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위반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억울함 호소
"난민 신청·소송 위축될 것" vs "더 꼼꼼하게 따졌어야"

[법률방송뉴스] 돈을 받고 허위 난민 신청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변호사에 대해 대법원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이 변호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데,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에도 이 변호사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왕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9년 11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출입국관리법 위반 유죄 판결문입니다. 

판결문 '범죄사실'에 따르면 A 변호사는 지난 2016년 브로커로부터 허위 난민신청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수락합니다. 

그리고 A 변호사는 중국인 리모씨가 중국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는 '파룬궁(法輪功)' 소속이라는 취지로 난민 신청서를 작성하고, 체류자격 변경도 신청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중국인은 파룬궁은 물론 중국 정부의 박해와도 별다른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중국인이 최소 2~3년씩 걸리는 난민 심사와 소송 기간 우리나라에 체류하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허위로 난민 신청서를 작성, 제출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판결문을 보면 "난민신청 사유는 모두 거짓이었고 오로지 대한민국에 체류하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지어낸 거짓 사유에 불과하였다"고 돼 있습니다.    

피고인의 지시, 즉 A 변호사 주도로 허위 난민 신청서 작성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식으로 일인당 200~300만원을 받고 총 184회에 걸쳐 허위 난민 신청이 이뤄졌다고 보고 A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A 변호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 보도에 대해 온라인에선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고, "욕이 나온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A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억울한 일이 많다"고 거듭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브로커와 통역이 짜고 저지른 허위 난민 신청서 작성 행위를 자신이 뒤집어썼다는 것이 A 변호사의 항변입니다.

사건과 관련해 A 변호사는 먼저 "중국어 통역인 B씨가 지어낸 말을 사실로 믿고 난민사건을 대행해 준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통역인이 중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고, 법률가라는 점을 신뢰해 통역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A 변호사의 말입니다.  

"진짜 브로커와 통역인 등은 출입국관리사무소나 검찰 조사에서 변호사인 자신에게 지시 받은 것이라고 말하며 다 빠져나가고 자신만 억울하게 기소당했다"는 것이 A 변호사의 거듭된 항변입니다. 

한 사람당 200~3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데 대해선 A 변호사는 "난민 신청을 통해 큰돈을 벌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며 "변호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맡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A 변호사는 집행유예기간을 포함해 오는 2024년까지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A 변호사 사건에 대해 법조계 반응은 A 변호사에 대한 '동정론'과 '법 위반은 위반이다'는 반응으로 엇갈립니다.

우리 난민법 제12조는 "난민 신청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단 옹호론은 A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허위 난민 신청서를 작성한 게 아닌 브로커나 통역에 당한 것이라면 억울할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가짜 난민 여부는 난민 심사나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일일이지 신청서 작성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이를 알 수가 없는데 결과적으로 가짜 난민이라고 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변호사에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겁니다. 

공익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단지 난민 신청서를 많이 작성했다고 허위로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율하면 향후 난민소송 등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A 변호사가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봤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엄격해야 할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변호사가 통역인 탓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비록 허위인 점을 몰랐다 하더라도 다수의 외국인들이 난민 신청에 몰려들었을 때는 당연히 꼼꼼하게 따져봤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천 574명이었던 난민 신청자는 지난해엔 1만 5천 452명으로 7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급증하는 난민 신청과 함께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난민 브로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통역 서비스 제공 등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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