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능 본질적 하자 아니어서 환불·교환은 안 돼... 도색비용 등은 받을 수 있어"

▲유재광 앵커= 비싼 수입차를 샀는데 원래 사려던 색상이 아닌 다른 색상 차량이 왔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에서 관련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먼저 어떤 사연인지부터 볼까요.

▲기자= 신모씨는 지난 2019년 1월 ‘지프 컴패스 2.4리미티드’ 모델의 신차를 구입했습니다. 판매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보름 만에 차량대금 4천만원 전액을 지급했다고 하는데요. 신씨는 계약 당시에 차량 판매사 직원에게 카탈로그에 있는 지프 차량 중 1번 ‘화이트’ 색상과 10번 ‘화이트’ 색상이 비슷해 보여 차이를 물었고, 이 직원은 1번은 '그냥 화이트'이지만 10번은 '펄이 들어간 화이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신씨는 진주빛이 감도는 펄 화이트 색상을 원하지 않았기에 1번 그냥 화이트 색상을 선택해 구매했습니다.

▲앵커= 원래 원했던 색상이 아니라 다른 색상이 잘못 나온 모양이네요.

▲기자= 네. 차량 계약까지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 발생했습니다. 차량을 인수하고 보니 신씨가 원했던 ‘그냥 화이트’ 색상이 아닌 ‘펄 화이트’ 색상이었던 겁니다. 1번 화이트 색상은 신씨가 구매하기로 한 2.4리미티드 고급형 모델에는 없고, 일반형 모델에만 있었던 건데요. 이를 알지 못한 직원이 계약 당시 제대로 이러한 사실을 신씨에게 설명해 주지 않아 문제가 생기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신씨는 어떻게 했나요.

▲기자= 네. 당연히 신씨는 판매처로 달려가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무작정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에 신씨는 직원의 이런 나몰라라식 횡포에 억울함을 감추지 못해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해 자동차 판매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앵커= 재판에선 쟁점이 어떻게 됐나요.

▲기자= 수입차 판매사에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었는데요. 일단 구조공단 측은 자동차매매계약에 따라 지프 컴패스 2.4리미티드 화이트 차량을 인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펄 화이트 차량을 인도한 회사에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요.

이에 신씨가 펄이 들어가지 않은 화이트 색상을 요구함에 따라 판매직원이 계약서 색상란에 ‘화이트’라고 직접 기재한 점, 또한 출고 전에 이미 이 판매직원은 화이트 색상이 신씨가 구매하려는 차량 모델에는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음에도 미리 설명도 없이 펄 화이트를 인도해 버린 점, 나아가 차량출고 후 신씨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미안하다며 인정한 사실 등을 주장했습니다.

다만 애초 신씨는 계약 취소나 해제를 요구하며 환불을 원했지만, ‘차량인수 후엔 중대한 하자가 반복돼 안전이나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라는 자동차관리법 제47조2에 따라 환불 요구는 하지 못했고요.

펄 화이트를 화이트로 도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도색 기간 동안의 차량 렌트비만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습니다.

▲앵커= 이 딜러는 이런 차이를 알았나 모르겠나 모르겠는데, 회사 측은 뭐라고 반박했나요.

▲기자= 회사 측은 “차량구매에 있어서 색상은 본질적 부분이 아니므로 도색 및 렌트 비용은 통상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는데요. 차량의 본질은 색상이 아니라 굴러가는 데 있기 때문에 배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한 의뢰인이 고급형을 원했기 때문에 펄 화이트와 화이트를 구별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 즉 카탈로그상 고급형의 경우 화이트는 옵션에 없음을 신씨도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과실 70%를 상계해 달라는 항변을 했습니다.

▲앵커= 서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직원의 설명의무 위반 등의 과실로 다른 색상의 차량을 인도하게 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로 인한 도색 비용과 도색 기간 동안의 렌트 비용을 통상손해로 인정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신씨는 회사로부터 830여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씨를 대리한 정경원 변호사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차량인수 후 수입차 판매사들의 나몰라라식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계약내용과 다른 차량을 인도했음에도 판매사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사후처리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수입차 판매사들의 이와 비슷한 횡포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의를 전했습니다.

▲앵커= 작년부터 본격 시행된 한국형 ‘자동차 레몬법’ 시행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인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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