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존귀한 자라 해서 아부하지 않고, 비천한 자라 해서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법률방송뉴스] 국정농단 뇌물 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법정구속됐습니다.

법은 권력자에 아첨하면 안 된다. 오늘(18일) ‘뉴스 사자성어’는 법불아귀(法不阿貴) 얘기 해보겠습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중국 전국시대 법가사상을 확립한 한비의 사상이 집대성된 한비자 ‘유도’(有度)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비는 진 시황제를 도와 천하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한비의 법가사상은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 여덟 자로 요약된다 할 수 있습니다.

아첨하다, 아부하다는 뜻을 가진 아(阿) 자와 귀할 귀(貴) 자를 쓰는 법불아귀(法不阿貴)는 법은 귀한 사람, 권력자라 해도 아부하거나 아첨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노끈 승(繩), 아니 불(不) 자에 휘다, 굽히다는 뜻을 가진 요(撓) 자에 굽을 곡(曲) 자를 쓰는 승불요곡(繩不撓曲)은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해서 같이 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먹줄은 나무의 길이와 자를 곳을 표시하는 일종의 고대 줄자 같은 측정 도구로, 먹줄이 휘거나 굽지 않고 반듯해야 정확한 길이와 치수로 자를 수 있습니다.

한비는 이를 "거울이 흔들리면 밝게 볼 수 없고, 먹줄이 굽으면 나무를 똑바르게 자를 수 없다. 법은 존귀한 자라 해서 아부하지 않고, 비천한 자라 해서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해 이르는 말입니다.

법이 이렇게 공평무사해야 비로소 법의 제재와 적용에 대해 지자불능사(智者弗能辭) 제 아무리 똑똑한 자도 핑계를 댈 수 없고, 용자불감쟁(勇者弗敢爭) 제 아무리 용감한 자도 감히 다투지 못한다고 한비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86억원 횡령과 뇌물 공여 등을 유죄로 판단해 이 부회장에 대해 오늘 오후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이 부회장은 법정구속 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양형 관련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선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권력자이든 필부필부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9년을 구형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늘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정면을 응시한 채 말없이 침묵했습니다.

법정구속을 앞두곤 “할 말이 없다”며 진술 기회를 생략했습니다.

재판부가 법정을 떠나자 이 부회장은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등을 돌린 채 변호인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 법정구속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2018년 사이 이번 사건으로 350일가량 수감됐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습니다.

오늘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상태에서 법정구속됐으니까 앞으로 1년 6개월 정도는 구치소 생활을 더 해야 만기출소하게 됩니다.

횡령 액수가 50억원 이상이면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인데, 오늘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징역 2년 6개월은 재판부가 이른바 ‘작량감경’을 사실상 최대치로 해준 형량입니다.

일각에선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해서 이 부회장 형량을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낮추고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일단 형은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실형에 방점을 두는 쪽과 형량을 너무 깎아준 것 아니냐,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오늘 판결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법은 귀천을 가려 귀한 사람이라 해서 아부하지 않는다, 법불아귀(法不阿貴) 넉 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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