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얼굴 리얼돌, 인격권 침해 등 처벌... 해외도 아동 형상 리얼돌은 규제"

▲유재광 앵커=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 이른바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막는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리얼돌 얘기해 보겠습니다. 윤 변호사님, 판결 내용이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A사는 중국에 있는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김포공항세관장에 수입신고를 했는데요. 그러나 세관장은 지난해 2월 이 물품이 구 관세법 234조 1호에 규정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했습니다. 

처분에 불복한 A사는 관세청장에게 심사 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앵커= 판결 사유가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게 현행법에 음란물을 제작, 유포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지 않나요. 

▲윤수경 변호사= 재판부는 리얼돌이 단순 성기구에 불과할 뿐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재판부는 그러면서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리얼돌은 일반 성기구와 달리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나 판단도 있었나요. 

▲윤수경 변호사= 관세청도 이 부분에 대해 'A사의 리얼돌이 정교해 통관 보류가 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표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 노골적으로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앵커= 관세청 반응이나 입장은 어떤가요. 

▲윤수경 변호사=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통관을 허용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성 전신인형, 이른바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 통관 보류 대상이라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 해당 물품에 대해선 통관을 허용하겠지만 리얼돌 자체에 대한 통관 불허 방침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리얼돌 유통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통관을 보류하고,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의 판단에 따라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게 대법원에서 관련 판결이 난 적이 있지 않나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 규제 또는 허가와 관련된 관련 법조항 같은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없습니다. 일종의 입법공백 상태인 건데요. 관련해서 관세청 관계자는 리얼돌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이미 나온 만큼 관세청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허용 기준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게 예를 들자면 리얼돌에 교복을 입힌다든가, 아동 청소년의 외양을 하고 있어도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게 매체나 출판물과 관련돼 있어 리얼돌 영업 규제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정인화 의원이 아동형상 인형 수입·판매·처벌 규정을 발의했는데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원(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성적 만족감을 위해 아동·청소년신체형상 성기구를 제작하거나 수입·판매·대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8일 대표발의 했습니다. 

최 의원은 “성적 만족감을 위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신체 형상 성기구를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 및 대여하는 행위 등을 처벌해 아동·청소년 성적 대상화와 성착취를 엄격히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게 주문생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짝사랑 여성, 지인들 사진 보내고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해도 규제나 처벌 같은 거 못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말씀하신대로 기술이 발전하며 리얼돌이 실제 사람의 외모를 그대로 본 따 유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과 같이 연예인이나 주변인을 본 딴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할 경우에는 현행법에 저촉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외모를 도용당해 피해를 본 사람은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요.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해서 리얼돌 제작 및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천만원 이하 벌금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앵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해외에서도 일부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는 리얼돌을 성 기구의 일종으로 보고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아동 리얼돌’에 대해선 구매자까지 처벌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영국에선 아동 리얼돌을 유통하거나 구매할 때 최대 12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습니다. 영국 검찰청은 ‘아동 리얼돌 구매·유통 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2017년 전 초등학교 운영위원인 데이비드 터너(당시 72세)가 약 100㎝ 크기의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건을 계기로 이를 ‘음란물’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와 노르웨이에서도 아동 리얼돌의 소지, 구매가 금지돼 있는데요. 미국 하원은 아동형상의 리얼돌과 섹스로봇을 금지하는 ‘크리퍼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아동과 성인 간 성관계를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여기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플로리다·켄터키 등 일부 주에서는 이미 구매와 소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형사정책연구원은 “아동 리얼돌은 아동 성범죄를 확산할 가능성이 있고 아동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 수 있다. 성인이 아이들과 성관계를 맺기 위해 ‘그루밍’(길들이기)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리얼돌 논란 계속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론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국내 수입을 막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재판 결과가 2019년에 나왔지만, 리얼돌 전반에 대한 규제나 관련 법률이 전무해 허용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습니다. 

리얼돌은 일부 마니아 사이에만 찾던 제품이었으나, 지난해 대법 판결 이후 화제가 되며 관련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고 하는데요. 일부 제품은 최첨단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데다 재질이나 외형도 사람처럼 정교해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AI가 별 곳에 다 쓰이네요) 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리얼돌’의 형상에 대한 제도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에 아동 형상의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판매·대여 등이 된다면 아동이 성적 대상화되고 범죄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는데요. 성적인 즐거움을 주는 도구가 꼭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사람의 모습을 본 딴 대체품일 필요는 없는데 사람의 대체품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수입 뿐만 아니라 한국 공장에서 제작되는 리얼돌의 형상 등에 대해서도 규제를 만드는 등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앵커= 네, 규제든 허가든 뭔가 기준 마련은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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