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논란에 후보들끼리 고발전... 이찬희 현 변협회장 '선거 개입' 논란도
로스쿨 출신 지지 끌어낸 이종엽·김정욱 '연대' 승리... 청년변호사들 결집 보여줘

▲신새아 앵커= 법률방송에서는 어제와 오늘(29일) 제51대 대한변협회장 이종엽 당선인과 제96대 신임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단독 인터뷰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선거를 쭉 취재해온 왕성민 기자와 선거 뒷얘기들을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왕 기자, 이번 변협회장 선거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독 잡음이 많았죠. 

▲왕성민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역대 가장 많은 5명의 후보가 출마해 시작부터 어떻게 보면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애초 유력후보로 점쳐졌던 조현욱 후보를 이종린, 황용환, 박종흔 세 후보가 변협 선관위에 집단신고를 한 게 단적인 사례입니다. 조현욱 후보가 사용한 경력 등이 상세히 적힌 '접이식 명함'이 제공이 금지된 일종의 팸플릿에 해당돼 변협 선거규칙을 위반했다는 건데요.    

이에 조현욱 후보도 곧바로 황용환 박종흔, 여기에 이종엽 후보까지 선거규칙 위반으로 맞고발 하며 맞섰고 이 과정에 신경전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법률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선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험악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토론회를 개최하냐 마냐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변협회장 선거 때마다 변협 선관위 주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고, 후보자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며 정책과 자질을 검증 받았습니다. 회원들도 후보들의 옥석과 진면목을 판단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변협 선관위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번 선거에선 토론회를 안 열겠다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에 안 그래도 코로나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운데  '깜깜이 선거'라는 변협 안팎의 비판과 비난이 쇄도했고요.  

법률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5명의 후보들 모두 공개적으로 토론회 개최를 촉구했고, 이런 안팎의 비판과 압박에 변협에서 토론회를 열기로 입장을 바꿨지만, 이번엔 너무 촉박한 일정 등을 사유로 이종엽, 조현욱 유력 후보 2명이 결국 토론회에 불참하게 되면서 맥 빠진 반쪽짜리 토론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변협 선관위는 언론사나 방송사 주최 토론회 참가도 사실상 일체 불허했는데, 애초 왜 계속해오던 토론회를 금지했는데 그 이유와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고, 아무튼 '깜깜이 선거' 논란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결선투표에선 이찬희 협회장의 선거개입 논란도 불거져 크게 논란이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25일 1차 투표에서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27일 1위 이종엽 후보와 2위 조현욱 후보의 결선투표로 당선자를 가리게 됐습니다. 결선투표 진출 후보와 낙마한 후보들 사이 치열한 합종연횡이 전개되며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팽팽한 긴장상태가 펼쳐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밤 이찬희 협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현욱 후보와 1차 투표에서 낙마한 3위 황용환, 5위 이종린 후보의 단일화 기사를 공유하며 "대한변협이 정치권과 다른 이유이자 힘의 근원은 소통과 화합인 듯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물론 누구를 찍으라고 직접적으로 공개지지를 선언한 건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협회장 신분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것 말고도 굳이 이종엽 후보가 과태료 3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페이스북에 적시하는 등 논란과 이종엽 후보 측의 반발을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결선투표에선 이종엽 후보가 어떻게 보면 의외의 압승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1차 투표에서는 이종엽 후보가 3천948표, 조현욱 후보가 3천528표, 황용환 후보가 3천353표를 각각 얻어 1,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표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현욱 후보가 황용환 후보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고 5위긴 하지만 두 자리 수 득표율을 올린 이종린 후보까지 ‘3자연대’를 성사시키면서 판세가 넘어간 것 아니냐는 예상과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결선투표 결과는 이종엽 후보 8천536표, 조현욱 후보 6천16표, 2천 5백표 차 이상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결선투표 결과가 전해지자 조현욱 캠프에선, 당시 법률방송 취재진이 캠프 사무실 현장에 있었는데요, 예상 외의 큰 패배에 "정말 진거냐"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종엽 후보 입장에선 압승, 조현욱 후보 입장에선 쓰라린 패배, 이유나 배경을 분석해본다면 어떨까요.  

▲기자= 1차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하며 사실상 ‘캐스팅 보트’처럼 인식된 황용환 후보가 조현욱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연대한 게 결과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이종엽 후보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했고, 반면 조현욱 후보 입장에선 생각보다 연대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종엽 후보 핵심 지지층은 로스쿨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인데요. 특히 한국법조인협회 소속 청년 변호사들은 사법시험으로 대표되는 어떻게 보면 '앙시앙 레짐', 구 체제와 맞서 싸우며 조직력과 단결력을 키워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종엽 후보의 당선을 일종의 '변협 정권교체'로 인식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선투표 전날 조현욱 후보가 자신을 집단신고까지 했던 황용환, 이종린 후보와 극적인 3자 연대를 성사시켜내자, 이번에 정권교체를 못하면 영영 못한다는 위기위식이 팽배해지며 선거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청년 변호사들을 대거 결선투표장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여기에 이찬희 협회장의 선거개입 논란도 현 변협 집행부에 반감이나 불만을 가지고 있는 회원들을 자극해 결선투표에서 이종엽 후보 지지로 이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1차 투표에서 황용환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 굳이 다시 조현욱 후보를 찍어야 할 이유나 필요가 상대적으로 빈약해 3자연대에도 불구하고 조현욱 후보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관련해서 조현욱 후보 캠프 내에선 "이찬희 협회장 논란으로 손해만 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도 로스쿨 출신 청년 변호사들의 바람이 거셌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김정욱 회장부터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시험 2회 출신으로 서울변회장에 두 번째 도전한 윤성철 후보, 서울변회장 재선에 도전한 박종우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습니다. 첫 로스쿨 출신 서울변회장의 탄생 자체가 변호사 사회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매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1천500명 안팎 배출되면서 숫적으로 자연스럽게 세를 불려가고 있습니다. 서울변회뿐 아니라 이번 변협회장 선거 이종엽 당선인도 선거 초기부터 로스쿨 출신 김정욱, 이제는 서울변회장이지만 당시 후보와 연대해 행보를 같이 했는데요. 

이번 선거는 로스쿨과 변시 출신 소장 변호사들의 본격적인 주류 편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렇게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사실상 한 캠프에서 나온 셈이니까 정책이나 공약 추진도 함께 하면서 탄력을 받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종엽 변협회장 당선인과 김정욱 서울변회장 두 사람 모두 ‘직역수호변호사단’과 ‘법조정상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를 맡으며 선거 전부터 이른바 직역수호 활동에 함께 매진해 왔습니다 

변호사 시장을 잠식, 장악하고 있는 거대 사설 법률플랫폼에 대한 고발도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정책 컬러’와 공약도 대동소이합니다. 일단 플랫폼 관련해선 회 차원에서 변호사들의 사설 플랫폼 탈퇴를 유도해 플랫폼 영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론 비변호사의 변호사 광고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을 통해 법률플랫폼을 퇴출시키는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선거가 '이종엽-김정욱 연대'의 완전한 승리로 끝난 만큼 변협과 서울변회가 보폭을 같이하며 여러 공약과 정책들을 추진할 걸로 보이는데 실제 얼마만큼의 성과와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차차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확실히 로스쿨 출신들이 하나의 강력한 세력이 된 것 같은데, 법조계 주류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인상적이네요. 관심 갖고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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