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통역자 브로커 행위 한 것 몰랐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업계 "변호사 과실 있지만 난민소송 위축 우려" vs "꼼꼼하게 따져야"
난민 신청-불복소송 시 2~3년 소요... 노동자로 불법 체류 사례 급증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뉴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난민 신청을 대행해준 변호사가 징역형 집행유예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당사자인 변호사는 "통역자가 브로커 행위를 한 것을 미처 알지 못한 과실은 있다"면서도 "난민도 법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도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A변호사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통역자 B씨로부터 난민 신청을 원하는 중국인들을 소개받아 신청서 작성과 소송대리 등의 업무를 했다. A씨는 소개받은 중국인들이 파룬궁(法輪功) 등 종교단체에 소속돼 중국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는 내용 등의 난민 신청서를 작성했다.

A변호사가 난민 신청서를 작성해주거나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해준 외국인은 184명에 달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가 통역자로 믿었던 중국인 B씨는 알고보니 불법으로 해외취업 알선을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였다. B씨는 A변호사 몰래 뒷돈을 받고 이들을 난민으로 둔갑시켜 소개했다. B씨의 통역 내용을 사실로 믿은 A변호사는 건당 180만~300여만원을 받고 신청서 작성 등을 했다. 대행료와 통역비, 인지대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어서 그리 높은 비용도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B씨의 말을 믿은 데 대해 A변호사는 "B씨는 중국에서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법률가가 브로커 행위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A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즉각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11일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변호사는 집행유예 기간을 포함해 4년간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는 "난민법 제12조에서 명시하듯이 난민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언어 장벽이 있어 국내 변호사가 상담을 할 경우 통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통역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릴 경우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문제가 된 통역자를 직원으로 고용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적절히 감독하지 못한 과실은 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난민 신청을 한 변호사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구조는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인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공익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외국인 중에 가짜 난민이 섞여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단지 난민 신청서를 다소 많이 작성했다고 허위로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율하면 향후 난민소송 등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 신청 관련 업무를 다수 차지하고 있는 특정 자격사들이 변호사의 진출을 꺼려해 집단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염결성을 보장받아야 할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변호사가 통역자 탓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록 허위인 점을 몰랐다 할지라도 다수의 외국인들이 난민 신청에 몰려들었을 때는 당연히 꼼꼼하게 따져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난민 신청을 할 경우 인도적 체류 허가 비자(G-1)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 또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도 불복 소송을 내면 최소 2~3년간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최근 이같은 점을 이용해 난민 신청을 한 뒤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1만5천452명으로 지난 2013년 1천574명과 비교해 7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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