니다.   

이 때문에 에어소프트 건 업계 관계자나 이용자들은 "입으로 비비탄을 불어서 내뱉는 수준"이라고 자조하듯 개탄하고 있는데, 이걸 누가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씩 주고 사겠냐고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앵커= 듣기만 해도 답답하네요.

▲기자= 네, 여기에 지금은 좀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이 실적용으로 철만 되면 불법 개조 에어소프트 건을 잡아낸다며 서바이벌 게임장을 단속했고, 불법성과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단속된 총에 쇠구슬을 넣어 위력 시범을 보였고,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방송했습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반복되고 중첩되면서 국내 에어소프트 건 산업은 쪼그라들었고, 그 사이 대만이나 홍콩 등 중화권 기업들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해 버렸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어소프트 건 시장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액세서리나 서바이벌 게임 관련 매출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당연히 훨씬 더 큽니다.

▲앵커= 안타깝네요. 에어소프트 건을 모의총포로 단속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죠. 

▲기자= 네, 우리나라는 에어소프트 건을 레저용품이 아니라 총포도검화약류법에 따른 '모의총포'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총기 안전사고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책상머리에서 나온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외관이 비슷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면 형형색색의 컬러파트를 다는 등의 방법으로 오인 여지를 없앨 수 있고, 이를 위반하거나 에어소프트 건을 오남용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면 되지, 이걸 애초에 모의총포로 규제하고 단속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과유불급이라는 게 이용자들의 항변입니다.  

▲앵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나라처럼 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서바이벌 게임은 탁 트인 야외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다양한 전투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고 해서 레저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이 서바이벌 게임을 하려면 탄속이 최소 1J 이상은 돼야 합니다. 1J이 일종의 마지노선인 건데요.

그래서 유럽을 보면 2J에서 16J 사이에서 자국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탄속을 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2J로 규제가 가장 엄격하고 스웨덴은 10J 수준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프랑스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0.2J에 비하면 10배 이상이고, 행정규제가 가장 높은 이웃나라 일본도 우리 5배인 1J로 탄속을 정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엔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좀 특이한 상황이긴 해도 무려 20J까지 허가하고 있는데, 20J이면 모의전투를 포함한 사실상 거의 모든 군사훈련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군사적 측면에서도 에어소프트 건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전인범 예비역 중장 / 전 특전사령관]
"예를 들면 특수부대들이 CQB라고 해서 근접 건물 소탕작전 같은 걸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거. 그래서 그럴 때는 처음에는 이 총을 가지고 그런 연습을 하고 나중에 실사격을 한다든지..."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안전과 경제성 모두에서 에어소프트 건의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며 불합리한 규제는 풀고, 우리 군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앵커= 에어소프트 건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그럼 이걸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취재를 하면서 안타까운 점이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에어소프트 건과 서바이벌 게임에 대한 인식이 "꼭 총 들고 그렇게 뛰어다니며 놀아야 되냐, 그거 못하면 큰일 나냐"는 식의, 일각이어도 그런 인식이 여전히 있다는 점이 하나 있고요. 

이 부분은 잘못된 선입관이 차차 개선되어 나갈 거라 생각하고, 다른 하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단체도 만들고 연대의 목소리도 내고 하는데 그 방향이 좀 아쉽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동호인들과 업체 관계자들의 관심과 하소연이 불법 개조 단속주체인 경찰이나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실무부서인 기술표준원 관계자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앵커= 그게 왜 문제라는 건가요.

▲기자= 행정청은 기존에 있는 법을 적용하는 주체이지 법 자체를 바꿀 권한이나 능력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개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쉽게 말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해버리면 사실상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붙잡고 늘어져 봐야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에어소프트 건,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두 가지 축이 있는데 하나는 법을 제정하는 국회를 상대로 직접 문제제기를 하고 청원을 하는 겁니다. 다행인 건 법률방송 보도가 나가고 일부 의원실에서 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려 하는 등 에어소프트 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건데요. 더욱 적극적인 대국회 활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방법입니다. 제가 취재를 해보니 지난 2009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요. 살펴보니까 권익을 침해받는 주체, 침해받는 권리 등 구체적 논리구성이,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좀 많이 어설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 다 기각됐습니다.

침해받는 주체와 권리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논리 구성을 촘촘히 해서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승산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헌법소원 관련 자문을 해준 김의택 변호사의 말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의택 변호사 / 법무법인 YK] 
"하나는 에어소프트 건을 만드는 생산하는 분, 이걸 가지고 서바이벌 게임장을 운영하시는 사업자 분들, 마지막으로는 이걸 이용하는 소비자, 이렇게 세 종류가 가능하겠지요. 좀 더 기본권을 직업선택의 자유라든가 다른 여타의 개별적 권리로 특정하고..."

실탄 사격장도 허용하고 있는데 에어소프트 건 불법 개조 없인 서바이벌 게임을 사실상 할 수 없는 지금의 규제가 과연 정당하냐, 이런 지적입니다. 김의택 변호사는 그러면서 아동과 청소년, 성인별로 탄속을 달리 규제하는 방법 등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비상식적인 불합리한 규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데, 진행상황이나 추가 취재할 게 있으면 더 전해드리고, 에어소프트 건 얘기 그동안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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