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려고 뿌린 돈은 가져가도 되지만 버린 게 아닐 경우 '점유물이탈횡령죄'

▲상담자= 얼마 전에 아파트를 지나가는 중에 3층인가 4층 베란다에서 여성 두 분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한 분은 손에 1만원 짜리 지폐를 뭉치로 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돈과 관련해서 실랑이를 벌이던 중 돈뭉치가 마치 눈처럼 밖에 흩뿌려졌습니다. 아파트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당황해서 돈을 줍기 시작하더라고요. 베란다에서는 돈 주인인 것 같은 아주머니가 주워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고요. 상대편 아주머니는 '다 주워가세요~' 하며 웃더라고요. 저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서 주워갔다가 나중에 만나서 해코지 당할까 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주변에 있던 몇 분은 주워서 갔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 아파트에서 황급히 내려온 아주머니가 돈을 줍기 시작하더라고요. 몇 분은 주운 돈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냥 주워간 분들은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앵커= 최근 드라마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왔었죠. 그런데 이거 범죄인거죠.

▲황미옥 변호사(황미옥 법률사무소)= 네.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2020년 10월 19일에 서울 서대문구에 한 아파트에서 15층에 있던 주민 A씨가 현금 뭉치를 아파트 고층에서 창밖으로 날려서 경찰과 주민들이 다들 나서서 회수하는 소동이 일어났었습니다. 그 15층 주민이 투척한 돈은 5만원권 120장으로 총 600만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분께서 허공에 뿌려버린 돈 가운데 119장은 회수됐지만 1장은 못 찾다가 최근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 한 가정의 아이의 방 창틀에서 5만원권 한 장이 발견돼 최종적으로 120장이 다 찾아졌는데요. 우리는 만약에 회수하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돈을 주워간 사람은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라는 것은 유실물이나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 습득하는 범죄를 말하는데요.  일례로 B씨의 지갑에서 1만원짜리 지폐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를 본 C씨가 1만원 지폐를 주운 다음에 B에게 돌려주지 않았다고 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어요.

처벌을 가르는 쟁점이라는 것은 아까 사례로 돌아가면 돈을 공중에 뿌린 행위가 과연 이 사람이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인데요. 만약 돈을 뿌린 사람이 소유권을 아예 포기한 것으로 본다면 그때는 주인 없는 돈을 가져간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앵커= 회수를 혹시 못한 경우도 있었을까 싶은데요.

▲송득범 변호사(법무법인 주한)= 네. 2014년 12월에 대구에서 한 도로에서 남성이 5만원권 지폐 160장, 총 800만원을 길바닥에 뿌리는 소동이 있었는데요. 당시에 경찰이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행인들과 운전자들이 돈을 주운 다음에 그냥 도망가는 바람에 지폐는 단 한 장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경찰이 돈을 뿌린 남성의 행위를 돈을 버린 것으로 간주해서 돈을 주워간 사람들에 대해서 별도로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성립하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돈을 뿌린 장면을 촬영할 때 예전에는 복사물들로 진행했었는데 이게 돈인 줄 알고 주워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요. 실제로 현금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다만 장소는 사전에 촬영 동의를 받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분실 확률은 적다고 하네요.

▲앵커= 우리가 택시를 타고 가다가 지갑을 놓고 내리는 경우도 있잖아요. 누군가가 훔쳐갔다면 이건 점유이탈물횡령죄도 처벌이 가능하죠.

▲황미옥 변호사= 법적인 문제인데, 주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판례는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 승객이 와서 가져갔다거나 아니면 기사분 외에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고 하면 판례에선 일단 그 택시 공간에 있을 경우엔 잃어버린 사람이 갔다고 하더라도 택시기사의 점유 범위 내에 있다고 봐서 절도죄로 봤고요. 만약 가져간 분이 택시기사분이라고 한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어요.

▲앵커= 만약 택시기사님이 지갑을 가져갔어요. 그런데 사례비를 받고 다시 돌려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만약에 기사분이 무리한 보상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송득범 변호사= 일단 보상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냐고 한다면 그렇진 않습니다. 유실물법 제1조에 따르면 타인이 유실한 물건을 습득한 사람은 신속하게 유실한 사람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택시기사님한테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 제출하도록 요청하셔도 되고요.

만약 본인 계신 곳까지 택시기사님이 와주길 원한다면 택시기사님께서 그 시간 동안 영업을 못 했으니까 그 상당의 금액을 드리는 것으로 상호 협의하시는 게 좋겠죠. 그리고 보상금에 대해서는 유실물법 4조에서 물건 가액의 100분의 5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도 당사자 사이에서 원만하게 정하시면 되는 부분일 것 같아요.

▲앵커= 오늘 여기까지 듣도록 할게요.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